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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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정 全孝貞

연세대 인문과학부 1. 1992년생.

gldjfj1343@naver.com

 

 

 

산책하는 이의 즐거움

 

 

잠을 자려고 누워 있으면

저 멀리서 코끼리가 다가오네요.

으쓱으쓱 조용히 다가온 코끼리는

제 가슴에 발을 올리고서 가만히 내려다봅니다.

 

코끼리의 발에 밟혀 죽을지도 몰라요.

얼른 옆에 있는 불치병 환자가 꼭 읽어야 한다는 책을 꺼냅니다.

그렇게 한참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코끼리는 사라지고

조용한 휴식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책을 읽으면 피곤해서 코끼리가 슬며시 사라지거든요.

잠에 빠져들기 전에 책 속에서 읽은 내용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불치병 환자인 저자의 말대로

다음날부터 산책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벌레는 스스로의 고통을 알아채지 못하고

코끼리가 주변을 성큼성큼 돌아다닐 때

집 앞에서 살짝 발을 내밀어봅니다.

저 멀리서 코끼리가 으쓱으쓱 다가오네요.

그러고는 가슴에 두 발을 올리고 말합니다.

‘벌레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죽을지도 모르지만 목이 휘어질 만큼 좌우로 힘껏 고개를 흔듭니다.

코끼리는 슬며시 가슴에 얹은 발에 힘을 주네요.

가슴을 저리는 압박에 저절로 고개가 하늘로 향하고 깨끗한 것이 보입니다.

가슴에 실린 코끼리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그저 웃으며 ‘그것’을 바라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