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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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金愛爛

1980년 인천 출생. 2002년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고 2003년 『창작과비평』에 소설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함.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가 있음. brokenname@empas.com

 

 

 

장편연재 2

두근두근 내 인생

 

 

‘누구세요’라고 적은 뒤 ‘누구세요’라고 읽어본다. 어머니를 모르는 듯. 아버지를 처음 본 듯. ‘안녕하세요’ 하지 않고 ‘누구세요’ 불러본다. 어머니가 어머니인 것을 알아서, 아버지가 아버지인 줄 알아서, 그들에게 누구냐고 묻는 것이 기쁘다. 나는 이 이야기 안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몇번이고 제 이름을 부르며 노래할 수 있게, 몇번이고 같은 질문을 던질 생각이다. 그리고 훗날 한사람에게 시작도 끝도 없는 노래를 흥얼대게 할 것이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한대수

—그 이름 아름답군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최미라

—그 이름 아름답군요

 

온종일. 그리고 멍하니. 일단 시작하면 부르는 이가 그만두고 싶어질 때까지 계속할 수밖에 없는 긴 긴 돌림노래를. 누구십니까, 누구십니까 하고. 아름답군요, 아름답군요 하고. 아랫배를 떨며. 높은 소리로. 높은 소리로…… 웅덩이 속, 한 청춘은 다른 청춘에게 자꾸만 ‘누구냐’고 묻는다. 그래야 이어서 자기 이름을 말할 수 있을 테니까. 컴퓨터 커서는 ‘누구세요’라는 물음 뒤에서 연신 깜빡이고 있다. 나는 그것이 침묵의 맥박처럼 느껴져 덩달아 숨을 고른다.

‘그런데 너무 옛날이야기 같은가……?’

나는 물속에 빠져 있는 두 사람을 본다. 그리고 그들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을 본다. 노트북 액정 위로, 웅덩이에 비친 하느님의 얼굴처럼, 반투명한 그림자처럼, 언뜻언뜻 내 얼굴이 얼비치기 때문이다.

‘아니, 아니. 그렇지만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옛날이야기인걸!’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자판에 손을 얹는다. 그러고는 17년 전, 나와 동갑이었을 아버지에게 마음속으로 알은체를 한다.

‘대수씨!’

쏴아아— 바람이 불자, 아버지의 이름이 골짜기를 타고 무수한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간다. 대수씨— 대수씨— 대수씨— 하고 세상 모든 풀들을 넘어뜨린다. 네 이름의 메아리가 내 이름인 것을 알아, 내 이름의 어딘가에 네가 살고 있는 것을 알아, 멀리멀리 퍼졌다가 되돌아온다. 순간 화들짝 놀란 아버지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반응한다.

‘네?’

나는 그 모습이 친근해 큰 소리로 아버지 이름을 한번 더 불러본다.

‘대수씨이이!’

아버지에게만 말해, 내 음성이 들릴 리 없는 어머니는 정지화면마냥 붙박여 있다. 아버지는 여전히 어리둥절해하며 허공을 향해 소리친다.

‘네에?’

공손히 대답하고 있지만 경계하듯 주먹을 쥔 게, 여차하면 곧장 발차기라도 날릴 태세다. 그리고 그 품새엔, 아무리 급작스런 상황에서라도 자연스레 몸에 배어나오는, 도 대표 식 동작미가 있다. 나는 낮은 숨을 내쉰다. 그런 뒤 상체를 기울여, 다감하되 환하지 않고 쓸쓸하되 어둡지 않은 목소리로 아버지께 속삭인다.

‘행운을 빌어요.’

‘………’

잠시 침묵. 아버지는 자기도 모르게 어깨에 힘을 풀며 답한다.

‘아, 네.’

그러곤 뭔가 고민하는가 싶더니 ‘근데……’ 하고 덧붙인다.

‘누구세요?’

 

“아름아.”

“네?”

정신이 번뜩 들어 주위를 돌아봤다. 방문 앞에 비스듬히 선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어머니는 어둑한 거실을 등진 채 물기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렇게 놀라.”

서른네살. 살이 오른 얼굴엔 씻어도 씻어도 지워질 것 같지 않은 피로가 매연처럼 깔려 있다.

“아, 그냥, 인터넷 좀 하느라고요.”

나는 서둘러 문서 창을 내린 뒤, 화면에 포털 싸이트를 띄웠다.

“일찍 자야 내일 병원 가지.”

“응. 조금만 있다가요.”

“혈압약은 먹었니?”

“네.”

“진통제도 먹고?”

“그럼요.”

“관절약도?”

“그렇다니까요.”

“위장약은? 그것도 먹었어?”

“아이 참. 엄마. 한두번도 아니고. 나머진 내가 다 알아서 했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요.”

어머니는 사춘기 아들의 영역을 존중하듯 쉽사리 들어오지 못하고 문지방 앞에서 미적거렸다. 언젠가 내가 ‘앞으로는 노크를 해달라’ 부탁한 바 있어서다.

“엄마.”

“응?”

“무슨 일 있어요?”

“아니. 불이 켜져 있어서 들어와봤어. 꿈자리도 뒤숭숭하고.”

“피곤해 보여요.”

“그러게. 이상하게 쉬는 날이 더 힘드네.”

“무슨 꿈 꿨는데요?”

어머니는 머뭇거리다 답했다.

“물 꿈. 만날 꾸는 거.”

“에이 또 뭐라고.”

“내가 너를 건지고 깼어야 하는데……”

어머니는 어쩐지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듯했다.

“엄마.”

“응?”

“저도 오늘 꿈 하나 꿀 생각인데. 제가 수영선수로 나오는 걸 꿔보려고 해요. 괜찮다면 엄마 꿈까지 헤엄쳐 가서 우아하게 수중발레 하는 모습도 보여드릴게요.”

“안 떠내려가고?”

“안 떠내려가고.”

어머니는 웃으며 말을 흐렸다.

“너 같은 애는……”

“………”

“아프면 안되는데.”

나는 눈썹 없이 퀭한 눈으로 어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곤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몰라 주춤거리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엄마 있죠. 나 같은 애는……”

“응.”

“나같이 정말 괜찮은 애는 말이에요.”

“그래.”

“나 같은 부모밖에 못 만들어요.”

“………”

짧은 사이, 어머니는 그게 뭔 말인가 고민하다, 이내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인터넷 그만하고 얼른 자. 자꾸 이럼 컴퓨터 못하게 할 거야.”

 

*

 

내가 세상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내겐 얼굴이 없었다. 눈이 없어 어둡단 걸 모르고 귀가 없어 어디란 걸 몰랐다. 내겐 없는 것이 많았다. 팔도 없고, 다리도 없고, 입도 없고, 이름조차 없었다. 나는 그저 뭔가 되어보려고 웅크려 있는 하나의 반점에 지나지 않았다. 뭔가 되고 싶고, 잘하면 될 것 같은…… 뭔지 몰라도 무언가 돼야 하지 않을까 의문에 사로잡혀 있는 덩어리…… 말하자면 ‘사람’ 같은 것 말이다.

 

내겐 없는 것이 많았지만 ‘마음’이 있어 어머니가 불안한 걸 알았다. 내겐 없는 것이 많은 탓에 육감이 발(發)해 아버지가 초조한 걸 알았다. 아마 처음 얼마간은 두 사람이 나를 원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눈치챘을 거다. 하지만 또 오래 지나지 않아, 식구들이 나를 궁금해하며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느꼈을 거다.

 

나는 입이 없어 말을 갖지 못했지만 어머니의 몸을 빌려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엄마 뱃속에서 사는 동안, 어머니의 심장이 단 한번도 쉬지 않고 펄떡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 소리를 귀가 아닌 온몸으로 들었다. 그것은 맨살에 바로 닿는 햇빛처럼 화끈하고 얼얼하게 다가왔다. 때론 가쁘게, 어느 때는 느긋하게. 리듬과 강약을 조절하며, 진짜 부지런하게…… 나는 하루종일 내 주위를 감싸는 그 ‘떨림’의 실체를 파악하려 애썼다. 지하 벙커에서 모스부호 해독에 열중하는 병사처럼 어깨를 구부린 채 자주 그랬다. 그리고 그 암호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쿵쿵— 혹은 둥둥—이라도 좋았다. 먼 북소리 같기도 하고, 큰 발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하던 무엇. 마치 거대한 누군가가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듯한 울림이었다.

“음. 그게 발소리가 맞기는 하지.”

언젠가 이 이야기를 들려주자, 장씨 할아버지는 그렇게 맞장구쳤다.

“진짜요?”

“그럼.”

그런 뒤 의뭉스런 표정으로 덧붙였다. 녀석의 크기는 어마어마해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데만 평생이 걸리며, 결코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 법이 없다고.

“그래서 그게 누군데요?”

장씨 할아버지는 담뱃진에 찌든 이를 드러내며 살며시 웃었다.

“그러게 그놈 이름이 말이지?”

“네. 할아버지.”

“그러니까 그게 말이야……”

“네.”

“그놈을 좀 아는 치라면 술 안 먹곤 절대 댈 수 없는 이름이지.”

그러곤 끝내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자리에 뻗어버렸다. ‘새끼줄 백 발은 쓸 데가 많아도, 사람 백발은 쓸모가 없네’ 하며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대면서. 자기보다 나이가 세 배는 어린 소년에게 막걸리를 다섯 통이나 얻어먹고 말이다. 엄마 뱃속에 있는 내내, 나는 그 ‘술 안 먹곤 댈 수 없는’ 존재의 기척에 적응해야 했다. 그리고 어느 때는 새삼 놀라, 여진(餘震)에 민감한 순록처럼 긴장해 도망칠 준비를 해야 했다. 하지만 더러 춤추고 싶은 기분도 들었다. 어머니의 심박과 내 것이 겹쳐 종종 음악처럼 들려왔던 까닭이다.

 

‘쿵 짝짝…… 쿵 짝짝…… 쿵쿵 짝짝…… 쿵쿵 짝……’

 

쿵은 어머니 것, 짝은 내 것이었다. 쿵은 센 소리, 짝은 여린 소리였다. 내 심장이 크고 단단해질수록 리듬은 선명해졌다. 나는 여전히 달아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때조차 왈츠라도 추는 양 저절로 움직이는 두 발을 막을 수 없었다. 나는 긴 탯줄에 매달려 그 소리에 집중했다. 어머니의 심장은 오동통한 달처럼 머리 위에 떠, 나무가 초록을 퍼뜨리듯 사방에 비트를 퍼뜨렸다. 그것은 정보량의 기본단위를 말하는 비트(bit)이기도 하고, 가수들이 음악을 만들 때 쓰는 비트(beat)이기도 했다. 나는 온갖 정보들이 폭죽처럼 터지는 암흑 속에서, 내가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박자를 터득하며 우물쭈물 자랐다. 한달, 그리고 또 한달…… 그렇게 살 붙고 귀 밝아지는 사이, 바깥에선 얼마나 많은 색(色)들이 세상 위로 번졌다 쓰러지는지 하나도 모르면서 말이다.

 

어쨌든 쿵!

그리고 짝짝.

한번 더 쿵!

그리고 짝짝.

 

내 염통은 어머니의 심장이 하는 것과 비슷한 일을 했다. 어머니가 나를 만들듯, 나도 열심히 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저 비트(bit)와 이 비트(beat)는 몸 곳곳에 중요한 메씨지를 보내며 삐라처럼 흩날렸다. 걸핏하면 뭔가 ‘되고 싶어지는’ 게, 누가 들어도 참으로 선동적인 리듬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명령어를 전달받은 세포들은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얼마 안 가 내 몸에선 간이 부풀고 콩팥이 여물고 우둑우둑 뼈가 돋아났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트를 맞고, 기관들이 움트며 기지개를 편 거였다. 나는 잘 자랐다. 나 자신도 어리둥절할 만큼 진지하게 무럭무럭. 그리고 어느날, 마침내 내가 사람 비슷한 꼴을 갖추게 되었을 때, 나는 눈을 감고 나지막한 탄성을 질렀다.

‘아……!’

그것은 온힘을 다해 지상으로 떡잎을 키워올린 대지의 전율과 비슷한 거였다. 나는 내 몸 안에 퍼진 수천 갈래의 잎맥을 상상하며, 귀가 아플 만큼 생생한 핏소리를 경청했다. 내가 나의 절벽이 되어, 내가 나의 폭포 소릴 꽉 품었다. 그리고 어렴풋이 ‘아, 가까워서 먼 소리란 이런 거로구나’ 깨달았다.

 

태아 시절, 내가 주로 하는 일이란 잠을 자는 거였다. 그때 나는 눈을 못 떠, 내가 캄캄하게 생긴 존재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한동안 어둠의 몸뚱이는 다 나처럼 생겼을 거라 추측했다. 아마 눈꺼풀을 열 수 있었어도, 빛이 없어서 마찬가지였을 거다. 어느 때는 모든 게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 같아 생시와 분간 못했지만…… 설사 그게 꿈이라도, 한번 꿔볼 만한 꿈이란 건 알 수 있었다. 이따금 어머니와 나는 각자의 꿈속에서 만나, 누구의 꿈자리에서 하는 것인지 모를 두서없는 대화를 나눴다.

‘엄마……’

‘응?’

‘엄마……’

‘그래.’

‘나 자꾸 가슴이 떨려요…… 가슴이 아프도록 뛰어요…… 숨이 넘어갈 것 같은데, 이러다 죽을 것만 같은데…… 도무지 멈출 수가 없어요.’

‘아가야,’

‘네?’

‘나도. 나도 그래. 가슴이 자꾸 뛰어. 가슴이 저리도록 뛰는데, 멈출 수가 없어……’

 

어머니와 나의 합주는 8개월간 지속됐다. 쿵쾅쿵쾅. 우리를 놓아주지 않고, 우리가 놓아줄 리 없는 기척이었다. 아버지는 가끔 어머니의 배에 귀를 댄 채 그 소리를 엿들었다. 그러면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발로 찼다. 딴에는 태아의 안녕을 전한답시고 신호를 보낸 건데, 아버지는 뒤로 자빠지는 척하며 ‘어이쿠’ 엄살을 부렸다. 그런 뒤 짐짓 꾸민 투로 말했다.

“이 자식이 벌써 태권도를 하네? 으응?”

그러고 어머니의 배를 쓰다듬으며 음흉하게 덧붙였다.

“그래 태어나면, 어디 정식으로 한번 붙어보자.”

 

그리고 훗날, 내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됐을 때…… 아버지는 나와 제대로 붙어보는 대신, 사람이 두 팔로 할 수 있는 일엔 주먹질만 있는 게 아니란 걸 넌지시 알려주었다. 활달하고 싱거운 우리 아버지도 3년에 한번은 꽤 진지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게 아마 그날이었지 싶다.

“아버지, 나는.”

“어.”

나는 땅바닥을 보며 미적미적 말을 이었다.

“엄마 뱃속에서 만난 그런 박자를, 그렇게 누군가와 온전히 합쳐지는 기분을, 다시는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아버지는 내가 뭣 때문에 그러는지 짐작하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잠자코 내 얘기를 들어주었다. 그러곤 좋은 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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