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조명 | 황정은 소설집 파씨의 입문』 | 작품론

 

시대의 빈곤을 응시하는 가난한 언어

 

 

정홍수 鄭弘樹

문학평론가. 평론집으로 『소설의 고독』이 있음. myosu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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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정은(黃貞殷)은 용산참사에 대한 르뽀 형식의 산문 「입을 먹는 입」(문학동네 2009년 겨울호)을 발표한 바 있다. 같은 제목이 그녀의 장편 『의 그림자』(민음사 2010)의 세번째 소제목에도 나온다. 2009823일, 남일당 분향소 앞을 지나가던 한 경찰은 분향을 요구하며 막아서는 유족의 입을 주먹으로 가격한다. 그리고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다. 황정은은 르뽀에서 쓴다. “사람은 입을 맞으면 아프다.” 『의 그림자』의 세번째 장 ‘입을 먹는 입’에서 유곤이라는 인물은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죽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아버지는 타워크레인의 추에 깔려 압사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어머니는 말을 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