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2013년 이후의 한국 외교

 

 

김준 金峻亨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 저서로 『세계화의 현상과 대응』 『미국이 세계최강이 아니라면』 등이 있음.

 

백학 白鶴淳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저서로 『북한 권력의 역사』 『남북한 정부수립 과정 비교 1945~1948』(공저) 등이 있음.

 

 李根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주요 논문으로 「해외주둔 미군재배치계획과 한미동맹의 미래」 「국제정치에 있어서 말, 상징의 연성권력이론」 등이 있음. 

 

이남주 李南周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 정치학. 저서로 『중국 시민사회의 형성과 특징』 『이중과제론』(편서) 등이 있음.

 

 

 

ⓒ 이영균

ⓒ 이영균

 
 

이남주 (사회)  겨울호 대화는 한국 외교로 주제를 잡았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또는 동북아시아만 해도 상당히 중요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고 내년에 들어설 우리 새 정부에도 외교 문제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대선 과정에서는 그리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는 것 같지 않습니다. 오늘 토론이 그러한 논의에 다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나름대로 대선 캠프의 자문 역할을 맡으신 분도 있을 텐데, 현재 선거판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논의에 대한 간단한 논평을 곁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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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순

백학순  제 전공은 북한정치, 남북관계, 북미관계, 북핵문제 등입니다. 그러다보니 남북발전위원회 민간위원도 맡고 있고, 통일부 자체평가위원장이라든지 외교통상부 정책자문, 서울-워싱턴포럼 사무총장도 한 적이 있습니다. 외교 영역의 대선 공약은 10월 중순 현재 문재인(文在寅) 후보 쪽에서 부분적으로 나와 있고 박근혜(朴槿惠) 후보 경우는 공식적으로 나와 있지 않죠. 안철수(安哲秀) 후보도 아직 공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안철수 후보를 정책 면에서 돕는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이분이 민족화해에 대한 생각이 뚜렷해서지요. “민족화해가 없이는 평화도 공동번영도 어렵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통일을 ‘과정’으로 본다든지 평화체제 수립에 명확한 소신이 있다든지, 이분의 생각이 저와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오늘 대담에서는 대선과 관계없이 평소 제가 학자로서 갖고 있는 소견을 말씀드리니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근  저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정치를 가르치고 ‘미래’라는 민간 싱크탱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국제정치를 가르치지만 정치경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근래에는 이명박정부에서 남북관계 문제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정치경제 관련된 문제에 좀더 치중해왔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 캠프의 남북경제연합위원회에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대선후보 중에서 제일 존경할 만한 분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고, 또 주변 사람들의 권유도 있었고요.

 

김준형  저는 경북 포항의 한동대에서 국제정치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서울에서 뛰는 사람들과는 연계가 약하죠. 주로 칼럼 기고 같은 걸로 기여하고 있어요. 제 전공은 국제정치, 그중에서도 미국 관련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대선 초반에는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외교정책 보고서 내지 공약질의에 관여했어요. 인간적으로 문재인 후보가 좋기도 하지만 외교와 남북관계를 이명박 대통령이 너무 망쳐놔서 어떻게든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한미동맹 강화 속에 실종된 한국 외교

 

이남주  이명박정부 초기부터 한미동맹 강화라는 게 핵심 목표였고 아직까지 한국 외교에서는 이것이 알파요 오메가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정책과 실천을 검토해보면서 대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방향 설정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보시는지요? 김준형 선생님이 말문을 열어주시죠.

 

金峻亨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 저서로 『세계화의 현상과 대응』『미국이 세계최강이 아니라면』 등이 있음.

김준형

김준형  저는 이른바 진보개혁정권 10년에 대해 이명박정부에서 어떤 강박관념이 작동했었다고 봐요. 두가지 테마죠. 햇볕정책과 한미관계 악화. 이에 따라 대북강경책과 한미동맹 강화가 이명박정부 외교안보정책의 핵심적 방향이 되었습니다.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후보마저 이를 바꿔야 한다고 얘기하는 형국이니까요. 그런데 한미관계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면이 있어요. 이명박정부 초기부터 한미관계에 대해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얘기가 미국 관료들에게서도 나왔고 겉으로도 굳건해 보이죠. 마치 한국이 미국에 대한 발언권도 높아지고 대북정책도 주도하는 듯하고요. 그런데 실상은 그렇게 보이는 만큼 비용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착시효과죠. 북한이나 중국에 대해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 일치했고, 또 미국 내부의 국내개혁이라든지 경제위기 같은 요인이 겹쳐 마치 한국이 주도권을 갖게 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한미관계만 강화하다보니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었고, 그 비용을 치러야 했죠. 한미동맹 절대주의로 가는 바람에 미국에 완전히 주도권을 내주고 그들 국익에 따라 움직이게 되어 사실상 많은 비용을 초래한 겁니다. 결국 이명박정부는 대북정책과 한미동맹 강화 둘 다 실패한 정권입니다.

 

이남주  겉으로 보면 한미관계가 좋다는 게 강조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비용이 상당히 컸다는 말씀이군요. 그런데 이명박정부에서 한미동맹의 강화와 함께 그 방향과 관련해서도 새롭게 제기했던 부분이 있지 않았어요? 이른바 포괄적 전략동맹, 가치동맹 같은 것들인데, 이를 계속 견지해야 할지도 검토해봐야 하겠습니다.

 

백학순  포괄적 전략동맹론은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를 넘어서는 전략적인 동맹이란 의미고, 또 이슈 면에서는 안보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라든지 테러, 마약, 심지어 해적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이죠. 한미 간의 포괄적 전략동맹론에는 911테러 이후 미국 군사외교에서의 전환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요. 조지 부시 대통령 때부터 미국정부는 공동이익을 지향하는 ‘의지의 연대’(coalition of the willing)를 강조했고 다른 나라들이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 이러다보니 말씀하신 ‘가치동맹’이 나오게 됐죠. 자유,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 등이 대표적으로 미국이 말하는 가치인데, 가치동맹이라 하면 그 전제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나라와 진영은 배제하고 적대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지요. 그러다보니 특히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는 한쪽에 한・미・일이 있고, 다른 쪽에서 중국과 북한이 맞서는, 대결적인 한미동맹이 되어버리는 거죠. 우리 입장에서는 남북관계에서 대립이 심화되고 핵문제도 해결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로서는 한미동맹을 대결적인 성격으로 끌고 가서는 안되고 한반도에서 평화추구적 성격으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이 점을 실패한 거죠. 저는 이것이 가장 뼈아픈 실책이고 또 바로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남주  한미동맹 강화가 대결적 구도를 재생산했다는 게 문제였다고 보시는데요, 일반적으로 가치동맹이라는 말 자체는 나쁘지 않게 들려요. 어떤 이해득실만 따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니까요. 전문가 입장에선 달리 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간 관계에서 가치를 배제할 수 있느냐 하는 반문도 나올 것 같아요.

 

李根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주요 논문으로 「해외주둔 미군재배치계획과 한미동맹의 미래」 「국제정치에 있어서 말, 상징의 연성권력이론」 등이 있음.

이근

이근  과연 가치를 가지고 동맹을 맺는 국가들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원래 동맹이라는 건 위협이 있을 때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하는 거죠. 그런데 가치가 같으면 굳이 동맹을 맺을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결국 ‘동맹을 위한 동맹’을 하기 위한 명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가치동맹이란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냉전이 끝나고 서방에 위협을 주는 세력이 대거 사라졌잖아요. 그러면서 동맹이 재조정으로 들어가고 동맹의 미래가 불확실해지니까 그 목표를 가치에 대한 위협을 막아보자는 것으로 바꾼 게 가치동맹이라는 아이디어인 듯한데, 그러다보니 대단히 공격적인 성격이 되어버렸어요. 동맹이 공격적이면 그걸 동맹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특정한 외교안보적인 목표를 위해 다른 나라들을 변환시키고 자기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인데, 상당히 제국주의적인 냄새가 나죠. 그래서 저는 가치동맹이라는 말은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폐기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김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