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목소리

 

2013년체제와 한반도경제 구상

 

봄호 특집은 2013년체제 논의에 대해 각 영역별로 청사진을 보여주었다. 그중 이일영의 ‘한반도경제’에 관한 글을 흥미롭게 읽었다. 그의 주장은 네트워크의 마디(node)를 국가 차원만이 아니라, 그보다 작은 도시 차원에서도 설정하여 3중의 네트워크를 구상해보자는 것이다. 그것은 남한에 국한된 소삼각 네트워크, 각국 지역도시들의 중삼각 네트워크, 그리고 국가 수도를 잇는 대삼각 네트워크로 구성된다. 저자는 이 각층의 네트워크가 세계체제·분단체제·국내체제에 조응한다고 보고, 이러한 다층 네트워크 구상으로 각 체제를 혁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 글이 거시적 수준에서 밑그림을 그리는 시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몇가지 아쉬움은 남는다. 먼저 2013년체제 논의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다. 2013년체제론은 정권이 교체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논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MB정권 시기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이명박시대’가 전임 대통령 정권과 한 흐름 상에 있는지, 아니면 본질적으로 다른지에 대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둘째로 도시간 네트워크가 이론이 아닌 실천의 차원에서 실행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그가 말하는 월경(越境)적·지역적 네트워크 관계는 국가주의를 벗어나기 위한 좋은 구상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동아시아 국가의 도시들이 중앙정부로부터 자율성을 크게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런 구상이 과연 가능할지 회의적이다. 또한 한반도를 중심에 놓은 동아시아 네트워크는 그야말로 한국 중심의 이상론이 아닌가 싶다. 2013년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고, 2012년 현재의 상황도 유동적이다. 필자의 제안에 여러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2013년을 기다리는 우리는 희망을 놓아서는 안될 것이다.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서로 이야기하면서 희망적인 내일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그리고 도래하지 않을 수도 있는 2013년체제를 논의하는 의미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정무용 myong0318@hanmail.net

 

 

교육의 2013년체제를 함께 만들자

 

지난 322일 ‘인문까페 창비’에서 열린 독자모임에 다녀왔다. 이기정, 이범 선생님과 함께한 교육의 2013년체제에 대한 토론은 초등교육에 몸담고 있는 나에게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행정기관이라는 이기정 선생의 봄호 글과 당일 강연이 기억에 남는다. 교육외적 업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학교의 기본제도와 더불어,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30명을 훌쩍 넘는 학급당 학생수, 사교육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활기 없는 표정, 교사와 학교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잃어버린 아이들…… 현장에 뛰어들고 보니 우려했던 것보다 학교 붕괴는 심각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아니 있어야만 하지 않는가. 이기정 선생이 주장한 대로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바꾸는 것,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것, 붕괴되어가는 학교 교실을 되살리는 것 가운데 초등교사인 나에게 아무래도 와닿는 것은 학교 교실을 되살리는 방법이다. 초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의 학습 능력과 속도의 차이는 엄청나다. 30명이 넘는 학생들 각각의 능력에 맞는 수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학년 학점제 단계별 수업까지는 아니더라도 수학, 영어처럼 수준차이가 많이 나는 과목은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 빨리 학급당 학생수를 감축하는 것이다. 교사가 차원 높은 수업을 하기 위해서도, 학생이 질이 높고 알찬 수업을 받기 위해서도 이 문제의 해결은 시급하다. 물론 한꺼번에 많은 제도가 시행되기는 어렵겠지만 하나씩 체계적으로 해나간다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작은 목소리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망이 모이면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이선화 julie1950@hanmail.net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모델은 무엇인가

 

2012년은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프랑스, 중국 등 많은 국가가 총선, 대선 같은 주요 선거를 치른다. 올해 치러지는 선거에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적인 경제침체와 심해지는 양극화 탓에 갈수록 사람들은 사회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2012년 선거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가지고 있는 정당과 인물을 뽑아야 할 것이다. 양적 성장 대신 질적 성장, 즉 어떠한 성장이냐를 묻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런 면에서 재벌, 관료, FTA 등 지금의 대한민국이 꼭 해결해야 할 문제를 다룬 대화 「2013년 이후 무엇을 먹고살까」를 관심있게 읽었다. 성장을 위한 성장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 그리고 사회안전망의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이 공감할 만한 ‘새로운 성장모델’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고민은 특히 진보정당이 해야 할 몫이라고 본다. 대화에서 한 참석자는 언론이나 정치권 모두 대중의 분노를 부추기고 그 분노 위에서 권력을 획득하려고 애쓴다는 점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분노는 국민을 정치영역으로 이끄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지만 그런 식의 접근은 정치의 과잉으로 이어질 뿐, 결국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올해 양대 선거를 통해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서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는 그런 정당과 정치인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아이디 sinclairfreelora@naver.com

 

 

재앙과 종말의 시대를 감지하는 문학

 

봄호의 문학평론 중 황정아의 「재앙의 서사, 종말의 상상」은 그 자체로도 날카로운 평문이지만 비슷한 주제의식을 가진 배지영의 단편소설 「그들과 함께 걷다」와 함께 실려 더욱 의미있게 읽었다. 또한 작가조명의 주인공인 황정은의 소설 중에도 비슷한 범주로 묶일 만한 작품이 있어 이 주제에 대해 두루 고민해볼 수 있었다. 황정아가 지적한 바와 같이 삶의 한가운데에 있을수록 재앙과 파국에 대한 감각은 더욱 예민해진다. 2000년대 이후 문학의 흐름을 짚어나가는 이 글에서 젊은 작가들과 그 세대가 처한 삶의 상황 변화를 예리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작가조명에 실린 정홍수의 작품론 「시대의 빈곤을 응시하는 가난한 언어」는 황정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사회현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문학과 관련된 지면이 전체적으로 통일된 인상을 주었다. 다만 한가지 덧붙이자면, 이장욱이 진행한 인터뷰의 경우 스스로 “그〔황정은〕를 조용한 괄호 안에 넣어두고 싶은 욕심”이라고 말한 감정 때문인지 지나친 거리두기가 있었는데, 자주 노출되지 않는 작가이니만큼 좀더 독자의 입장에서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윤이나 nafly001@naver.com

 

 

걸어다니는 시체들의 세상

 

배지영 단편 「그들과 함께 걷다」를 순식간에 읽었다. 배경도 주인공도 나와는 거리가 있지만, 소설의 많은 것들이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닮아 있다. 주인공은 지하에서 고된 일을 하던 남자와 여자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소외된 인물들이 멸망 후 세상의 아담과 이브가 되었다. 반대로, 지상에서 활보하며 살아가던 도시인들은 걸어다니는 시체, ‘걷는 자’로 소설에 등장한다. 심장이 뛰지 않고 더는 숨쉬지 않는데도 끝없이 걷기만 하는 그들은 우리 사회의 인간상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주인공 남자는 이 ‘걷는 자’들을 강물로 밀어넣어 흘려보낸다. 죽었으나 죽지 못한 자를 비로소 죽은 자로 만드는 남자의 일은, 현실에 찌들어 사는 현대인을 비로소 쉬게 해주는 일종의 구원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문지희 qlchlrh0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