미술과 문학을 더불어 논하는 자리에서 항상 떠오르는 질문이 있지만 나는 아직껏 시원한 답을 찾지 못했다. 화단에서 이발소 그림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문단은 여전히 19세기 스타일의 소설이 큰 행세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년 전의 미술이 지금은 더이상 허용되지 않는 데 반해 문학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개인적 소감에서 비롯된 질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모더니즘이란 이름으로 나란히 출발한 두 장르가 언제부터 걸음의 폭이 크게 달라졌고 더구나 서로 다른 길로 들어선 것일까? A. 꽁빠뇽은 현대예술의 발전을 크게 다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 바 있다. 그는 19세기 중반 플로베르와 보들레르의 작품, 마네의 그림을 현대성의 시초로 잡는다. 두번째 단계에는 세기초의 브라끄, 삐까쏘의 작품과 깐딘스끼의 초기 추상화, 뒤샹의 작품, 아뽈리네르와 프루스뜨의 작품이 등장했고, 세번째 시기는 초현실주의 1차 선언이 발표된 1924년 무렵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