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조명 | 작품론

 

우리가 선택한 고통

박민규 소설집 『더블』

 

 

조연정 曺淵正

문학평론가. 주요 평론으로 「순진함의 유혹을 넘어서」 「멜랑꼴리 쏠리다리떼」 등이 있음. yeoner@naver.com

 

4331

4413

 

 

 

 

 

박민규의 신작 소설집 『더블』(창비 2010)에는 모두 열여덟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의 지난 5년의 발자취가 담긴 이 소설집에서 우리는 무협소설의 코믹한 패러디나 작정하고 쓴 SF도 만나고, 게임이나 영화가 소설로 옮겨진 듯한 장면도 목도하며, 오늘날의 빈곤한 현실에 대한 알레고리나 삶과 죽음에 관한 쓸쓸한 이야기도 접한다. 이처럼 다양한 분위기의 소설들은 시기적 구분과도 무관하게 5년간 동시다발적으로 씌어졌다. 관심이나 태도의 변화를 발견했다고 말하기가 무색하게 박민규는 그간 여러개의 마스크를 번갈아 쓰며 온갖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러니 박민규가 써낸 다채로운 이야기들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저 그가 소설가라는 당연한 사실만이 남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의 소설에서 우리는 대개 심각한 사유의 고통보다 읽는 재미를 얻는다 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블』은 박민규가 쓴 두권의 소설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