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

 

21세기 중국문학에서의 ‘저층문학’

 

 

리 윈레이 李云雷

중국 문학평론가, 문예지 『文藝理論與批評』(중국예술연구원 발간) 부주간. 저서로 『如何述中的故事』 등이 있음.

 

 

1. ‘저층문학’의 출현

 

2004년 이래 중국문예계에서 점차 집중 주목을 받게 된 것이 ‘저층(底層)문학’1)이다. 저층문학은 21세기 들어 새롭게 출현한 문예사조로서, 중국사회의 현실과 문학계 및 사상계에서 일어난 변화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말하자면, 새로운 상황에 직면한 중국문예계의 발전 양상이자 ‘인민문예(人民文藝)’ 혹은 문예적 ‘인민성’2)의 신시대적 전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른바 저층문학이란 대개 다음과 같은 작품경향을 가리킨다. 내용상으로 주로 사회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그리며, 형식상으로는 리얼리즘 위주지만 예술적 변신과 탐색도 거부하지 않는다. 엄숙하고 진지한 창작 태도와 현실에 대한 반성적・비판적 자세를 주요 특징으로 하며, 하층민의 삶에 동정과 분노를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배경의 사상적 자원들은 서로 다르다. 역사적으로는 주로 20세기 좌익문학과 민주주의・자유주의 문학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새로운 사고 및 창조정신과도 어우러져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저층문학의 출현은 우선 현실의 변화로 인한 것이다. 30년 개혁개방이 중국의 발전에 거대한 활력이 되었지만, 빈부격차나 부정부패 등 새로운 문제를 초래하기도 했다. 쑨 리핑(孫立平, 1955년생. 칭화대학 사회학과 교수)의 지적대로 개혁의 기본적 공감대는 깨어졌고, 개혁의 동력과 메커니즘은 이미 특정 지역 내지 일부 개인의 이익으로 왜곡되었다. 개혁의 공감대를 재건하고 보통 사람들의 인식과 지지를 다시 모아야 할 때다. ‘삼농(三農)문제’3)의 제기에서 ‘랑 셴핑(郎咸平, 1956년생)4) 선풍’에 이르기까지 모두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개혁’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소수 엘리트에게 기댈 것인지, 다수의 저변 민중에게 기댈 것인지, 자본주의세계의 시스템과 ‘연계’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현실에 밀착할 것인지, 의존적인 길을 택할 것인지, 독자적인 길을 갈 것인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생각이나 답변은 현실 정책의 변화와 조정 속에서 드러난다. 저층문학의 출현과 전개에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 것이 바로 이런 요소들이다.

사상계에서는 1998년 ‘신좌파’와 ‘자유주의’ 논쟁 이래로 중국이 어떤 길을 모색해야 하는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있었고, 최근 몇년 ‘국학열(國學熱)’로 대변되는 문화부문의 ‘보수주의’도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 논쟁과 문화현상이 중국사회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결국 어떻게 중국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사회 ‘저층’을 다룰 것인가이다. 요컨대 그들을 발전도상의 ‘짐 보따리’로 내던져버릴 것인가, ‘낙수(落)효과’의 수혜자로 간주할 것인가, 아니면 사회발전의 근본동력으로 삼을 것인가. ‘보수주의’가 만일 봉건적 계층질서를 계속 밀고 나가거나 여전히 ‘복고’적 주관에 머물러 있을 뿐이라면, 결국 현대사회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 ‘자유주의’는 현재 지성계의 ‘상식’과 무의식이 된 셈이지만 대표하는 것은 특정 계층의 이익일 뿐이며 그들이 추구하는 ‘자유’와 ‘민주’도 그래서 반성적으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편 ‘신좌파’로서는, 어떻게 역사적 경험과 교훈을 아우르고 새로운 이론자원을 중국의 현실과 결합시킬 것인지가 당면문제다. 물론 그들이 스스로의 사고를 사회 저변, 즉 ‘저층’의 운명과 연결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평가할 만한 방향이지만 말이다.

개혁개방 이후 문학분야의 변화는 1980년대 중반부터 ‘순문학’이 점차 문단의 주류가 되는 것으로 구체화되었다. 이 조류의 특징은 형식 중시와 기교 및 서사방식의 탐색과 변신이었다. 사회현실의 직접적인 묘사를 피하고 개인의 추상적 정서나 감수성을 표출하여, 서방의 모더니즘과 최신 유행의 모방 및 학습에 치중하는 것이었다. 이전 문학의 폐단에 반발한다는 역사적 역할을 하거나 문학작품의 전체적인 예술성을 높이는 데는 의미있었으나 나중에는 몇가지 문제를 드러내게 된다. 결과적으로 형식의 탐색이 마치 ‘선봉(先鋒)5)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서방을 배운다면

저자의 다른 글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