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다시 동아시아를 말한다
‘열린 질문’ 중국의 부상
박민희 朴敏熙
한겨레신문 뻬이징 특파원.
minggu@hani.co.kr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에 두개의 태양이 떠 있다.” 소설가 무라까미 하루끼(村上春樹) 식으로 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계가 이렇지 않을까?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이 어느새 두개의 태양처럼 버티고 있고, 세계가 어디로 향하는지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게 된.
2011년 1월 19일(한국시각 1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끝났다. 세계질서를 새로 짜는 이 ‘세기의 회담’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고, 미국의 압력과 양국의 국내 사정 탓에 중국이 상당히 많은 양보를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발 떨어져 보면, 양국이 세계의 주요 이슈들을 전례 없이 포괄적으로 논의했고, 이전보다 훨씬 깊고 구체적인 논의 끝에 세계질서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동등하게〔平起平坐〕 세계를 논의하는 양극체제의 시대가 온 것이다.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지고 냉전이 끝난 뒤, ‘역사의 종말’이 왔고 미국의 일극지배체제가 영원할 것으로 떠들썩했던 서구의 기대는 20년도 안돼 허물어졌다.
중국의 부상 또는 부흥이라는 역사의 흐름이 세계를 어디로 이끌고 갈 것인가? 중국의 부상이 미・중의 충돌로 이어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일부에선 중국이 현재의 세계화와 무역구조에서 큰 이익을 얻는 수혜자이므로 질서에 도전할 필요가 없고, 다만 서구 주도의 기존 국제씨스템에서 발언권을 강화하는 식으로 적응해갈 것으로 본다.
하지만 다른 편에선 이런 장밋빛 전망을 반박한다. 현재로선 양국의 협력과 갈등이 공존하고 서로 극단적인 충돌은 원치 않지만, 앞으로 중국의 국력이 커질수록 미국의 이익과 충돌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어쩔 수 없이 기존 최강대국과 도전자 사이에 패권을 둘러싼 일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차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독일은 영국의 두번째 수출시장이었고 영국은 독일의 최대 시장으로, 양국이 현재의 미중관계처럼 긴밀히 의존하고 있었지만 전쟁을 피할 수 없었다는 역사도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10~20년 뒤 미중관계가 어떤 모습일지, 세계가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는 수많은 답이 가능한 ‘열린 질문’이다. 앞으로 상당기간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관련된 국가와 사람들이 어떤 전략과 태도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비극적 결말이 나올 수도 있고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국의 부상이 가져올 변화를 진지하게 보고, 우리의 태도를 점검하고 대안을 찾는 작업이다. 한반도가 지구 반대편으로 옮아가지 않는 한, 중국 굴기(崛起)의 가장 강력한 영향권에 위치한 한국에 이 질문은 절실한 과제다.
예상보다 빨라진 중국의 부상
2011년 1월 후 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은 32년 전 떵 샤오핑(鄧小平)이 사실상의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당시와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1978년 12월 중국 공산당 11기 3중전회(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반대파를 제압하고 개혁개방노선을 확정한 떵 샤오핑은 1979년 1월 미국을 방문해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죽의 장막’을 넘어 처음으로 세계무대에 나선 중국 지도자는 자본주의의 상징인 코카콜라 본사와 보잉 공장을 방문했고, 텍사스의 로데오경기장을 찾아 카우보이 모자를 흔들며 미국인의 환영을 받았다. 떵 샤오핑은 미중 화해를 통해 중국의 경제발전에 꼭 필요한 안정적 미중관계라는 수확을 챙겼다. 군사안보 면에서 양국은 소련에 맞서는 냉전의 동지로 끈끈한 관계를 다졌다.
그로부터 32년 뒤 중국과 미국은 ‘적인지 친구인지’ 알 수 없는 라이벌이 됐다. 1978년 미국과 중국의 경제력 격차는 17배였는데 이제 약 2.5배(2010년 GDP 미국 약 14조 6천억달러, 중국 약 5조 9천억달러)로 줄었다. 최근 중국은 젠(殲)–20 스텔스 전투기의 시험비행과 항공모함, 대함 탄도미사일 뚱펑(東風)–21D의 개발 등 급속한 군사현대화를 통해 2차대전 후 어느 국가도 넘보지 못한 미국의 군사적 패권에도 도전장을 던지는 모양새다. 중국의 부상이 뚜렷해진 지난 한해 중국과 미국은 국제무대에서 새로운 위상을 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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