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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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金京民

중앙대 연극영화학부 4. 1988년생.

white_smoke@hanmail.net

 

 

 

 

 

씨놉시스

누군가의 꿈의 바다에 띄워졌던 섬은 작은 고시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대가 아주 낮은 탓에 단 한방울의 눈물만으로 침몰해버린 섬이다. 이후 다시 건져진 섬에서 여자와 남자, 두명의 여행자가 만난다. 둘은 가이드를 놓치고 잠시 섬에서 일행을 기다리기로 한다. 홀로 돌아다니기에 꿈의 바다는 너무 험하고 길을 잃기 쉬운 탓이다.

가이드를 기다리며 잠이 든 여자는 섬에서 남자와 단 둘이 사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다정한 연인인 여자와 남자는 섬에 거주하는 동안 타인을 두 눈으로 본 적이 없다는 사실과 그 타인의 기척만이 남아 자신들의 곁을 맴도는 것을 깨닫고 두려움에 잠긴다. 남자는 섬이 그들을 집어삼킨 것이라며 떠날 것을 종용하지만 여자는 거부한다. 남자는 홀로 섬을 떠난다. 여자는 꿈에서 깨어난다. 가이드는 아직 되돌아오지 않았다.

기다림의 시간을 달래기 위해 그들은 섬 곳곳을 구경한다. 그러다 남자는 여자에게 사진 한장을 건넨다. 사진 속의 여자가 당신과 똑 닮았다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혼란에 빠진다. 제 얼굴을 떠올리지 못하는 여자를 위해 남자는 맑은 바닷물에 여자의 얼굴을 비춰볼 수 있도록 이끈다. 이내 여자는 사진 속의 여자가 바로 자신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남자는 이 침몰한 섬의 원래 주인은 그녀이며, 자신은 여자를 데리러 온 진짜 가이드임을 밝힌다. 믿지 않으려 하는 여자에게 기억이 문득 되살아난다. 천장에 매달려 줄곧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 이상한 줄이, 바로 생전의 자신이 목을 매단 줄임을.

여자는 줄에 매달리는 것 말고는 이곳에서 탈출할 방법이 없었다고 울음을 터뜨린다. 남자는 문밖을 보라고 여자를 달랜다. 여자는 그제야 문밖에 난 단단한 길을 본다. 제 자신의 꿈에 갇혀 미처 보지 못했던 단단한 길이다. 여자는 새로운 삶을 위해 섬을 떠난다. 남자는 여자를 배웅하고 섬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남자가 섬의 문을 닫는 순간, 침몰한 섬은 다시 영원한 휴식 속으로 잠긴다.

 

*지면사정으로 작품의 일부만 싣습니다. 희곡 전문은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www.daesan.or.kr)에서 보실 수 있습니편집자.

 

등장인물

여자(20대), 남자(20대), 가이드

 

무대

낡고 허름한 고시원. 관객석 기준 무대 오른쪽 끝에는 고시원 입구가 있다. 복도로 들어서면 먼저 커튼으로 가려진 공용주방 입구가 보인다. 그 옆에 남녀공용 화장실이 하나 있다. 그 옆에 101호는 문이 활짝 열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침대와 책상만으로도 여유가 없는 아주 좁고 답답한 방이다. 침구는 흐트러져 있고, 책상 위는 각종 물건들로 혼잡하다. 침대 발치 선반에는 작은 TV가 비스듬히 있다. 방 벽 정면에는 창이 있다. 그러나 문을 열어도 회색 벽이 보일 뿐이다. 바닥에는 물빛 조명이 흐른다. 이따금씩 물결치는 소리가 무대를 맴돈다.

 

 

1.

 

막이 오르면 101호 안에서 가이드가 안내를 시작한다.

 

가이드 (관객을 향해) 몰-디-브. 아름다운 섬 몰디브에 대하여 아십니까? 몰디브는 아시아 남부 인도양 중북부에 위치한 산호초로 이루어진 섬들의 군락지입니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물결치는 지상 최고의 낙원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섬의 가치를 증명해주는 것은 몰디브가 매년 천천히,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에게 머문 사람들의 추억과 저에게 오지 못한 사람들의 기대를 안고서. (두 팔을 펼치며) 그러나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몰디브보다도 먼저 가라앉은 성질 급한 섬입니다. 지대가 아주 낮아서, 이곳에 사는 거주자는 함부로 눈물을 바다에 흘려서는 안된답니다. 수면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한순간에 잠겨버리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이렇게 잠긴 섬들을 건져내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자료로 쓰고 있습니다만 매년 이런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하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 섬을 보시겠습니다.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