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나는 언론인이다

2012년 언론파업 이야기

 

 

김승 金承輝

2008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 ‘도전! 골든벨’ 진행.

 

송진 宋眞元

2008년 연합뉴스 기자로 입사. 현재 사회부 소속.

  

이재 李在勳

2001년 MBC 기자로 입사. MBC 노동조합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

 

김종 金鍾曄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저서로 『웃음의 해석학』 『연대와 열광』 등이 있음.

 

 

ⓒ 송곳

ⓒ 송곳

 

 

金鍾曄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저서로 『웃음의 해석학』 『연대와 열광』 등이 있음.

金鍾曄

김종엽 (사회) 이번 창비 가을호에서는 젊은 언론인 세분과 함께 2012년 언론파업을 되돌아보고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재 공정보도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MBC노조 간사도 맡고 있는 이재훈 기자, 김승휘 KBS 아나운서, 연합뉴스 송진원 기자를 모셨습니다.

2012년 상반기에 주목할 사건 가운데 하나가 동시다발적 언론파업이죠. 국민일보, 부산일보, 연합뉴스, KBS, MBC, YTN이 파업을 했습니다. 파업기간은 MBC171일, 연합뉴스가 103일, KBS95일, YTN은 부분파업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에 날짜를 세기 어렵지만 어쨌든 장기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죠. 87년 민주화 이후 언론사와 정치권력 간에 갈등이 있을 때 언론인들이 집회와 시위, 파업을 벌였지만 이만한 규모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파업에 대해 현장에 있던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좌담에 젊은 언론인들을 모시려 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87년 민주화운동과 더불어 형성된 언론노조운동이 현재 한국의 언론지형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그 이후 세대 가운데 올해 파업에 참여한 언론인들이 가장 대규모의 투쟁 경험을 한 것이죠. 그래서 이 세대의 생각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이명박정부 들어서 KBS, MBC를 중심으로 하는 공영방송이나 신문사 몇몇이 정부와 갈등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이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해 정부에 저항하는 것 같아요. 촛불집회 때 인터넷카페 ‘아고라’라든가 그후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등이 그렇지요. 이번 언론파업의 특징 중 하나도 언론인들이 저항수단으로 그런 뉴미디어를 많이 활용했다는 것인데, 이와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봤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선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죠. 대규모 파업이 구체화된 제도적 성과를 거두었든 그렇지 못했든 투쟁과정에서 형성된 문화적 성과가 있을 텐데, 이것이 당장 대선에서의 공정보도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씀을 들어봤으면 합니다. 우선 각자 언론파업에 대한 짤막한 소감과 함께 자기소개를 해주시죠.

 

송진원 저는 20081월에 연합뉴스에 입사를 해서 올해 5년차가 된 사회부 기자입니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이번 파업에 참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크게, 또 개인적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파업을 거치면서 ‘우리가 이 회사의 주인이다’라는 주체성을 되찾은 느낌이에요.

金承輝 2008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 ‘도전! 골든벨’ 진행.

金承輝

 

김승휘 저도 20081월에 입사한 5년차 아나운서입니다. KBS 새노조 파업참가 아나운서 14명 중 제가 가장 젊은 축이고요. 언론사 파업을 보면, PD나 기자에 대한 보도통제라든가 제작통제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사실 그것 못지않게 아나운서들이 정권홍보의 일선에 서느냐, 아니면 국민에게 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자리에 서느냐도 중요한 문제죠. KBS 같은 경우는 관제행사 사회의 대부분을 아나운서가 보니까, 이로 인해 국민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파업을 하면서도 그 정당성을 알리는 데 아나운서가 큰 역할을 할 수 있구나 새삼 실감했죠.

 

이재훈 제가 노조에서 맡고 있는 직책이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입니다. 이름이 거창하긴 한데요, 우리 뉴스의 공정성에 대해 감시하고 견제하고 비판하고 알려나가는 일을 합니다. 작년 2월부터 이 일을 시작했는데, 좀더 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아요. 그랬으면 과연 이 지경까지 왔을까, 저 혼자만의 힘으로 많이 바뀌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파업을 하는 동안 마음이 정말 무거웠어요. 다시는 이런 파업이 없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향후 사오십년간은 이런 파업이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탄탄한 언론환경을 만들어놓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파업할 수밖에 없던 절박한 이유

 

김종엽 파업이 일어나기 전 이명박정부와 언론의 갈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알려졌었죠. 신태섭 KBS 이사와 정연주 사장의 해임이라든가, ‘PD수첩’ 탄압, 손석희씨 ‘100분토론’ 하차, 이런 것들이 대표적인 예죠. 그렇지만 언론인들이 파업을 결행한 데는 내부에서 느끼는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갈등이 많았을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알려진 몇몇 사건 외에 일상적으로 보도나 취재, 방송을 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李在勳 2001년 MBC 기자로 입사. MBC 노동조합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

李在勳

 

이재훈 제가 제작했던 프로그램이 김재철 사장이 들어오면서 폐지됐어요. 기자들이 만든 심층보도 ‘뉴스후’입니다. 당시 제가 200711월부터 20081월까지 종교인의 납세에 대해 보도했어요. 목사들이 세금을 안 내는 문제라든가, 대형교회를 짓는 데 집착하면서 불거지는 문제를 다뤘죠.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멘토라 불리는 곽선희 목사를 인터뷰했고 그게 방송에 나갔습니다. 사실상 소망교회 목사에 대한 비판적 내용인 거죠. 그런데 지금 같은 김재철 사장 체제의 분위기라면, 과연 취재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 전에 저걸 취재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못했을 것 같아요. 아이템 자체를 스스로 검열하는 자세가 팽배해 있는 거죠.

2008년에 정권은 바뀌었지만 엄기영 사장이 현직에 있었기 때문에 이명박정부의 폭압적인 언론지배가 영향을 미치는 데 2년 정도 시차가 있었어요. 엄기영 사장이 사실상 강제로 물러난 후 김재철 사장이 부임했고, 그 첫해에 보도부문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약간이라도 다른 의견을 내거나 말을 안 듣는 사람은 철저하게 비()취재부서나 선호하지 않는 부서로 발령을 해요. 그리고 그동안 업무능력이 떨어져서 선후배로부터 인정을 못 받던 사람을 간부로 등용해요. 그런 사람들은 김재철 사장의 입맛에 맞는 뉴스를 내기 위해 무척 노력하거든요. 그후로는 기자들이 자기검열을 일상화하는 태도를 습득해가는 과정이었다고 봐요. 예전 같으면 일선 기자들이 ‘이런 아이템은 꼭 나가야 됩니다’ 하는, 예를 들면 4대강사업 관련한 것이나 노동 관련 주요 이슈들은 꼭 보도해야 된다고 주장할 수 있었어요. 데스크와 의견충돌이 벌어지면, 전화기를 꽝꽝 내리치면서 부장한테도 대들며 싸울 수 있었단 말이죠. 적어도 아이템을 놓고 합리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는 됐고, 그런 토론 후에 방송 여부를 결정했죠. 작년에는 보도국이 무너진 데 이어 핵심 PD들을 솎아내고, 아이템 검열을 통해 ‘PD수첩’ 등을 망가뜨리고, 김미화나 윤도현 같은 라디오 진행자까지 하차시키면서 방송이 완전히 껍데기만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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