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2012년 대선과 민주개혁의 과제들

 

대선 국면에서의 연합정치와 시민정치

 

 

이철희 李哲熙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역임. 저서로 『박근혜 현상』(공저) 『이기는 정치 소통의 리더십』 『1인자를 만든 참모들』 등이 있음.

rcmlee@hanmail.net

 

 

1. 들어가며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이래 야권 또는 진보개혁진영을 소생시킨 동력은 ‘연합’과 ‘시민’이었다. 지난 17대 대선(2007)18대 총선(2008)을 거치면서 보수의 우위는 구조화되고 진보의 열세는 장기화되는 듯했다. 20084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무력했다. 모름지기 대중의 정치참여를 동원하는 기제가 정당인데, 민주당은 그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다. 정책과 인물 면에서 새롭게 변화하는 모습도 없었고, 시민의 정치참여를 이끌어낼 아젠다의 제시나 개발 또는 조직적 연계(linkage)에도 무능했다. 이런 꼴을 보다 못한 시민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 바로 20085월의 촛불항쟁이다.

촛불항쟁은 보수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고, 이로써 정당정치의 영역은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4대강사업과 미디어법 등 ‘MB악법’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투쟁했다. 결국 시민정치 덕분에 정당정치가 새롭게 작동하기 시작한 셈이다. “민주주의의 제도들이 무기력하고, 그 중심적 메커니즘으로서의 정당이 제 기능을 못할 정도로 허약할 때 그 자리를 대신한 일종의 구원투수 같은 역할”1)을 시민정치가 해낸 것이다. 촛불항쟁은 20094월 경기도 교육감 선거와 보궐선거 승리로 이어졌다.

20106월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는 연합정치의 몫이 시민정치의 그것보다 조금 더 컸다. 천안함사건으로 북풍이 불어왔음에도 야권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이 힘을 합쳐 후보단일화 등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시민정치의 중재도 한몫했지만 그것을 주도한 것은 정당들 간의 연대였다. 그 연합정치의 위력으로 보수의 일방적 우위라는 정치지형을 바꿔낸 것이다. 눈여겨볼 것은 시민정치의 활동이다. 천안함사건으로 안보 프레임이 형성되면서 야당들이 눈치를 살피며 전전긍긍할 때 시민사회가 과감하게 상황을 돌파해갔다. 그렇게 공방이 형성됐고, 이 때문에 보수의 ‘안보장사’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될 수 있었다. 이에 편승해 야권이 전쟁 대 평화의 대립구도로 캠페인을 펼쳤고, 이는 선거 승리에 일조했다. 연합정치와 시민정치가 결합돼 만들어낸 2010년 승리는 이후 모든 선거의 필승공식으로 자리잡았다.

한편, 시민정치는 복지국가 논의, 희망버스 운동,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의 당선, ‘안철수(安哲秀) 현상’으로 그 실체를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희망버스는 촛불항쟁을 계승하면서도 “정부정책의 특정 정책들과 정면으로 대립했던 촛불항쟁과 달리 희망버스의 중심에는 폭넓은 사회경제적 의제가 자리잡고”2) 있었다. 그런데 연합정치와 시민정치의 상승효과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정점으로 옅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19대 총선에서 그 위력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런 점에서 올 12월 대선을 눈앞에 둔 지금 우리는 연합정치와 시민정치의 새로운 버전, 양자의 새로운 결합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2. 연합정치와 시민정치

 

연합정치가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은 아니다. 대개 자본주의하에서는 노동이나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변하고자 하는 세력이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권력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사에서 ‘연합’은 특이나 희소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보편적인 정치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3) 즉 약자가 이기기 위해서 힘을 합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정치전략이라 하겠다.

“정치에서는 개인의 지식과 정보력, 판단력, 사회적 결정을 준수하는 책임의식 등에 상관없이 ‘11표’로 대표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자본력, 개인의 생산성, 계약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생산과 분배에 대한 결정력이 달라진다. ‘11표’인 것이다.”4) 따라서 민주주의는 결국 11표의 평등으로 11표의 차별을 시정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런 점에서 연합정치는 11표의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인 것이다.

백낙청()은 연합정치가 단순히 선거승리를 위한 전술의 문제는 아니라면서 그 전략적 의의를 강조한다.

 

오늘의 한국에서 흔히 ‘보수’로 일컬어지는 세력은 실제로 대부분이 수구이고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그보다 훨씬 소수다. 여기에 중도보수와 좀더 적극적인 반대세력에 해당하는 중도개혁파, 진보파 등이 포진한 것이 한국정치의 독특한 지형인 것이다. 더구나 분단체제변혁에의 실질적인 기여를 참된 진보의 척도로 삼을 경우, 세칭 진보진영의 극단적·근본주의적 노선이 도리어 분단체제의 재생산에 이바지하는 ‘수구적’ 기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만큼 수구세력의 헤게모니를 깨기가 힘든 지형인 것이며, 따라서 이런 현실에서 수구에게 가담하는 보수주의자의 수효를 최소화하면서 중도 및 진보 세력을 총결집하는 일이 단일정당(적어도 연합형 통합정당이 아닌 단일정당)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연합정치의 전략적 의의가 바로 거기서 나온다.5)

 

이명박정부 들어선 이래 이런저런 선거에서 연합은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기능했다. 연합으로 모든 선거에서 예외없이 승리한 것은 아니지만, 선거연합에 의한 득표효과는 상당했다. 경험적 연구에 의하면, 연합에 의한 단일후보의 득표는 연합 참여정당들의 득표 총합보다 작은 경향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