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서재정 徐載晶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 교수.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통일외교분과 위원 역임. 주요 저서로 『한미동맹은 영구화하는가』 『한반도의 선택』 등이 있음.

 

이승헌 李承憲

버지니아대학 물리학과 교수. 미국 국립표준연구소 물리학자 역임. 미국 중성자산란협회 과학상 외 수상. 5편의 네이처(Nature) 자매지 논문을 포함, 100여편의 SCI 논문 출판.

 

*이 글의 원본은 지난 730일에 출간된 『천안함을 묻는다: 의문과 쟁점』(창비 2010)에 수록되었으며, 그후의 사태전개를 반영하여 필자들이 최근 시점에서 보완했다.

 

 

결정적 증거, 결정적 의문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보고에 부쳐

 

 

지난 326일 천안함 침몰사고가 발생한 후 정부는 411일 윤덕용(尹德龍) 전 한국과학기술원장을 천안함 침몰사고 민간조사단장에 임명하여 본격적인 원인 조사활동을 시작했다. 미군 해양사고 전문가들도 같은날 입국해 활동을 시작했고 영국 및 호주와 스웨덴도 전문가들을 파견하여 지원활동을 했다. 국방부 민군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은 이후 한달 이상 천안함 사고원인을 조사해, 그 결과를 520일 발표했다. 그러나 합조단의 보고서는 천안함의 침몰원인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입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합조단은 세가지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 ①천안함은 외부폭발로 파괴되었다, ②그 외부폭발은 ‘1번 어뢰’의 폭발이었다, ③‘1번 어뢰’는 북한 어뢰였다. 이 세가지 과학적 증거를 종합하면 북한 어뢰가 천안함 외부에서 폭발해서 천안함이 파괴, 침몰되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매우 논리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주장이며, 이 세가지 증거가 모두 확실하다면 북한이 천안함을 파괴했다는 결론도 확실할 것이다. 반면 합조단은 이 세가지 증거 모두를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 가운데 한가지라도 입증되지 않으면 북한이 천안함을 파괴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합조단의 세가지 과학적 증거들을 과학적으로 엄밀히 분석했고, 이를 위해 실험실에서 실험과 씨뮬레이션을 시행했다. 또한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연구사례와 기존 과학이론을 참고했다. 우리의 결론은 합조단의 세가지 과학적 증거들은 모두 ①입증되지 않았으며, ②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고, ③일부 데이터는 조작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합조단은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파괴되었다는 결론을 내릴 근거가 전혀 없다.

 

 

1. ‘외부폭발’의 과학적 증거

 

어뢰가 선체를 직접적으로 가격하지 않고 외부폭발하는 경우 다음의 세가지 현상이 발생한다. 첫째, 어뢰의 겉을 싸고 있던 금속외피와 어뢰의 내부를 구성하는 부품들이 파괴되면서 파편과 파손부품들이 생긴다. 둘째, 어뢰의 폭약이 폭발하면서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고온의 기체가 급속히 팽창하며 버블을 형성한다. 셋째, 폭약이 폭발하면서 엄청난 충격파가 발생한다. 그러나 천안함에서는 이 세가지 중 어느 것도 발견되지 않는다. 합조단은 ‘어뢰추진체’는 발견했으면서도 그외의 파편과 부품들은 수거하지 못한 상태고, 버블효과를 보여준다는 씨뮬레이션은 조사결과를 발표한 520일에도 완료되지 않았으며(이 글을 마무리하는 20108월 초까지도 완료되지 않았거나, 적어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충격파 효과는 전혀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1.1 파편과 부품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어뢰 폭발시 파편의 이동거리는 폭발에서 발생되는 운동에너지에 비례한다. 강력한 폭발일수록 파편은 멀리 분산됐을 것이고, 폭발이 강하지 않았다면 파편은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천안함과 접촉할 수 있는 파편의 수는 어뢰와 천안함 사이 거리의 제곱의 역에 비례한다. 합조단의 발표대로 강력한 외부폭발이 있었고 폭발위치가 천안함에서 멀지 않았다면 많은 수의 금속조각들이 천안함과 충돌, 선체에 박혔거나 자국을 남겼을 것이다. 그러나 천안함에서는 파편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모순이다. 어뢰 폭발설에 심각한 의문을 던지는 현상이다.

합조단은 파편이 발견되지 않은 이유가 파편이 조류에 휩쓸려 내려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1 그러나 이 설명의 전제는 비과학적이다. 이러한 설명은 파편이 6m도 밀려나가지 않아 천안함과 접촉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합조단의 주장대로 250kg의 폭발물이 천안함과 약 6m 떨어진 거리에서 폭발했다면 충격파가 천안함과 접촉하는 순간의 압력은 5000psi가 넘었을 것이고,2 이 정도의 압력이라면 가벼운 파편들은 선체에 깊숙이 박히거나 선체를 뚫고 지나갔어야 정상이기 때문에 합조단의 전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있을 수 없는 전제에 기초한 합조단의 설명은 틀린 것이다.

합조단과 국방부는 그밖에도 파편의 위치에 관해 두가지 모순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첫째, 무거운 어뢰추진체는 30m 이상 밀려났지만 그보다 작고 가벼운 파편은 6m도 이동하지 않았다. 둘째, 폭발시 파편은 6m도 밀려나지 않았지만 어뢰추진체 근처에서 발견된 파편은 없다. 두가지 모두 과학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모순된 주장이다.

국방부는 “씨뮬레이션 결과 어뢰 폭발시 추진체는 30m 이상 밀려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3 추진체 정도의 무게를 가진 부품이 30m 이상 밀려났다면 그보다 가벼운 파편들은 훨씬 멀리까지 밀려났을 것이므로 천안함 쪽으로 밀려난 파편들은 당연히 함체와 충돌하여 함체를 뚫어 구멍을 내거나, 박혀 있거나, 충돌의 흔적을 남기고 튕겨나갔을 것이다. 파편이 추진체와 같이 30m만 밀려났다고 하더라도 폭발 위치와 가장 가까운 가스터빈실 좌우로 30m씩 파편의 흔적이 남았어야 정상일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파편은 추진체의 무게보다 적어도 100분의 1 이상 가벼울 것이고, 물체의 이동거리는 그 질량에 반비례하므로 파편 대부분은 최소한 3000m는 이동했을 것이다. 게다가 물체가 작고 가벼울수록 물속에서의 저항이 작으므로, 그 효과까지 고려한다면 파편의 이동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