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일 金重一

1977년 서울 출생.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국경꽃집』이 있음. ppooeett@naver.com

 

 

 

아무튼 씨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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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사로 기어들어오려는 새끼 표범 한마리를 쐈더니 목구멍에서 가는 신트림이 가르랑 올라온다 하얗게 저물어가는 새벽의 거대한 궁둥이를 향해 할 말이 있다

엽사는 개머리판을 잡고 있던 손바닥에 찬 땀을 바지춤에 닦으려다가 멈춘다 자신의 굵은 손금을 따라 붉은 초원을 횡단하는 새까만 누(gnu)떼가 보인다 그들은 첨벙첨벙 엽사의 손금에 발 담그고, 목 축이고, 계속 행군한다

엽사는 무리 중 한마리를 잽싸게 조준한다 암사자에게 공격받아 개껌처럼 짓뭉개진 오른팔 대신, 엽총을 어깨에 걸고, 총구에서 기필코 오른손이 불쑥 튀어나와 악수를 청할 때까지, 엽총을 단단히 틀어잡고, 숨을 멈추고…… 사실 엽총 따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