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11522

김진희 金珍希

서울예대 극작과 2학년. 1984년생.

j-11@hanmail.net

 

 

 

초록별의 전설

 

씨놉시스

작은 단칸방에 아빠와 어린 딸이 살고 있다. 아빠는 딸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요리를 하고 소박한 밥상을 마주한 채 딸과 대화를 나눈다. 딸이 학교에서 국회의원에게 받았다며 봉투를 내밀자 아빠는 정치인들의 가식적인 선행을 비웃는다. 아빠는 가난하고 무능력하지만 어린 시절의 꿈과 풍경을 잊지 않고 있을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하기도 하다.

집 근처에는 작은 기차역이 있어 가끔 기차가 지나간다. 항상 조용히 하라고 신경질 내는 주인집 아줌마 때문에 크게 웃지도 못하는 두 사람은 기차가 지나갈 때에 맞춰 입이 찢어져라 웃는다. 현실을 견디지 못하는 아빠는 몸이 좋지 않다며 매일 술을 먹고 딸은 그런 아빠를 걱정한다. 돈이 다 떨어지자 아빠는 어쩔 수 없이 일을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갈 용기를 낸다. 그러나 도움을 청하러 간 형에게 욕만 먹고 쓸쓸히 돌아온다. 집에서 쥐를 기르던 딸은 주인집에 그 사실을 들키게 되고, 덕분에 쫓겨날 처지에 놓이자 아빠는 자신의 무능력을 슬퍼한다.

결국 아빠는 딸에게 당분간 큰아빠네 집에 가 있으라고 말한다. 떨어져 살게 된 그들은 절망의 밑바닥을 느끼지만, 딸은 끝까지 아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평화롭지 않은 이 초록별에서 살아가려면 때때로 거짓말도 필요하다는 아빠의 말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다시 기차가 지나가고, 두 사람은 작별 인사를 하며 큰 소리로 웃는다.

 

 

* 지면사정으로 작품의 일부만 싣습니다. 희곡 전문은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www.daesan.or.kr)의 자료마당에서 보실 수 있습편집자.

 

인물

아빠(40대 초반), 딸(12살), 배달원(목소리만)

 

무대

작고 허름한 방. 가구는 거의 없고, 한쪽에 씽크대와 소형 냉장고가 있다. 벽에는 협소한 창이 하나 나 있고, 바퀴 달린 접이식 간이침대가 접힌 채 세워져 있다. 무대 중앙에 조촐한 밥상이 차려져 있다. 아빠, 앞치마 두른 모습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요리중이다.

 

딸  (가방을 메고 등장하며) 다녀왔습니다.

아빠 오~ 우리 딸. 잘 다녀왔어? 배고프지?

딸 응. 밖에서부터 맛있는 냄새가 나.

아빠 아빠가 그럴 줄 알고 미리 준비했지. (냄비 뚜껑을 열어 보이며) 짜잔! 오늘의 메뉴는 김치찌개다!

딸 우와! 맛있겠다.

아빠 어서 밥 먹자. 손 씻고 와. (상에 냄비 놓는다.)

딸 (씽크대 쪽으로 갔다가 뭔가를 보고 놀란다.) 아빠! 비누가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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