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황수영 『근현대 프랑스철학의 뿌리들』, 갈무리 2021

‘조연들’을 보면 서사의 흐름이 잡힌다

 

 

황정아 黃靜雅

문학평론가 jhwang612@hanmail.net

 

 

193_478

다른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철학은 발을 걸어 넘어지게 하는 돌부리 같을 때가 많다. 근처에 얼씬하지 않으면 될 일이 아닌가 싶지만, 일례로 문학에만 해도 ‘이론’이라는 짐짓 만만한 외양을 덮어쓴 채 철학이 거세게 범람해 들어온 지 오래다. 어쩔 수 없이 들추어보면 이내 그 분야가 강고한 ‘자기 참조’ 체제로 구축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하이데거와 니체만 잠시 읽어보려다가는 플라톤으로 돌아가시오,라는 표지판을 만나게 되고, 탈구조주의를 들여다볼까 하면 데까르뜨까지는 거슬러가야 한다고 압박을 받는 식이다. 그런 느긋한 독서의 짬을 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어디까지나 문학을 하는 입장의 이야기지만, 철학의 언어에 일정 이상 노출되면 언어 감각에 어떤 훼손이 야기될 것만 같은 주관적 위험도 감지되곤 한다. 그러니 계보에 대한 무지를 텍스트에 대한 집중으로 어떻게든 메꾸면서 선택적인 읽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