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2012년 대선과 민주개혁의 과제들

 

한국경제,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

 

 

정대영 鄭大永

송현경제연구소장.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장 및 인재개발원 교수 역임. 저서로 『한국경제의 미필적 고의』 『신위험관리론』 등이 있음. dyj@bok.or.kr

 

 

1. 글머리에

 

한국경제가 갖고 있는 문제는 많다. 사회 거의 모든 부문에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양질의 일자리 부족, 물가와 전월셋값 상승, 가계부채의 급증과 부동산시장의 불안, 임대소득자와 고소득 자영업자 등의 세금 탈루, 상호저축은행 부실 등 금융산업의 낙후성, 경제의 과도한 개방, 중소・중견기업의 취약과 재벌의 경제력 집중,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 등 큰 덩어리만 보아도 이 정도다. 더욱이 2013년 이후 국내외 여건도 녹록지 않다.

먼저 세계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제로 수준으로의 금리 인하, 과감한 재정확대정책 등에 힘입어 1929년의 대공황 같은 금융시장의 붕괴와 심각한 경기후퇴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습과정에서 주요국의 재정적자와 정부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그리스, 뽀르뚜갈, 에스빠냐 등 남유럽 국가들은 경제 기초여건이 취약한 데다 유로(Euro)라는 단일 통화를 사용함에 따른 정책 제약으로 재정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유럽 재정위기는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기는 하지만 적절한 대응수단을 찾기 어려워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경제에 무능했다던 참여정부 때나 경제대통령을 자처하던 이명박정부 때나 세계 경제성장률과 거의 같은 수준에서 움직여왔다. 상품수출 증가율 또한 환율이 안정되었던 참여정부 때나 고환율정책을 써온 이명박정부 때 모두 세계 상품교역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럽 재정위기, 중국경제의 후퇴 등으로 세계 경제성장과 교역이 위축될수록 한국경제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이명박정부가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거나 당장 불거지지 않게 눌러둔 한국경제의 위험요인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하우스 푸어(house poor)로 대표되는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불안, 비정규직의 양산,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의 현실화 압력, 금융소외계층 증가와 서민금융기관의 위축, 공기업과 정부부채의 누증 등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남북분단은 한국경제의 과도한 개방과 맞물려 계속되는 제약요인이다. 한국경제는 식량・에너지・부품소재 등의 해외의존도가 심한 데다 금융의 개방도가 높아 남북관계의 변화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의 국가부도위험이 높고 환율 변동성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의 금융기관과 기업은 재무상황 등에 비해 더 높은 차입금리를 지급하거나 때로는 영업 자체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경제규모가 세계 15위 정도이고 인구가 5천만명에 이르며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 선진국 문턱에 와 있긴 하지만,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 경제를 끌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다 국민은 기대수준이 높고 참을성이 없는 데다 경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도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이 글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보았다. 첫째가 한국경제의 핵심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기 위한 논의이고, 둘째는 정책기조의 전환과 경제구조 개선 등 기본적 정책방향에 대한 제시이며, 셋째가 먹고사는 것과 직접 연결되는 구체적이고 중요한 제안 몇가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2. 핵심 문제는 무엇인가

 

한국경제의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의 하나는 원인과 해법에 대한 생각이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는 데 있다. 이는 보수와 진보, 두 진영 사이에서뿐 아니라 이른바 진보 또는 개혁세력이라 불리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로 크게 다르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우선 양극화, 일자리 부족, 계속되는 정책실패의 원인 등 세가지 주제를 논하며 문제의식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양극화의 원인이 신자유주의 때문인가

양극화 현상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동의한다. 그리고 꽤 많은 사람이 양극화의 근본원인을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본다. 신자유주의 원인론은 일면 타당하지만 양극화의 본질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고, 특히 이러한 논리로는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 비정규직, 영세 중소기업과 소규모 자영업자, 농민, 구직자 등은 보호막 없는 죽기살기식 경쟁에 내몰리고 있으며 이들의 어려움은 분명 신자유주의와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러나 이들과 반대쪽에 있는 재벌 등 일부 대기업, 은행 등 대형금융기관, 의사 등 전문직과 공무원, 공기업・대기업의 정규직 등은 오히려 과보호 속에서 고수익과 높은 보수를 향유하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적인 경쟁과 효율, 규제 완화보다는 각종 특혜와 이권, 독과점적 이익과 관계가 더 깊어 보인다.

이렇게 된 데는 1997IMF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경제적 약자에게만 적용되고 멈춰버린 데다, 참여정부 시기에 탈권위주의적 분위기의 틈을 타 재벌・전문직・관료・노동조합・언론 등 중간 권력집단이 발호하여 이권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경제의 측면에서 한국은 새로운 형태의 봉건주의 국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양극화 완화를 위해서는 취약계층 지원과 복지 확충 등 반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어느정도 의미가 있지만 신봉건주의를 타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에서 반쪽 정책일 수밖에 없다. 즉 재벌・은행・관료・전문직 등에 대한 과보호를 걷어내는 정책을 같이 추진해야 양극화를 제대로 해소할 수 있다. 특권・이권집단에 대해서는 오히려 공정경쟁과 진입 확대 등 자유주의적 원칙의 적용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투자 확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최선의 정책인가

지금까지 일자리 창출의 핵심 정책은 주택건설과 토목공사 등의 확대, 금리인하와 세제혜택을 통한 투자활성화, 재계인사와의 회합 등을 통한 투자 요청 등 대부분 투자 확대와 관련된다. 이명박정부는 투기조장에 가까운 주택경기 부양책, 환경파괴를 무릅쓴 대규모 토목공사와 함께 기업의 불법・탈법을 용인하면서 투자 확대를 꾀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