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한국의 핵발전과 사고사회
홍성태 洪性泰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저서로 『개발주의를 비판한다』 『대한민국 위험사회』 『민주화의 민주화』 『생명의 강을 위하여』 『토건국가를 개혁하라』 등이 있음.
hongst3@sangji.ac.kr
1. 후꾸시마의 위기
2011년 3월 일본의 후꾸시마(福島) 핵발전소에서 연료봉의 용융(鎔融)과 폭발이 일어났다. 핵발전소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최악의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또다시 세계가 핵발전소의 위험에 경악하게 되었고, 독일과 이딸리아 등의 나라에서는 핵발전 정책의 폐기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핵발전을 중단하라는 탈핵(脫核)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계속해서 핵발전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해서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우리는 조만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들이 될 수도 있다.
흔히 극히 위험한 방사성 폐기물인 핵폐기물의 발생 때문에 핵발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핵발전은 굳이 핵폐기물이 아니더라도 지속될 수 없다. 무엇보다 인류는 핵발전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고온을 결코 완전히 안전하게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키는 절대적인 위험시설이다. 이제 겨우 57년에 이른 핵발전의 역사에서 이미 이 점은 명확히 드러났다.
세계 최초의 핵발전은 소련에서 이루어졌다. 1954년 6월 27일에 운전을 시작한 오브닌스끄(Obninsk) 핵발전소(흑연감속형원자로)가 인류 최초의 핵발전소다. 소련은 이 시설을 내세우며 자본주의 미국과 달리 자기들은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핵발전소의 위험성은 사실상 핵폭탄과 다르지 않다. 소련은 사회주의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위험을 은폐했던 것이다. 세계 최초의 상업용 핵발전은 영국에서 이루어졌다. 1956년 10월 17일부터 가동된 영국의 콜더 홀(Calder Hall) 핵발전소(기체냉각형원자로)가 그것이다. 당시 영국도 핵폭탄이 터지면 책상 밑에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 괜찮다고 국민에게 홍보하는 수준이었다. 소련과 영국 두 나라에서 모두 핵발전은 현대 과학기술의 최고봉이라고 선전되었다.
그러나 핵발전은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다. 그것은 폭발과 오염으로 요약된다. 핵발전은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을 연료로 이용해 높은 열을 발생시키고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항상 방사능 오염이 일어난다. 나아가 연료봉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엄청난 고온의 연료봉이 녹아서 원자로를 녹이고 발전소를 폭발시킬 수 있다. 이 폭발 자체로 인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강력한 방사성 물질의 다량 유출에 따른 오염이다. 그 오염의 범위는 사실상 지구 전역에 이른다. 우리 몸이 방사능에 오염되면 살이 녹고, 세포가 죽고, 유전자가 변형되고, 암이 발병되며, 기형아를 출산할 수 있다. 방사능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를 영원한 지옥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찬핵파는 핵발전소의 폭발이란 100만년에 한번 일어날 사고, 즉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사는 찬핵파의 주장이 거짓임을 명백히 입증한다. 인류는 불과 57년밖에 되지 않는 핵발전의 역사에서 이미 세차례의 연료봉 용융을 경험했고, 그중에서 두차례는 핵발전소 폭발로 이어져 엄청난 피해와 문제를 일으켰다. 우리는 역사의 교훈에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 현재의 풍요에 영혼을 팔고 미래를 저버려서는 안된다.
최초의 용융 사고는 1979년 3월 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 섬에 있는 핵발전소에서 일어났다. 상업운전을 한 지 불과 넉달 만에 기술자의 실수로 연료봉이 녹고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된 것이다. 이 사고는 다행히 폭발을 막아 큰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다. 그러나 두번째는 달랐다. 1986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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