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저탄소 정책의 좌절과 에너지 계획의 전망

MB정부와 참여정부의 비교

 

 

이필렬 李必烈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과학사·화학. 파시브하우스디자인연구소장. 저서로 『에너지 대안을 찾아서』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등이 있음. lprlso@gmail.com

 
 

우리는 지금 두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기후변화는 우리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해졌고, 에너지자원 고갈은 개인과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4년 전과 5년 전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4차 보고서와 ‘스턴 보고서’(Stern Review on the Economics of Climate Change)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나왔고,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그나마 견딜 만한 2도 안으로 억제하는 것이 어려우리라는 우려의 소리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이러한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2006년의 380ppm에서 390ppm으로 증가했다. 산업화 초기의 280ppm에 비하면 40%나 증가한 셈이다.1)

에너지자원을 대표하는 석유도 공급과 가격 면에서 큰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고, 이는 미국경제와 세계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2008년 여름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가까이 치솟은 후 미국에서 금융과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닥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1달러 상승하면 미국내 소비능력이 1400억달러 줄어든다. 그런데 2007년 마지막 4분기부터 2008년 가을까지 미국에서 바로 이러한 일이 벌어졌고,2) 곧이어 금융위기가 왔다.3)

기후변화와 에너지자원 고갈은 모두 인류의 과도한 화석에너지 소비 때문에 일어났다. 현대문명을 가능하게 만든 석유와 석탄이 이제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에너지는 인류의 가장 핵심적인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특히 정치의 핵심주제로 자리잡아야 한다. 국제정치에서는 적어도 기후변화와 관련해 그렇게 된 것처럼 보인다. 현대세계에서 다른 어떤 문제를 가지고도 지구상 거의 모든 국가의 대표들이 20년 가까이 한해도 거르지 않고 회합한 일은 없었다.

인류가 두 위기에 직면해 있고, 위기의 근원은 에너지에 있으며, 따라서 에너지가 정치의 핵심주제여야 한다는 것은 한국의 에너지정책을 논할 때도 주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당연히 이명박정권과 노무현정권의 에너지정책을 평가할 때도 그들이 얼마나 절실하게 그런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는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한국의 에너지 미래를 개척하여 위기를 해결하고자 했는가가 그 기준이 되어야 한다. 즉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놓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4)

 

 

핵폐기장 건설로 좌초한 참여정부 에너지정책

 

한국의 에너지정책에서 ‘정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행정관료의 관성적 정책집행과 대통령의 말이 무엇보다 앞선다. 특히 관료의 힘은 어떤 정치적 요구보다 강하다. 국민참여의 기치를 내건 노무현정부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히려 노무현정부는 에너지정책 면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도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행정관료와 준관료인 공기업 엘리뜨에게 끌려갔다.

노무현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떠안은 에너지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