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일본 원전사고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윤순진 尹順眞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기후변화・환경정책. 에너지전환 전 대표. 저서로 『기후붕괴의 시대』(공저)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위험 거버넌스』(공저) 등이 있음.

 

장정욱 張貞旭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원전정책・환경경제. 주요 논문으로 「동아시아 원전 확산의 추이와 과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왜 문제인가」 등이 있음.

 

이필렬 李必烈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과학사・에너지정책. 저서로 『다시 태양의 시대로』 『에너지 대안을 찾아서』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과학, 우리시대의 교양』 등이 있음.

 

ⓒ이영균

ⓒ이영균

 

이필렬 (사회) 후꾸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일어난 지 거의 두달이 되었는데도 아직 진행중입니다. 일본사회의 충격이 대단히 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여러 나라의 원자력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정책에 대한 검토 움직임은 없지만, 원자력발전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는 조금씩 늘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오늘은 일본의 현상황을 살펴보고, 한국 원전의 안전성과 에너지정책, 세계의 반응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제 소개를 드리면, 방송통신대에서 일하고 있고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는 1994년경부터 거의 20년간 공부하고 발언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원자력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전달하려는 생각에서 글을 좀 쓰다가 에너지전환에 대한 공부로 넘어왔고, 지금은 에너지를 아주 적게 쓰는 파씨브하우스(Passivhaus)를 짓는 일을 통해서 에너지전환을 실천해보자는 데까지 왔습니다.

 

尹順眞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기후변화・환경정책. 에너지전환 전 대표. 저서로 『기후붕괴의 시대』(공저)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위험 거버넌스』(공저) 등이 있음.

尹順眞

윤순진 저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재직중이고 전공은 환경정책・에너지정책, 관심사는 기후변화입니다. 주로 기후변화의 정치경제학, 환경정의와 기후정의, 에너지대안, 원자력과 방사성폐기물 처리 등에 대해 이야기해왔습니다. 특히 에너지나 기후변화의 문제는 정의로운 생태적 전환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생태민주주의와 이런 문제들을 연결해서 다루고 있어요. 이필렬 선생님에 이어 시민단체 ‘에너지전환’의 대표를 맡기도 했고요.

 

장정욱 저는 일본 마쓰야마(松山)대학 경제학부에서 환경·에너지경제학, 지방재정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원자력정책론 강의를 담당하고 있고, 주로 일본의 원자력손해배상제도 및 발전소주변지원사업제도 (전원삼법電源三法)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해왔습니다. 최근은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와 고속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환경회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후꾸시마 원전,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

 

이필렬 후꾸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이 자리가 마련되었으니 그 현황부터 이야기해보죠. 311일 지진이 일어나고, 후꾸시마 원전에 전력공급이 끊기면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후 전개된 상황에 대해 장교수님이 말씀해주시죠.

 

張貞旭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원전정책・환경경제. 주요 논문으로 「동아시아 원전 확산의 추이와 과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왜 문제인가」 등이 있음.

張貞旭

장정욱 429일까지의 상황을 말씀드리면, 311일 이후 사고수습에서 진전은 거의 없습니다. 주입하던 바닷물이 민물로 바뀐 것, 324~25일경부터 중앙제어실 등에 부분적으로 전원이 들어온 것 외에 상황은 도리어 악화되었습니다. 원자로 및 수조의 냉각은 어느정도 되고 있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새어나온 물, 즉 고농도의 오염수가 427일까지 약 87500톤이었는데 매일 약 500톤이 늘고 있습니다. 원자로가 언제 완전히 안정될지 모르고, 또 오염수의 처리도 문제입니다. 6월부터 원전 외부에 오염수의 처리시설을 설치한다고 합니다만, 언제 완성될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죠.

현재 가장 위험한 것은 1호기와 4호기입니다. 1호기의 경우, 원자로를 둘러싼 격납용기 속에 물을 채워서 원자로 속의 연료봉을 냉각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4호기는 수조가 문제입니다. 현재 수조 안에 약 1500다발 정도의 사용후 핵연료가 있는데 이 열이 엄청납니다. 4호기 자체의 폭발뿐 아니라, 3호기의 수소폭발이 있었을 때도 수조의 구조물이 꽤 파손되었습니다. 지금 보강을 하고 있습니다만, 열도 계속 나오고 있고 구조물이 워낙 약해져 있어서 여진이나 태풍 등에 파손된다면 큰 위험이 될 것입니다.

 

이필렬 오염수 87500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저는 사고 후 바닷물을 부어넣어서 식힌다고 했을 때 처음에 든 생각이, 원자로 안에서 붕괴열이 계속 생성되니 계속 물을 부어야 할 테고, 그러면 결국 냉각수는 바다로 흘러들어가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일본당국도 이런 예상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왜 나중에서야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는지 의문입니다.

 

장정욱 그 시점에서는 곧 안정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거죠. 배관을 통해서 압력제어실 및 복수기 탱크 같은 씨스템으로 들어가리라고. 그런데 배관 및 격납용기가 손상되어 물이 자꾸 새어나가니까, 냉각이 잘 안되는 상태에서 계속 부어넣게 된 거죠. 증기로 변해서 빠져나가는 것도 있습니다만, 녹은 연료봉이 밑에 고여버린 상황이 된 것이죠. 현재는 증기로 발생할 수 있는 정도로만 물을 넣고 있습니다. 새어나오기 때문이죠.

 

李必烈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과학사・에너지정책. 저서로 『다시 태양의 시대로』 『에너지 대안을 찾아서』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과학, 우리시대의 교양』 등이 있음.

李必烈

이필렬 수소폭발 사고가 일어난 후 처음에는 담수를 위에서 들이부어서 냉각을 시도했지요. 그런데 그게 잘 안되고 핵연료 손상과 노심용융이 계속 진행될 위험이 커지니까 결국 바닷물을 부어넣겠다는 결정을 한 것인데, 이때는 이미 연료봉도 일부 녹아버렸지요. 토오꾜오전력(東京電力)이라든가 일본정부에서 사태를 상당히 가볍게 진단을 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장정욱 사고 발생에 두가지 원인이 있는데 첫째, 쓰나미에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침수된 것입니다. 둘째,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하더라도, 바닷가의 해수(냉각수) 취수펌프의 모터가 침수된 점입니다.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장치가 전부 고장나버린 거죠. 일본정부가 늘 말해온 것은, 모든 전원이 한꺼번에 끊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즉 정상가동의 경우에는 내부전원이 있고, 비상시에는 외부의 다른 발전소에서 끌어오는 전력도 있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지진으로 송전선, 변전소가 다 넘어가버렸어요.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사용 불가능일 경우에는 배터리와 ‘자연순환’(격리시 냉각계, RCIC)을 이용하는데, 배터리는 8시간 정도의 용량밖에 없는 것으로 일본정부도 이 8시간 안에는 전원이 복구될 것이라고 기대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열흘이나 걸렸어요.

 

윤순진 한국정부는 우리 원전은 이런 사태에 공급할 수 있는 전원이 더 많고 공급시간도 8시간이 아니라 72시간이라고 강조하는데요. 이 차이가 의미가 있나요?

 

장정욱 국내 원전의 경우, 증기발생기에 남아 있는 증기로 움직이는 펌프와 72시간 사용할 용량의 비상용 물탱크가 있습니다. 발전기가 멈추더라도 증기의 힘으로 72시간 동안 원자로에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으로 자연순환이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양이 부족해 완전한 냉각이 불가능합니다. 또한 배관이 손상되지 않았다는 조건하의 이야기예요.

 

윤순진 87500톤이라는 양이 얼마나 큰지 가늠하기 힘든데요. 한국 환경사고 역사상 최악의 사태였다는 2007년 삼성중공업 허베이 스피리트호 원유유출사건 때 흘러나온 기름이 1900톤이니, 그 여덟 배의 양이라는 거죠.

 

이필렬 게다가 그 오염의 정도가 심하다는 게 문제죠. 네군데 원전에서 방사능이 얼마나 나왔는지 체르노빌 사고와 견줘볼 수 있을까요?

 

장정욱 한국의 원자력안전기술원에 해당하는 일본의 원자력안전보안원은 37만 테라베크렐(TBq), 안전위원회는 63만 테라베크렐이라고 밝혔습니다. 37만이면 체르노빌의 방출량 520만 테라베크렐의 약 14분의 1이죠. 여기에는 바다에 흘러나간 양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지금도 매일 계속 나오고 있고요. 1, 2, 3, 4호기 합계 출력은 체르노빌의 약 3배입니다. 다른 호기의 수조를 포함하면 약 8배의 방사성 물질을 가지고 있는데, 만약 하나라도 폭발사고가 나면 어마어마한 피해가 예상됩니다.

 

이필렬 프랑스 쪽의 발표자료를 보니, 이번 방출량이 체르노빌의 10분의 1정도라고 했어요. 당시 일본사회의 반응은 외부의 발표가 너무 과장되지 않았냐는 것이었죠. 하지만 결국 일본정부가 사고등급을 4에서 5로, 사고 한달 후인 412일에는 다시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등급인 7로 올렸는데, 37만 테라베크렐이면 체르노빌 방사능 누출량의 10% 정도, 63만 테라베크렐이면 15% 가까이 됩니다. 바다로 흘러나간 것은 포함시

저자의 다른 글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