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다시 동아시아를 말한다
작은 섬, 큰 문제*
센까꾸/땨오위의 역사와 지리
개번 매코맥 Gavan McCormack
호주국립대 명예교수. 동아시아 역사와 국제관계 연구자로 명성이 높음. 국내 소개된 저서로 『일본, 허울뿐인 풍요』 『종속국가 일본』 『범죄국가, 북한 그리고 미국』 등이 있음.
‘센까꾸제도의 날’
2011년 1월 14일, 오끼나와(沖繩)의 이시가끼시(石垣市)에서는 ‘센까꾸제도 개척의 날(尖閣諸島開拓の日)’ 기념식이 처음으로 열렸다. 116년 전, 일본에서는 센까꾸(尖閣)로, 중국에서는 땨오위(釣魚)로 알려진 작은 바위섬들이 일본에 합병되었음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이시가끼시가 이 기념일의 모델로 삼은 것은,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독도(獨島)와 타께시마(竹島)로 불리는 섬이 100년 전 일본에 합병된 것을 기념해 2005년 시마네현(島根縣) 의회가 제정한 ‘타께시마의 날’이었다. 시마네현의 결정은 한국에서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이시가끼시의 결정이 중국에 불러일으킨 영향 역시 그에 못지않아 보인다.
독도/타께시마와 센까꾸/땨오위, 이 작은 섬들에 대한 주권행사 문제를 둘러싸고 동아시아는 여전히 갈등상태에 놓여 있다. 두 경우 모두 일본 식민주의, 그리고 미국이 강제한 1945년 이후의 동아시아 냉전질서의 역사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일본은 청일전쟁이 한창이던 1895년 센까꾸/땨오위를 지배했고, 러일전쟁 중인 1905년 독도/타께시마를 일본 국내로 편입했다. ‘제국 일본’의 붕괴 이후 후자의 지배권은 한국이 갖게 되었고 전자는 27년간의 미국 군사통치를 거쳐 일본으로 갔지만, 주권 문제에 대한 애매한 입장표명은 결과적으로 이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21세기에 아시아지역의 국가들이 이러한 분쟁들에서 평화롭고 공정한 해결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는, 일본의 제국주의와 미국의 냉전헤게모니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와도 같다.
사건
2010년 9월 7일 아침 중국의 트롤어선 민진위(閩晉漁) 5179호와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일본에서는 센까꾸로, 중국과 대만에서는 땨오위 또는 땨오위타이(釣魚台)로 불리는 섬들 인근 해역에서 두차례 충돌했다.1 이 섬들은 일본의 실효지배하에 있지만, 중국과 대만 역시 영유권(領有權)을 주장하고 있다. 어선 선장 잔 치슝(詹其雄)은 순시선의 퇴거명령을 거부했다. 일본측은 어선이 고의로 순시선을 들이받았으므로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정부는 센까꾸제도가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라는 데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천명했고, 이 사건은 영유권 분쟁 또는 외교적 문제가 아니며 선장은 단지 일본법 위반(공무원의 임무수행 방해) 때문에 조사중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센까꾸 영유에 분쟁의 소지가 없다는 일본의 공식 입장에는 처음부터 많은 의문이 있었다. 중국(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 모두)은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지 센까꾸제도를 통치한 미국은 오끼나와의 ‘시정권(施政權)’2을 일본에 이양할 당시 센까꾸제도의 귀속에 관해서는 조심스레 애매한 입장을 취했고, 그러한 입장은 이후의 여러 사건들에서도 반복되었다.[3. Kimie Hara, <
- 이 글에서 쓰인 ‘센까꾸’라는 표현은 주권 또는 ‘적절한’ 명칭이란 함의가 없는 것임을 밝혀둔다. ↩
- 1945년 이래 오끼나와를 군사적으로 점령한 미국은 1952년 4월 28일부로 발효된 쌘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제3조에서 오끼나와에 대한 일본의 ‘잔존주권/잠재주권(residual sovereignty)’은 인정하되 오끼나와에 대한 실제적 통치권, 즉 “행정, 입법, 사법상의 권력을 행사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했다. 이러한 규정은 미국이 대서양 헌장에서 천명한 새로운 영토지배의 부정 원칙에 따라 오끼나와를 미국의 속령으로 편입하지 않고 명목상 일본의 영토로 남겨두되, 이후 오끼나와를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한 제도적 장치였다—옮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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