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대산_희곡_임빛나_사진_fmt

임빛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3학년. 1986년생.

kangta0045@naver.com

 

 

 

시에나, 안녕 시에나

 

 

씨놉시스

천둥 번개가 무섭게 내리치는 장마철의 어느 밤, 아빠와 엄마와 아이가 있는 평범한 가정집에 낯선 손님이 방문한다. 묘한 분위기의 이 손님은 유독 그 집의 아이를 경계하고 또 주시한다. 손님의 이름은 시에나. 국적불명, 나이불명, 직업불명, 정체불명. 심지어 실수로 품 안에서 떨어뜨린 소지품은 용도불명의 날카로운 칼 한자루이다. 밤은 더욱 깊어지고 어디선가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환경 운동가인 아빠와 엄마는 이 전화를 받자마자 외출 준비를 하고, 손님은 엄마에게 자신이 아이를 재우고 돌아가겠다는 황당한 제안을 하는데……

 

때는 장마철. 무대는 아빠와 엄마와 아이가 살고 있는 평범한 가정집의 거실 겸 주방이다. 업스테이지를 부엌, 다운스테이지를 거실로 한다. 업스테이지 가장 위쪽에 싱크대가 있고 그 앞에 커다란 테이블이 있다. 테이블은 아빠와 엄마의 작업 공간이다. 테이블 위에는 컴퓨터, 앞에는 커다란 소파가 놓여 있고 소파 앞으로 카펫이 깔려 있다. 상수에 난 문은 아이 방으로 통하는 문이고, 아이 방 옆에 난 문은 화장실이다. 하수에 난 문은 부모 방의 문이다. 업스테이지 왼편에는 무대 뒤로 향하는 현관문이 있다. 현관문에는 창이 나 있다.

 

 

1장

 

암전 상태에서 빗소리가 들리면서 극이 시작된다. 빗소리가 거세진다.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인다. 번개가 번쩍일 때 무대가 살짝 노출되었다가 암전된다. 아까보다 더 큰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이며 다시 무대가 노출되었다가 암전. 빗소리.

조명 in

 

아빠 (흥분해서) What?

 

아빠의 격양된 목소리에 컴퓨터로 일을 하고 있던 엄마가 쓰고 있던 안경을 쓸어올리며 아빠를 본다.

 

아빠 (유창한 영어로) I’m really confused about what you meant. A collaboration with reputable head office is very important to Korea. If we fail to consistantly interact with influential organization, environmental movement in Korea will not improve. I prepared this movement for last twenty years. Can’t you understand? (위협적으로) OK? OK? OK? (흥분을 가라앉히며 차갑게) Let’s talk about this subject later. Thank you.

엄마 당신 괜찮아요?

아빠 (식탁에 있는 책을 집어 던지며) 너무 화가 나. 환경을 보호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정치판 눈치를 봐야 하는 거지? I mean. um. 그러니까 난 이런 게 화가 나는 거야. 도대체 한국에 어떤 정당이 집권했는지가 한국에 있는 고래를 지키고 숲을 지키는 일에 왜 영향을 미쳐야 하는 거냐고. 한국 사정을 전혀 모르는 Canadian들이 왜 집권당을 신경 쓰면서 활동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느니 마느니 해야 하는 거야. 20년이야. 이 일을 준비한 지가 자그마치 20년.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엄마 환경운동만큼 정치적으로 휘둘리기 쉬운 것도 없죠. 다 아는 사람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흥분해요?

아빠 그러게. 오늘따라 이상하게 감정이 통제가 안되네.

 

천둥소리

 

엄마 (아빠에게 다가가 등 뒤에서 안는다.) 릴렉스해요. 감정 따위에 빠지지 말고 차가운 시선을 유지해요, 여보. 냉철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거. 그게 당신 최고의 장점이잖아요. 생각해봐요, 우리 퀘벡에서 첫 프로젝트 때. 그때 떼죽음 당한 연어들 기억나요? 그 모습이 너무 끔찍하고 처참해서 다들 넋을 놓고 슬퍼하며 아무것도 못하고 있을 때 당신 어떻게 했었죠? 가장 먼저 진정하고 냉철하게 상황 판단을 해서 죽은 연어들이 다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물가에 그물을 설치했잖아요. 공장들은 기자들이 도착하기 전에 연어들을 하류로 쓸어내려 보내려고 수문을 다 열어놓았었죠. 하지만 당신이 설치한 그 그물 덕분에 죽은 연어들이 카메라에 담길 시간을 벌 수 있었잖아요.

 

번개가 번쩍한다. 아이 방문 쪽에서 한 손으로는 졸린 눈을 비비고 다른 한 손으로는 곰 인형을 들고 있는 아이가 보인다.

 

엄마 감정은 때때로 많은 것을 망치게 해요.

아빠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

엄마 (부드럽게 부른다) 여보. 당신 재능은 그런 거예요. 지나치게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거.

아빠 (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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