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2012년을 어떻게 준비할까

 

백승헌 白承憲  ‘희망과 대안’ 공동운영위원장, 변호사. 민변 회장, 총선시민연대 대변인 역임.

 

심상정 沈相奵  진보신당 전 공동대표. 제17대 국회의원 역임,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

 

이인영 李仁榮 민주당 최고위원. 제17대 국회의원, 2010년 서울시당 지방선거 기획단장 역임.

 

이남주 李南周 성공회대 교수, 정치학. 세교연구소 소장,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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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균

 

이남주 (사회)62 지방선거를 치른 이후, 정당들의 체제정비가 마무리되고 이제 본격적으로 2012년을 향한 경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보개혁세력은 이명박정부의 출범 이후 김대중-노무현정부 10년과는 사뭇 다른 정치환경에 직면했고,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적지않은 혼란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그 대응방안으로 연합정치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었고, 일정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지금도 연합정치는 2012년이라는 권력교체기를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논의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좌담은 연합정치를 주제로 현정국의 성격, 2012년 진보개혁세력의 과제, 연합정치의 실현방안, 연합정치와 진보정치의 관계 등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참석한 세분은 지난 지방선거를 각각 다른 입장에서 치르셨지요. 심상정 전 대표는 지난 17대 국회의원을 하시고 진보신당 대표를 맡으셨다가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하셨습니다. 그후 긴 모색의 시기에 들어서신 것 같은데, 지금 시점의 심정도 듣고 싶어요. 백승헌 변호사는 ‘희망과 대안’에서 활동하시면서 연합정치 협상을 진행해오셨고, 이인영 전 의원은 얼마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되셨죠. 인사말 겸해서 지난 지방선거를 겪으면서 어떤 생각을 갖게 되셨는지 들었으면 합니다. 이인영 최고위원부터 말씀해주시죠.

 

 

6월 지방선거가 한국정치에 말해주는 바

 

李仁榮 민주당 최고위원. 제17대 국회의원, 2010년 서울시당 지방선거 기획단장 역임.

이인영李仁榮

이인영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요인을 저는 세가지로 정리했어요. 우선 진보개혁세력의 요구가 대중의 요구와 맞아떨어졌죠. 친환경 무상급식이나 일자리·교육·복지를 중심으로 한 사람중심의 사회를 내세운 게 주효했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민주당과 진보정당, 시민단체의 연대가 힘을 받으면서 대중에게 승리에 대한 확신을 준 것이 정치전술로서도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후보들이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지방의원의 절반 가까이가 40대인데, 세대교체 측면으로도 분석할 수 있겠지만 교육이나 복지, 일자리, 사람중심의 사회에 대한 이들의 생각이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르거든요. 민주당뿐 아니라 진보정당은 더 그러한데, 이 세가지가 대중의 이해와 요구에 부합했던 거죠. 저는 이것을 더 강화하면 2012년에는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7·28 재보선을 하면서 그 반대로 간 경향이 있었죠. 어쨌든 지방선거 결과가 보여준 가능성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긴 것 같아요.

그런데 민주당 안에서도 우리가 잘해서라기보다는 현정권이 워낙 잘못한 덕이라는 생각이 많아요. 하지만 저는 민주당이 진보개혁세력의 요구에 방향타를 맞추고 독식이 아닌 연대와 단결로 나아가려던 시도가 없었다면 민주노동당도 구청장이나 광역의원 선거에서 후보단일화에 동의해주지 않았을 거고, 진보개혁적 요구를 내걸지 못했다면 진보정당이나 시민단체의 후보에게 표가 더 갔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단지 현정부에 대한 거부라는 측면뿐 아니라, 새로운 사회에 대한 대중의 요구라는 면도 봐야 하고 민주당이 나름대로 그러한 방향으로 변화해간 측면도 적극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정부에 대한 심판의 정서가 크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복지 관련 이슈들이 등장해 사회적으로 공인되는 시점이고, 크게는 2012년 이후를 바라보는 정치적 전환과 재편이 시작되는 과정이죠. 그래서 지금까지는 연대나 후보단일화 같은 연합정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면 앞으로 그걸 뛰어넘어 거대한 재편으로까지 밀고갈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 논의거리로 제시된다고 하겠습니다.

 

李南周 성공회대 교수, 정치학. 세교연구소 소장,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위원.

이남주李南周

이남주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누릴 뿐 아니라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얘기인데, 혹시 본인의 최고위원 당선이 그런 가능성을 좀더 높여준다고 생각하세요?

 

이인영 저희 당원이나 대의원을 만나보면 실제로 변화에 대한 요구가 꽤 크더라고요. ‘빅3’로 나타나는 질서, 그들의 영향력하에 있는 지역위원장, 거기에 일정하게 연관되어 있는 당원이나 대의원 때문에 확 드러나지는 못하지만, 선거를 여러번 치러보면서 변화에 대한 요구가 크다는 것을 체감했어요. 민주당이 확고하게 진보의 길로 가야 한다, 진보정당이나 시민단체와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신뢰가 회복되면 단결과 통합을 거쳐 2012년에 승리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데 일정하게 동의한다고 보여요. 이제 분열된 상태로 이길 수 없고 독식하려고 들면 안된다는 것은 알게 된 것 같고요. 그리고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인보다 전국적인 가능성을 지닌 정치인을 선호하는 경향도 생겼어요. 전략적 투표가 필요하다는 거죠. 물론 젊은 사람이 치고나오면 좋겠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으니까 중간 정도에서 저를 선택한 것 아닐까요.(웃음) 이렇게 이겨야 된다는 생각이 투표심리로까지 이어진다면, 왜 이기고 싶은 걸까 생각해봤어요. 한마디로, 피곤하고 고단한 거예요. 지금 정권과 함께 있는 게 피곤하고 자기 삶이 고단하니까 바꿔야 된다는 거죠. 그런 정권교체 열망이 일단은 600만표를 되찾아오겠다며 대권주자의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부각시킨 손학규 대표에게 모인 거죠. 조금 진보적이고 젊은 세대는 그에 대한 보완으로서 저를 선택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남주 심상정 선생님은 그동안 시련도 많으셨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고민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沈相奵 진보신당 전 공동대표. 제17대 국회의원 역임,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

심상정沈相奵

심상정 제가 소속된 진보신당은 지난 지방선거가 당의 현실로 보나 진보정치 미래로 보나 매우 중요한 계기였어요. 당의 잠재력으로 볼 때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선거전략 실패로 아쉬운 결과에 그쳤습니다. 저도 매우 안타깝고 국민에게 죄송스러웠죠. 미래의 전망을 선취하지 못하는 진보는 단순 저항세력으로 소멸되었던 역사의 교훈을 뼛속 깊이 새기면서 성찰하고 있습니다.

정치에서 시대정신이라는 것은 선거민심으로 표출되잖아요? 지난 지방선거에서 제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민심의 진보화입니다. 많은 분들이 지난 지방선거를 이명박정권에 대한 심판, 그리고 야권연대의 승리라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그 이상의 시대정신의 변화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난 선거에서 국민은 수십년 동안 한국사회를 주도해온 성장개발 담론 대신에 복지·진보를 요구했습니다. 특히 다섯명의 진보교육감이 탄생됐는데, 이는 복지와 진보로 대한민국의 새 판을 짜라는 촉구라고 봅니다. 아까 이인영 최고위원께서 정권교체 얘기를 하셨는데, 저는 이제 우리 국민이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의 의지를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남주 두분 말씀이 같은 부분도 있지만, 통합을 강조하는 것과 수권적 진보정당의 필요성 혹은 시대정신의 전환을 강조하는 것에서 차이가 보이는군요.

 

이인영 저도 민심이 진보했다는 것, 대중의 요구가 진보했다는 점에 동의해요. 그러니까 제가 자꾸 민주당이 진보 쪽으로 가야 한다고 얘기하는 거죠. 그저 제 생각이 옳으니 당이 급진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심상정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정치연합이나 진보개혁세력의 재편 과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데요, 이런 얘기들이 당략적인 정치공학을 넘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민심에 의해 강력하게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국민의 뜻을 좀더 헤아려보면 새로운 시대정신을 받아안을 수 있는 책임있는 진보정치를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삶을 제대로 책임질 수 있는 대안정치세력을 재편해가는 과정에서 야당들 간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경쟁하라는 게 지금 연합정치의 의미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남주 백승헌 변호사님, 이른바 상층연합 사업을 많이 하시면서 느끼신 점이 있다면요?(웃음)

 

백승헌 제가 오늘 여기 초청받은 이유가 6·2 지방선거에서 시민사회의 여러가지 노력에 일조한 면 때문이겠지만, 그보다는 유권자의 한사람으로서 할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에서 초청에 응했습니다.

지난 지방선거가 시민사회 입장에서도 첫 실험인 것은 반대나 비판 위주의 유권자운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