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411총선 이후의 한국정치

 

 

백낙청白樂晴

서울대 명예교수, 『창작과비평』 편집인. 저서로 『2013년체제 만들기』 『어디가 중도며 어째서 변혁인가』 『백낙청 회화록』 등이 있음.

 

윤여준 尹汝雋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장. 제16대 국회의원, 환경부 장관 역임. 저서로 『대통령의 자격』 등이 있음.

 

이해찬李海瓚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제19대 국회의원 당선자. 제13~17대 국회의원, 교육부 장관, 국무총리 역임. 저서로 『광장에서 길을 묻다』(공저)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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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樂晴 서울대 명예교수, 『창작과비평』 편집인. 저서로 『2013년체제 만들기』 『어디가 중도며 어째서 변혁인가』 『백낙청 회화록』 등이 있음.

백낙청 (사회)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호 대화에서는 4월 총선 후 우리 정치와 사회의 진로에 대해 점검해보려 합니다. 윤여준 이사장님께서는 정・관계의 경험이 남달리 풍부하신데다가 지금은 현역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자유롭게 말씀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최근엔 스테이트크라프트(statecraft, 治國經綸)와 대통령의 자격에 대한 저서까지 내셨지요.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께서는 그야말로 선수와 평론가를 겸한 정치인이십니다. 창비가 두분을 모시기로 했을 때, 이 전 총리께서 국회의원 당선은 확정된 후지만 당대표 출마설이 나돌기는 전이었어요. 어쨌든 민주당을 대표하는 입장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을 듣고자 모신 겁니다. 우선 411총선이 끝났고 19대 국회의 윤곽이 드러났는데 이번 선거결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시지요.

 

 

야권은 제대로 반성하고 있나

 

이해찬 선거 시작할 때는 각 당이 130석 내외로 승부가 날 거라고 봤어요. 잘하면 130~40석, 못하면 120석이 되리라 싶었는데 결과는 새누리당 152석 대 민주통합당 127석이었죠. 첫째로 꼽을 건, 새누리당이 선거기간 관리를 잘했어요. 162석인 거대한 당이 분열되지 않고, 말하자면 예전의 친박연대 같은 것이 나타나지 않았고 탈락자도 무소속 출마를 거의 안했죠. 둘째는 역시 지역주의와 소선구제의 한계죠. 다만 부산・경남 지역의 야권 득표율이 40%라는 게 긍정적이에요. 전국단위 선거에서는 많이 올라간 편이고, 고루 40%대가 나왔다는 점은 지역주의가 서서히 녹아가고 있다는 조짐입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범야권진영의 득표수는 범여권과 별 차이가 없었어요. 대선 구도로 보자면 승패가 예측 불허인 득표수를 보여줬기 때문에, 총선에서는 정치적으로 완패를 당했지만 대선은 그동안에 치렀던 어떤 선거보다 형편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윤여준 이총리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야권이 총선은 졌지만 대선 전초전이라는 성격으로 보면 대선에서 상당히 유리한 지형에 놓였음을 확인하는 계기였어요.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朴槿惠)라는 강력한 대선후보가 전면에 나서 선거를 치렀죠. 그렇다면 새누리당의 득표율은 상한선을 보여준 셈입니다. 그렇게 보면 오히려 새누리당에 경고 메시지가 갔다고 할 수 있겠죠. 또 하나 제가 주목한 것은 김대중・노무현정부 10년과 이명박정부 4년 사이에 진보적 가치가 빠르게 확산되고 많은 국민이 이를 수용했는데, 그것이 해당 세력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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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汝雋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장. 제16대 국회의원, 환경부 장관 역임. 저서로 『대통령의 자격』 등이 있음.

 

백낙청 바꾸어 말하면 그런 세력을 형성하는 데 실패한 야당의 책임 얘기가 되겠는데요, 아까 이총리께서는 새누리당이 잘했다고 칭찬하시면서 민주당이 잘못한 얘기는 안하셨는데,(웃음)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해찬 민주당에는 두가지 현상이 나타났는데, 하나는 통합과정이 늦어지면서 내부 질서가 완성되지 않은 채 전쟁을 겪어야 했던 겁니다. 그러다보니 리더십이 확립되지 못한 채 공천과 선거를 치렀죠. 또 하나는 지금 말씀하신 진보적 가치가 널리 대중화됐는데 그것을 구체화할 이행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했어요. 진보적 가치의 내용에 민생이나 일자리 문제를 반영해 명확한 정책으로 선보여야 하는데, 한마디로 미래 비전이 안 보였던 거죠.

 

윤여준 제가 보기에도 취약한 리더십이 치명적인 패인 같아요. 정권심판론만 반복했지 대안은 얘기하지 못했거든요. 일각에선 민주당의 ‘좌클릭’이 원인이라는 말이 많던데 저는 좌클릭 자체보다 민생과 관련 없는 좌클릭을 한 게 실수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좌클릭을 해도 민생을 챙기는 방향으로 했으면 효과적이었을 텐데 거대담론만 내세우니까 지지를 조직화하지 못했죠.

 

이해찬 일례로 ‘부자 감세’가 연간 16조원 가까이 되지 않습니까? 연간 3만달러 소득의 일자리 50만개를 제공할 수 있는 예산이에요. 순전히 부자 감세만 되돌려도 디슨트 잡(decent job), 즉 괜찮은 일자리를 연간 50만개 만들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선명한 청사진과 재원, 일자리의 성격을 제시했더라면 무상급식보다 훨씬 큰 비전이 되는 거였죠.

 

윤여준 제가 이번 선거과정을 지켜보면서, 전에는 한나라당이 선거전략을 잘 못 짜서 몰리는 게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의외로 민주당 쪽이 갈팡질팡하더군요. 그래서 그 전략들이 다 어디 갔나 싶었죠. 이총리께서 자기 선거구에만 매달려서 당의 선거에는 관여를 안하시나 그런 생각도 해보고요.(웃음)

 

백낙청 세간에서 총선 결과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는 중에 공감하시는 대목도 말씀하셨고, 좌클릭 논의 같은 것은 그런 식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말씀하셨습니다. 그밖에도 이런 대목은 그렇게 보면 안된다고 이의를 제기하실 부분은 없습니까?

李海瓚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제19대 국회의원 당선자. 제13~17대 국회의원, 교육부 장관, 국무총리 역임. 저서로 『광장에서 길을 묻다』(공저) 등이 있음.

李海瓚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제19대 국회의원 당선자. 제13~17대 국회의원, 교육부 장관, 국무총리 역임. 저서로 『광장에서 길을 묻다』(공저) 등이 있음.

 

이해찬 좌클릭이냐 중도냐 하는 건 관념적인 얘기에 불과해요. 대중에게는 별로 전달되지 않는 내용이죠. 역대 선거과정을 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이 구체화된 정책이었죠. 2002년 대선에선 행정수도 이전, 2007년에는 뉴타운과 747공약이 그랬고요. 이렇듯 정책이 구체성을 띠어야 대중에게 전달되는데, 선거가 끝나고도 관념적인 얘기가 똑같이 이어진다면 민주당으로서도 별 실익이 없죠. 제일 중점적인 정책 하나둘을 가지고 구체화해야 되는데, 그런 능력이 당내에서 많이 취약해졌어요.

 

백낙청 야권 승리를 기대했던 국민 입장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쌓여서 반성하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전반적으로 통렬한 반성의 분위기는 민주당에 부족한 것 같아요. 일각에서는 진 건 아니라는 얘기도 들리고요. 지긴 졌지만 희망을 찾자고 얘기하는 것과, 안 졌다고 하는 건 천지차이죠. 이번 선거가 야당으로서 희망이 있다고 한다면, 오히려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야당이 잘못해서 졌다는 점일 거예요. 최선을 다했는데도 졌다면 더 나올 게 없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패배를 철저히 반성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다만 반성은 누구나 다 해야지 민주당보고 반성하라고 손가락질하면서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도 곤란하지요. 저 자신만 하더라도 밖에서 이런저런 훈수도 하고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리면서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이겨야지 제가 말한 2013년체제가 확보된다고까지 말했는데, 예상이 틀린 거야 점쟁이가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총선에서 패배했을 경우에 2013년체제 건설이 어떻게 되느냐에 대한 그림이 없었다는 건 심각한 문제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제 마음속에 총선 승리에 집착하고 손쉬운 길을 탐내는 마음이 있었던 거지요.

제가 4월 총선을 꼭 이겨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총선에서 박근혜 위원장의 예봉을 꺾어놔야 대선이 잘되리라 본 건데, 너무 쉽게 가려 했던 셈이지요. 또 하나는 2013년체제라 부를 만한 새로운 시대를 열려면 행정권력만으론 안되고 입법부가 중요한데, 그걸 새누리당이 장악하면 어려워진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여전히 강력한 논리이긴 한데, 다만 2013년체제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이면 반대당의 힘을 현실로서 인정하고 그걸 바탕으로 새누리당과도 협상하고 소통하는 게 진정으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길이 아니냐는 생각도 들어요.

아무튼 19대 국회는 의석분포를 봤을 때 어느정도 합의제적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효율적인 국정이 어려울 건데 새 국회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며 또 어떻게 되리라고 전망하시는지요?

 

 

19대 국회의 달라진 운영과 우선과제

 

이해찬 4월말 현재 새누리당 150석,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합치면 140석, 자유선진당 5석, 무소속이 야쪽에 2명 여쪽에 3명이 있어요. 16개 상임위에서 여당이 과반수가 다 되는 건 아니게 됩니다. 자유선진당이 포함되면 16석 차이니까 그럴 수 있지만, 자유선진당을 빼면 5개 위원회는 과반이 안되고 동수가 되는 거죠. 전횡을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됐어요.

또 하나는 마침 18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어서 운영위를 통과해 재론이 되고 있는데,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국회 본회의를 다시 열어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직권상정 같은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죠.(이 법안은 52일 본회의에서 통과됐편집자) 19대 국회에서는 모처럼 상당한 합의 또는 선의의 협상을 이루어낼 가능성이 퍽 높아진 거예요. 적어도 대선 전까지는 그렇게 될 겁니다. 왜냐면 조심해야 되니까요.(웃음) 대선이 끝나고도 유지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올 연말까지는 합의적으로 운영될 텐데 그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봐요. 2013년체제라고 하는 게 필요한 법과 예산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보편적 복지에는 예산이 따라줘야 하는데, 복지예산을 둘러싸고 입장이 상충하겠지만 궁극적으로 국가예산에서 비중을 높여나가자는 합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점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죠. 그건 국민의 가치관에까지 영향을 미쳐요. 지금 같은 토건 위주의 관점에서 삶의 질 관점으로 넘어가는 가치관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고, 바로 그것이 2013년체제의 골간이 될 수 있는 거죠.

 

백낙청 이총리 말씀대로 대선까지의 기간이 있고, 대선 후는 또 야당이 승리했을 경우와 여당이 승리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