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미국대학 우위론을 다시 생각한다

 

 

하워드 홋슨 Howard Hotson

옥스포드대학 쎄인트앤즈 칼리지 교수, 근대지성사. 저서로 Commonplace Learning: Ramism and its German Ramifications, 1543-1630 등이 있음.

 

*이 글의 원제는 “Dont Look to the Ivy League”이며, London Review of Books Vol. 33, No. 10, 19 May 2011에 수록된 것을 번역했다. ⓒ Howard Hotson 2011/한국어판 ⓒ 창비 2011.

 

 

브라운 보고서(Browne Report, 대학에 대한 정부보조금 삭감과 등록금 상한선 폐지 및 등록금의 대학 자율운영을 골자로 하여 20101012일에 발표된 영국의 고등교육정책 보고옮긴이)와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핵심은 하나의 단순한 개념인데 경제학에 근거를 두었다는 주장이다. 즉 고등교육 부문에 시장의 힘을 도입하면 (교육의)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가격은 낮출 거라는 발상이다. 이러한 결과를 예언하는 장관들의 자신감은 정반대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만 아니라면 한층 안도감을 줄 법도 하다. 수업료의 상한선인 9천파운드(한화 1620옮긴이)에 근접하는 부담을 학생들에게 부과하는 대학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이는 산업부 장관 빈스 케이블(Vince Cable)이 거듭 주장한 것과는 정반대로 대학의 합리적인 경제적 이해관계에 부합한다. 대학교육의 수준으로 말하자면—대학・과학부 장관 데이비드 윌레츠(David Willets)가 작년에야 대학의 지위를 부여한—BPP 유니버씨티 칼리지를 소유한 미국 회사는 주주들을 속인 것이 발각된 후 미국 대법원에서 패소했고, 학위의 직업적 가치를 학생들에게 속였다는 이유로 미국 고등교육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주로 수업료를 통해 대학교육의 재원을 마련하는 근거 중 하나가 영국의 대학에 민간 공급자들이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런 뉴스는 정부 정책의 타당성을 더욱 의심스럽게 만든다.

대학의 수준이 언급될 때마다 으레 비교근거로 드는 것은 THEQS 연간 세계대학순위다.* 2004년 이래 이 순위표는 ‘미국 대학들이 세계순위를 지배한다’는 식의 머리기사와 함께 발표되었다. 그리고 매년 순위는 대동소이하다. 평균적으로 미국이 상위 20개 대학 가운데 13개를 차지하는 반면, 영국은 4개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 대학은 순위표의 하위권에서도 영국 대학을 능가하고 있으며, 미국의 이 자연스런 우위에 어떤 나라도 도전조차 하지 못한다.

정부정책이 지금처럼 시장원리를 열광적으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바뀌는 데 이런 순위표가 기여했음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 표에서 언제나 상위권을 차지하는 13개의 미국 대학 가운데 하나를 제외하면 모두 사립대학인데, 신자유주의적 성향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현상을 우연으로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미국 사립대학들의 전지구적 우월성이 경쟁적 시장원리를 받아들인 결과라면 그런 시장이 영국에 도입되는 즉시, 우리도 ‘수준을 올리는’ 시장의 마법을 보기 시작할 것이다. 영국 고등교육을 민영화하고, 미국 대학과 경쟁하고, 영국에 사립대학을 세우기 위해 미국 회사들을 불러들이는 정부의 열의는 모두 같은 맥락이다. 이 순위표의 상위권을 장악한 미국 대학의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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