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167대산_희곡_fmt

고정민 高定敏

서울예대 극작과 2학년. 1989년생.

sofreyja@naver.com

 

 

 

 

 

씨놉시스

큰형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떨어져 있던 가족들은 오랜만에 장례식장에서 한자리에 모인다. 그들은 몸도 불편하고 말도 어눌한 사람들이다. 공장에서 일하던 큰형은 분명 사고로 죽은 듯 보이지만, 어쩐지 사망 원인보다는 큰형의 죽음을 둘러싸고 생긴 돈 문제, 즉 지급될 보상금과 그가 남긴 부채가 가족과 사측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남겨진 가족들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사측은 ‘상속포기’라는 제도를 권유한다. 사측은 보상금을 줄일 수 있고 가족은 큰형의 부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이득이 되리라는 것이다. 세상의 시간이 멈춘 사흘 동안, 가족들은 큰형의 생애를 돌아보고 추억하며 어딘지 자꾸만 무료해지는 시간을 견디고 있다. 상속포기로 모든 걸 깨끗이 다시 시작하자고 의견이 모아지지만, 둘째는 형의 이름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소란을 피운다. 그리고 분명한,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등장인물

둘째, 셋째, 엄마, 아들, 공장, 노인, 세연, 소녀

 

빛과 소리를 잘 사용했으면 좋겠다.

빛은 드라마다. 소리는 배우의 화술이다.

 

무대는 장례식장이다. 어울리는 소품들. 조문객을 맞이하는 분향소. 조문객이 음식을 먹는 교자상이 몇개 펼쳐져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 모자(母子) 부둥켜안고 울고 있다.

 

(중략)

 

서성이는 두 형제

 

둘째 여기 앉아봐 (바닥을 치며) 봐봐! 태오야.

셋째 한마디도 안 져! 또 무슨 역정 내실려구요.

둘째 안 그래. 앉아봐.

셋째 형님 또 그런 소리 하면, 낮처럼 시원찮은 고함이면. 나 정말 일어납니다.

 

형제 마주 보며 담배 피운다.

둘째, 엄마 조심스레 살피며

 

둘째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다.

셋째 나도 생각, 정말 많이 하고 있어요.

둘째 (불현듯) 우리 들고 가자.

셋째 뭘요?

둘째 관 들고 가자고!

셋째 (기막히다는 듯) 미쳤어요?

둘째 들고 가서. 흰 천으로 둘둘 말아가지고. 얼마나 크냐 저게 또.

셋째 그런다고 받아낼 수 있을 거 같아요? 무시만 당해, 무시만!

둘째 그런 놈들한테는 저런 게 먹힌다니깐! 넌 억울하지도 않냐?

셋째 나 화나는 건 둘째 치고 (조문 받는 아들 가리키며) 저놈 어떻게 할 건데. 가만있어 좀!

둘째 그러니깐 내가 그러는 거야. 한푼이라도 더 받아주려고.

셋째 그거 챙기려다가 다 날아가는 수가 있어요.

둘째 받을 건 받고. 주머니 쑤셔넣을 건, 우리도 계산 두드리면 된다니깐.

셋째 형님, 모든 거 그렇게 막무가내로 하면 안돼요.

둘째 뭐어? 막무가내?

셋째 일에는 순서가 있어.

둘째 형 객사다, 객사. 개죽음이라고!

셋째 그놈의 객사 소리 좀 그만해! 일하다 죽은 사람한테 무슨 객사야!

둘째 집 밖에서 죽으면 다 객사지! 싸질러놓은 게 많아서 머리가 아픈 거야.

셋째 아니 그러니깐. 죽은 사람은 말이 없는 거고. 그놈들이 나 줄 돈 없다 하면 어쩔 건데, 우리 할 말 없어. 우리가 할 말 있어?

둘째 왜 없어!

셋째 돈 줄 놈이 미쳤다고, 네? 돈 받을 놈 그냥 죽어버렸는데! 보따리 싸들고 돈 짊어서. 여기로 찾아온답니까?

둘째 내가 알고.

셋째 (자르며) 형님만 아니깐 문제라고!

둘째 아 시발 진짜. 나 천불나서 못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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