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2013년체제를 위한 대학개혁의 첫 단추

이기정의 중등교육 개혁론에 덧붙여

 

 

김명환 金明煥

서울대 영문과 교수. 저서로 『지구화시대의 영문학』(공편), 역서로 『죽음과 소녀』 『문학이론입문』(공역) 등이 있음. kmh@snu.ac.kr

 

 

1. 들어가는 말

 

『창작과비평』 2012년 봄호에 발표된 이기정(李基政)의 「교육의 2013년체제를 만들자」의 교육개혁 제안에 공감한다. 그 이유는 첫째, 공교육 무능이라는 핵심 문제와 대결했고 둘째, 교육관료, 사학소유주 등의 수구세력을 제외하고 범국민적 공감과 연대를 이룰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실행에 옮기기 쉬운 현실적 제안이기 때문이다. 그는 교육문제의 복잡성을 솔직하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어떤 목표가 최우선이며 왜 그 목표에 타협이 있을 수 없는지를 명쾌하게 밝힌다.

중등교육 현장의 교실 살리기에 집중하는 한편 이기정은 대학입시를 ‘필요악’으로 인정하는 현실적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대학개혁의 차원에서 상응하는 정책이 없다면 그의 개혁안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그가 내세운 3대 정책 중에서 ‘중고등학교 무학년 학점제 단계별 수업’은 스스로 인정하듯이 기존의 내신을 없애고 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므로 대학입시를 포함한 대학개혁 차원의 논의가 불가피하다. 이 글에서는 이기정의 중등교육 개혁을 뒷받침할 대학개혁의 현실적 안을 고민해보려고 한다.1) 즉 다가오는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든지 광범위한 국민의 지지와 사회운동의 힘을 바탕으로 공론화할 방안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2. 본고사 부활론과 고등교육 평준화론이라는 환상

 

현행 대입제도는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누구도 통제하기 어려운 난맥상을 보이면서 입시부정에 가까운 폐해가 속으로 곪아 들어가고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대학입시는 과거의 제도보다 비용이 더 들고 더 불공정하며,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의 수험생을 혼란과 좌절에 빠뜨리고 있다. 이른바 상위권 대학이나 사회 일각에서는 이런 현실을 꼬집으며 대학별 본고사 부활을 포함한 대입 자율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서울대를 정점으로 수도권의 10여개도 안될 상위권 대학이나 카이스트(KAIST) 등의 이공계 명문대, 전국 각지의 의대를 제외하면 대학별 본고사를 정말 원하는 대학당국이나 교수들은 많지 않다. 본고사가 허용되면 자기 학교의 위상을 고려하여 더 많은 대학들이 시행에 나서겠지만, 내심 자기 학교에 맞는 인재 선발에 본고사가 가장 낫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본고사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강고한 대학서열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소수의 대학과 인기학과들 외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제도다. 그것은 기여금 입학제도가 도입되면 소수의 대학과 학과들만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명백한 사실과 같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본고사, 기여금 입학제, 고교등급제를 불허하는 교육의 삼불(不)정책은 분명한 현실적 이유가 있는 것이어서 이명박정부도 섣불리 깨뜨리려 들지 않았다. 물론 실제로는 복잡한 전형제도 안에 본고사적 요소가 슬쩍 끼워지기도 하고, 고교등급제 금지는 입학전형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무시되는 형편이다.

특정한 조건이나 전공에 따라 본고사 지필시험이 인재 선발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과거와 달라진 우리의 사회현실, 교육현실에서 본고사는 일반적인 대안이 결코 아니다.2) 장기적으로 볼 때, 중고교의 내실있는 단계별 수업을 대학 입학관리부서가 잘 모니터링해서 학생부 우수자 전형이나 특기자 전형을 발전시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