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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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 鄭梨賢

1972년 서울 출생. 2002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 『오늘의 거짓말』, 장편 『달콤한 나의 도시』 『너는 모른다』 『사랑의 기초—연인들』 등이 있음. deepoem@hanmail.net

 

 

 

장편연재 4(마지막 회)

내 모든 것

 

 

어디로 가야 하지.

눈물을 닦고 나서 맨 처음 든 생각은, 모르겠다는 것이다. 머릿속이 하다. 두렵다는 감정은 들지 않았다. 전혀 두렵지 않았다. 이른 저녁이었다. 무채색 외투를 입은 행인들이 어깨를 웅크리고 빠르게 지나갔다. 건조하고 바람이 찼다. 우리는 함께 그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뺨이 시렸지만 나는 가방 안에 넣어둔 목도리의 존재를 잊었다. 폭이 좁은 횡단보도에서 우리는 비로소 나란히 섰다. 그녀는 검은색 모직코트 차림이었다. 길지 않은 파마머리를 하나로 낮게 묶고 얼굴에 한 듯 만 듯 옅은 화장을 했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쉬 짐작할 수 없는 외양이었다. 직업이 무언지, 사는 형편이 어떤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말랐다.

세미가 내게 던진 첫마디였다. 그녀에 대한 내 느낌과 같았다.

—밥 먹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묵묵히 걸었다. 늘 나보다 조금 더 작은 줄만 알았었는데 그녀의 눈높이는 나와 거의 비슷했다. 스무살이 지나고도 키가 자라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고등학교 1학년 신체검사에서 그녀의 키는 156.5cm, 내 키는 160.2cm였다. 우리는 서로의 스무살 이후를 알지 못한다. 모퉁이를 돌자 낯익은 분식 체인점이 보였다. 학원 근처라 몇번 들렀던 곳이다. 무표정한 주인 여자가 유리창가 형광등 불빛 아래 앉아 종일 김밥을 말았다. 아이들이 학원에 오다 말고 급한 허기를 때울 시간이었다. 근방에 갈 만한 다른 식당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냥 지나쳤다. 아는 사람의 눈에 뜨일까봐서가 아니었다. 둘만 있고 싶어서였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더디게 큰길로 접어드는 동안 우리가 밟아온 보도블록 위에 차츰 밤안개가 내렸다. 어느덧 지하철역 앞에 다다랐다. 썬글라스를 쓰지 않고 여기까지 온 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저기 어때?

걷는 동안 뭘 먹어야 할지만 고민한 사람처럼 그녀가 손가락으로 간판 하나를 가리켰다. 호프집이었다. 가본 적 없는 곳이었다. 오래도록 술집 같은 곳에 갈 일 없이 살아왔다. 우리가 함께 술을 파는 곳에 들어간 건 딱 한번뿐이었다. 둘이 아니라 셋이었다. 중학교 연합고사가 끝난 겨울이었고, 종일 스산한 비가 내리던 날이었고,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무모했다. 입구에서부터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던 종업원이 우리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다가와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아 됐어요. 우리가 이렇게 보여도 나이 많거든요. 여기 말고 다른 데 가자! 쫓겨나서야, 우리는 찍소리 못하고 나오다니 억울해 죽겠다, 한바탕 퍼부어줄걸 그랬어,라고 소심하게 킥킥 속삭거렸다.

가둬뒀던 기억들이 수문 열리듯 쏟아져내린다.

—아니. 별론가.

그녀가 자신 없이 말했다. 공중에 흰 입김이 동그랗게 피어올랐다.

—저런 데는 밥이 없겠다. 그치?

너무도 익숙한 말투였다. 그녀는 예전과 달라진 데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차라리 저기는 어때? 아니면 저기 갈까?

그녀의 시선은 화로구이 삼겹살집과 베트남국숫집과 일본식 주점을 번갈아 오갔다. 얕으나마 칸막이가 있고 조도가 낮은 공간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바람이 들었다. 우리는 일식주점으로 갔다.

—생각했어. 자주.

팔팔 끓는 전골냄비를 탁자 가운데 놓고서 그녀가 고백했다. 자주,라는 부사에 가슴이 턱 막혔다. 나는 술병을 들어 그녀의 잔과 내 잔을 차례로 채웠다. 찬술을 입술 끝에 가져다댔다. 아무런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살다보니 이런 우연이 다 있구나 싶더라. 친구 집에서, 우연히, 광고지에 있는 네 얼굴 봤을 때.

그녀는 우연이라는 표현을 연거푸 사용했다. 목소리도, 억양도, 그대로였다. 그녀에게 서로의 집을 방문하곤 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 어쨌든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다행이다. 반사적으로 허공에 제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눈을 감아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깡그리 지울 수 있는 기억이란 어디에도 없다. 냄비의 국물이 천천히 졸아드는 동안 그녀도 나도 먼저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지혜야.

그녀가 나직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그것밖에 붙잡을 게 없어서 나는 사기 재질로 된 술잔을 두 손으로 꽉 감싸쥐었다.

—우리, 이제.

세미가 잠시 숨을 멈추었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올 말들을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만 같다.

—거기, 한번 가보자.

—………

—혼자 가보려고도 했어. 그런데 찾을 자신이 없더라. 전부 다 아스라하기만 해.

내 대답이 두려워서일까, 그녀는 쉬지 않고 말했다.

—솔직히 난 가끔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때가 있어. 너는 나하고 다르잖아. 너는 뭐든지 다 기억하니까. 하나도 남김없이. 그렇지?

활시위가 또다시 내 앞에 놓였다.

 

*

 

세미가 울고 있다니. 나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세미는 울지 않는 아이였다. 그동안 세미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딱 한번 보았을 뿐이다. 재작년 점심시간에 지혜가 가져온 귤 조각을 입에 넣다가 무심코 혀를 깨물었을 때였다. 세미의 뺨에 비현실적으로 둥그런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져내렸다. 그녀는 혓바닥을 쑥 빼물어 나와 지혜에게 상처를 보여주었다. 새빨간 핏방울이 선연했다. 눈물을 닦으라는 뜻으로 지혜가 건네준 손수건을 세미는 혀 위로 가지고 갔다. 손수건으로 혓바닥을 꾹꾹 누르면서 계속 뭐라 웅얼거렸다. 발음이 다 뭉개져서 귀를 곤두세워야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 씨 쪽팔리게 왜 자꾸 눈물이 나고 난리야. 나 원래 절대 안 우는데. 아이 씨 쪽팔려.

—아 저 싸이코.

지혜가 깔깔 웃었다. 나는 터무니없이 부끄러워져 어찌할 바를 모르는 중이었다. 내 혀가 아닌 남의 혀를 그렇게 가까이서 오랫동안 본 경험은 그뒤로도 없었다. 세미의 혀는 길고 도톰했다. 연분홍색과 살색을 섞어놓은 살덩이에 희뿌연 구름 같은 백태가 뭉게뭉게 끼어 있었다. 이 세상 모든 인류의 몸에 당연히 붙어 있는 하나의 기관일 뿐이라고 되뇔수록 정신이 아득해졌다. 지혈을 끝내고 나서도 세미는 못내 분하다는 듯 훌쩍였다.

—아 씨 그만 울어야지. 쪽팔려서. 히히.

세미가 절대로 울지 않는 여자아이라서가 아니라, 울다 말고 쪽팔린다고 히히거리는 아이라서 나는 성우형의 말을 믿을 수 없는 거였다. 세미가 지금 정말로 엉엉 운다고? 세미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그 하나의 물음표에만 골몰했다. 그렇게 나를 속였다. 학교도 가지 않을 만큼 급한 상황에서 왜, 나 아닌 성우형한테 연락했는지 진지하게 따지기 시작하는 순간 다른 세상이 열리기 때문이다. 아직 어떤 것도 단정하기에 일렀다. 경우의 수는 수백개에 달했다. 가슴 한구석에서 일렁거리는 불길한 기미를 애써 외면하려 했다.

초인종이 울리자 나도 모르게 스프링처럼 튀어올랐다. 문 앞에 선 세미를 보는 순간 내가 틀렸음을 알았다. 어쩌면 나는 꽤 자주 틀렸다. 그애는 얼마나 울었던지 눈두덩을 포함한 얼굴 전체가 퉁퉁 부어 있었다. 성우형이 세미의 어깨를 감싸안고서 소파에 데려다 앉히는 모습을 나는 무성영화의 한 장면처럼 얼떨떨하게 지켜보았다. 어디서 났는지 형이 손수건 한장을 세미에게 건넸다. 세미가 머뭇머뭇 그것을 받아들었다. 설명할 길 없는 낯선 감정이 치받혀올랐다. 나는 쓸모없는 붙박이 가구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세미의 흰자위가 아기 토끼처럼 빨갰다.

—미안해. 미안해요.

그녀가 형과 나에게 번갈아 사과했다. 사과의 의미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도 하고 아주 잘 알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그녀에게 그따위 인사를 받을 기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실온에 방치해둔 아이스크림처럼 가슴이 천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준모야.

형이 나를 불렀다.

—세미 따뜻한 물 한잔 갖다줘라.

나는 허청허청 주방으로 들어갔다.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컵에 따르고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30, 29, 28, 27, 26, 25…… 시간이 초 단위로 정밀하게 줄어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5, 4, 3, 2, 1, 그리고 0.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사라지고 만다는 의미였다.

—고마워, 준모야.

그녀가 말했다. 나는 거실 창에 커튼을 쳤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빛을 막고 싶었다. 커튼 밑에서 세미가 물 한모금을 조심스레 들이켰다. 상체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졌다. 티셔츠 가슴팍에 그려진 미키마우스가 한쪽 눈을 찡그렸다.

—얘 좀 봐라? 아예 교복도 안 입었네.

세미는 대꾸 없이 물잔만 만지작거렸다.

—왜, 할아버지 더 나빠지신 거야?

성우형의 목소리는 적당히 조심스러웠다. 역시 대답이 없었다. 재차 묻자 그제야 세미는 오늘이 고비라고는 하는데,라고 웅얼거렸다. 형이 정색을 하고 나섰다.

—그런데 왜 이러고 있어? 얼른 병원 가봐야지.

—있을 데가 없어요.

—으휴.

형이 주먹 쥔 손으로 세미의 머리를 때리는 시늉을 했다. 어떤 주저도 없었다. 스스럼없고 거리낌 없는 사이에서만 가능한 행동이었다. 이제껏 내 꿈에 세미가 몇번이나 나왔을까. 꿈속에서도 꿈 밖에서도 이런 장면은 상상해보지 않았다. 세미는 모두 병원에 가고 빈집에 혼자 있다보니 동이 텄고 불현듯 혼자 있는 게 무서워졌다고, 잠들지 못하는 밤의 잠꼬대처럼 더듬더듬 말했다.

—안되겠다. 일단 잠깐 눈이라도 붙여봐.

세미는 형이 시키는 대로 순순히 소파에 등을 기대고 누웠다. 형이 내 침대 위에서 이불을 가져다 덮어주었다. 벽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열한시를 가리켰다. 학교에서는 3교시가 한창일 터였다. 이상한 토요일 아침이었다. 세미가 잠들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화면보호기 속에서 형형색색의 그래픽 물고기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쉿, 잠든 것 같다.

형이었다.

—어쩌다 보니 너한테 아직 얘기 못했구나. 며칠 전에 세미가 밥 사달라면서 삐삐를 쳤더라고.

뭐랄까 그는 내게 우스꽝스럽게 보이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는 듯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우동 한그릇 사주고 들여보냈지. 그런데 그날 밤 같이 사는 할아버지가 쓰러지셨다더라.

며칠 전이라면 언제일까. 나는 엉뚱한 단서에 집착하는 무능한 형사처럼 달력 위의 숫자들을 노려보았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산다는 것만 알 뿐 그들이 몇살인지 어떤 병이 있는지 그 무시무시한 담벼락 너머 큰 집에는 또 누가 있는지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렇게 안 보이는데 집안이 꽤 복잡한 것 같더라. 부모님 이혼하면서 오갈 데 없어진 경우들 요새 많으니까.

귀를 막을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친구들이 더 잘해줘라. 불쌍하잖아.

형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내게 조금만 더 결단력이 있었다면 그 웃고 있는 실눈을 향해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타인의 입을 통해 그녀가 모욕당하는 일이 또 있다면 상대가 누구더라도 다시는 참지 않겠노라고 나는 결심했다. 한 삼십여분이 지났을까 세미가 부스스 일어났다. 잠깐 자고 일어난 뒤 세미는 아까하고는 사뭇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아 되게 쪽팔리네.

씨익 웃진 않았지만 이미 말짱한 표정을 덮어쓰고 있었다.

—괜히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내 주변에 삐삐 있는 사람이라곤 오빠밖에 없어서요.

닫힌 커튼 사이로 아무래도 감출 수 없는 지글지글한 봄볕이 새어들어왔다. 세미는 이제 가봐야겠다며 일어섰다.

—병원으로 가. 꼭.

성우형이 다그치듯 충고했다. 세미가 말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래도 그러는 거 아니다.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려고. 나중에 후회할 게 분명한 일은 말이야, 살면서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아.

그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진지해서 멋지고 나이 많은 어른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알량한 꼰대처럼 느껴졌다. 강남성모병원 중환자실까지 세미를 데려다주라면서 형이 내 등을 떠밀었다.

—안 그래도 되는데.

세미가 우물쭈물 말끝을 흐렸다. 현관 앞에서 쉽사리 신발을 신지 않고 머뭇거리는 세미를 보며 나는 조용히 깨달았다. 그녀가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성우형이었다.

—가자.

뜻밖에 내 입에서 나온 말에 나도 놀랐다. 바깥 공기는 안에서 짐작했던 것만큼 훈훈하지 않았다. 자꾸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우리 집에서부터 병원까지는 버스로 두 정거장이었지만 버스를 타고 다니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기분과 날씨에 따라 지하보도로 걷거나 지상으로 걸었다. 우리는 주로 고속터미널 지하상가를 가로질렀다.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 꽃 상가를 지나면, 인테리어 상가가 나오고, 거기를 지나면 옷 상가가 나왔다. 주말이어서인지 사람이 많았다. 상점마다 가게 앞에 가판대를 설치해놓아 안 그래도 좁은 길이 더 비좁았다. 키가 큰 내가 먼저 인파를 헤쳐 틈을 만들면 세미가 빠져나오는 방식으로 움직여야 했다.

마주 오는 사람, 뒤에 오는 사람, 앞에 가는 사람끼리 몸과 몸을 부딪치는 정도는 이곳에서 예삿일이었다. 보폭이 점점 빨라졌다. 등에 후텁지근한 땀이 번졌다. 오직 안전하게 길을 만드는 일에만 맹렬히 몰두하다보니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얼핏 뒤를 돌아보니 그녀도 정신없이 따라오고 있었다. 뺨이 붉게 상기되고 입에서 후후 입김 같은 것도 나왔다.

—야 다리 길다고 자랑하냐.

투덜거리지만 싫지 않은 얼굴이다. 나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오지탐험대원들끼리의 동지애와 비슷한 것일까.

—저기 다 왔네. 강 남 성 모 병 원.

세미가 길 건너 병원 건물 외벽에 붙은 글자들을 또박또박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