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한반도 위기관리 2.0’을 위한 제언

 

 

김종대 金鍾大

『디펜스21+』 편집장.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 역임. 저서로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 등이 있음. jdkim2010@naver.com

 

 

1. 서론: 왜 위기관리인가?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2010년의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사건에 이어 올해 10월에는 임진각에서 남북 군대가 교전 일보직전까지 가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상이나 해상에서 각기 국지적인 교전의 위험성이 매우 커졌고, 위성항법장치(GPS) 교란사태나 해커를 동원하는 사이버전쟁도 진행 중이다. 더 나아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함으로써 향후 한반도 정세에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인 위기가 발생할 개연성이 고조되고 있다.

밖으로부터는 아시아태평양의 해양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대치가 강화되고 있다. 지금의 미중 갈등이 강대국 간의 본격적인 패권경쟁 수준은 아닐지라도 한반도 정세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강력한 외부효과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 터진 2010년의 경우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는 G2 대치국면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여기에다 최근 예기치 않게 불거진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민족주의로의 회귀와 그 연장선에서 벌어진 영토분쟁 역시 우리에게는 잠재적 위기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치명적이고 위험한 위기요인은 우리 내부로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바로 대선 정국의 북방한계선(NLL) 논란이다. 여기에는 두가지 극단주의가 있다. 첫째는 국제해양협약이나 국내법인 영해 및 접속수역에 관한 법률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NLL로 설정한 서북해역이 우리 쪽 ‘관할수역’이라는 기존 정의를 초월하여 우리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우파 극단주의다. 이 주장은 영토 문제를 부풀려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려는 선동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고, 다음 정부로 하여금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도 대립하도록 하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그 반대편에는 NLL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좌파 극단주의가 있다. 비록 국제법적으로는 NLL의 논거가 취약하더라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불가침경계선으로 인정했던 남북관계의 현실을 도외시한다면 이 또한 서북해역의 안정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줌과 동시에 우리 사회 내부의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분쟁을 막자는 취지로 설정된 불가침경계선이 상대방을 배제함으로써 물리적 충돌을 유발시키고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분쟁선이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반도의 위기관리는 그 목적과 수단, 방법이 매우 굴절되고 왜곡되어 있다는 점을 깨우쳐준다.1)

1962년 꾸바 미사일 사태는 핵전쟁의 위협에 직면한 케네디 행정부가 정보력・외교력・군사력을 효과적으로 배합하여 위기를 통제하고 평화적으로 사태를 해결한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반면 19996월에 연평도 NLL 부근에서는 남북한 어느 당사자도 교전할 의사가 없었고 교전이 벌어질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6척의 북한 함정이 격파되고 적어도 100명이 사상하는 일이 벌어졌다.2) 오늘날 NLL 논란의 기원이 된 제1연평해전으로 알려진 이 교전이 발생하고 나서 3년 후에 절치부심한 북한이 보복 공격을 감행하여 우리 함정이 격침되고 6명이 전사하는 제2연평해전이 발생했다. 한때는 생명의 바다, 평화의 바다였던 서북해역이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까지 겪은 오늘날에는 남북한 군대가 결전을 준비하는 죽음의 바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수역으로 돌변했다. 그 결과 북한의 군사력을 제압하고자 하는 군사정책이 위기관리와 동일시됨으로써 한반도 안정의 기제는 확연히 약화되고 있다.

남북 군대가 대치하는 전장은 뇌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율신경계와 같아서 정치권력이 이를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치권력이 남북한 군사력의 속성을 파악하고 통제 수단을 준비하며, 위기 발생시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역량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대북정책을 준비한다 한들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글에서는 현재 한반도의 위기구조를 개략적으로 살펴본 후에 그간 우리 위기관리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어서 대안적인 위기관리의 방향을 ‘위기관리 2.0’의 차원에서 다룰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론을 대신하여 ‘위기관리 2.0’ 구현을 위한 과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2. 2013년 한반도 위기의 지형

 

어떤 국가나 정부든 자신이 겪는 위기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매우 특별한 것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찰스 허만(Charles F. Hermann)은 대부분의 위기 발생과 전개 유형을 일반화하여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위기도 그 일반적 유형 중 하나에 속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는 강도(저강도/고강도), 예측 가능성(예견된/예기치 않은), 대응시간(급박한/여유있는)이라는 세가지 축으로 국제정치에서의 위기를 유형화했다.3) 이에 따라 한반도 위기구조를 묘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위기의 강도를 기준으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전략적 위협이다. 이는 미중 간의 군사적 대결이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같은, 우리의 군사적 대응 범위를 초월한 최상위의 위협이다. 군사적으로 대비되지 않는 강도 높은 위기는 정치력과 외교력으로 보완함으로써 사전에 그 위협을 관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밑에는 한반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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