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우치 요시미 선집』(윤여일 옮김, 이하 『선집』)이 나왔다.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내심 얼마간의 두려움도 함께 찾아온다. 이 책의 번역에 어느정도 연루된 처지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역자 후기」, 1권 435면), 그래도 솔직한 심정이다. 타께우찌 요시미(竹內好)를 읽는 일은 여전히 곤혹과 고통이 수반되는 탓이다. 그 불편함을 침착하게 대면하기가 그다지 쉽지 않다. 그래서 회피하고 싶었고 짐짓 잃어버린 듯 흘려놓았다. 그렇게 떠넘기고 싶었는데, 이제 반송된 편지를 다시 쥐고 망연자실이다. 어디를 열어도 동일한 음성과 표정. 아무런 추궁도 하지 않는 타께우찌 앞에서 나는 늘 추궁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