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2013년에 무엇을 해야 하나

 

박근혜정부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성공하려면

 

 

박창기 朴昌起

(주)에카스 대표, (주)팍스넷(증권정보 인터넷기업) 창업자. 전 희망제작소 이사. 저서로 『혁신하라 한국경제』가 있음. ckfrpark@gmail.com

 

 

현재 한국경제가 당면한 내부 문제의 핵심은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잘못된 구조이고, 외부의 핵심 문제 중의 하나는 주요 국가들의 고령화에 따른 수요 감소현상이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박근혜정부가 성공하여 국민 대다수에게 행복과 번영을 가져다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조언하려 한다.

 

 

1. 좋은 일자리의 부족과 ‘신자유주의 폐해론’

 

우리 경제위기의 태반은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겼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실업자가 줄고 소비가 늘어나 경제가 성장하며 가계부채는 축소되고 양극화도 완화된다. 임금이 낮고 불안정한 소기업의 일자리, 자영업의 일자리, 비정규직 일자리의 비중을 줄이고, 큰 기업과 강한 중소기업의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경제위기 해결의 열쇠다.

2010년 기준으로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 종사하는 우리나라 근로자는 약 240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6%이며, 취업자 2400만명의 10% 수준이다. 30대 재벌의 직원과 공무원의 수는 각각 약 100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4% 정도씩이다. 한편 미국의 경우 500인 이상 대기업이 전체 임금근로자의 50%를 고용한다. 영국과 독일은 250명 이상의 대기업이 임금근로자의 45%와 40%를 고용한다. 일본은 22%, 대만은 21%가 대기업에서 일한다.1) 우리는 큰 기업과 강한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비율이 지나치게 낮은 것이다.

한편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문제를 바라보는 프레임으로 많이 거론되는 것이 ‘신자유주의 폐해론’이다. 신자유주의 때문에 문제가 생겼고 이를 극복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많은 지식인들이 주장한다. 그런데 필자는 ‘신자유주의가 원인’이라는 분석은 틀린 것이며, 따라서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방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2차대전 이후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는 복지를 늘리고 세율을 높이며 공공부문을 강화하는 수정자본주의가 대세를 이루었다. 그런데 이 정책이 1970년대에 들어서 심각한 부작용을 드러냈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세계 최강의 패권국가였던 영국이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표방한 복지,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 공공경제의 지나친 확대와 그에 따른 높은 세금 등의 병폐로 경제가 파탄상태가 되었고 급기야 1976년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이론으로 신자유주의가 등장했다. 복지를 줄여 세금을 낮추고,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제압하고, 공공경제 부문을 줄이고, 시장경제를 활성화했던 정책기조가 신자유주의다. 이러한 정책으로 1979년에 집권한 영국의 마거릿 새처(Margaret Thatcher) 수상은 고질적이던 ‘영국병’을 극복했고, 1981년에 집권한 레이건(R. Reagan) 대통령은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하고 미국의 경쟁력을 회복했다. 그러나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 이후 신자유주의는 ‘워싱턴 컨센서스’라는 미국자본의 이익에 종사하는 이데올로기로 변질되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부자 감세로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졌으며, 금융자본의 사기에 가까운 탐욕 추구를 방치하여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유발했다.

한국의 경우에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꾸준히 복지를 늘려나갔고, 따라서 세금도 늘어났으며, 노동조합의 위력은 강화되었고, 정부가 주도한 토건과 산업정책은 계속되는 한편, 관료의 권능도 지속되었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시절에도 대세는 유지되었다. 이처럼 과거 20년간 한국은 신자유주의 정책과는 반대의 길을 갔다. 그런데도 한국경제가 신자유주의 때문에 어려워졌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가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상품시장과 금융시장 개방, 공기업 민영화, 노동유연화를 요구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IMF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집행되지는 않았다. 자유무역협정과 그에 따른 무역자유화는 우리의 수출 확대와 국내 독과점산업의 개혁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었다. 강력한 노조가 있는 기업에서는 유연화가 별로 진행되지 않았다. 대신 비정규직과 하청의 증가라는 기형적인 형태로 노동유연화가 진행되었는데, 이는 미국의 압력뿐 아니라 분업의 세계화 현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리고 주요 은행의 경영권을 미국의 투기성 금융자본인 골드만 싹스, 뉴 브릿지, 론 스타 등에 넘겨주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논리와 IMF의 압력을 동원하여 단기적 시세차익이 확실해 보이는 은행을 투기적인 목적으로 인수했다가 대규모 차익을 얻고 철수했을 뿐이다. 이는 한국의 관료와 정치권이 은행업종의 속성과 투기자본의 야욕을 잘 몰랐기 때문에 저지른 실수였다. 가령 중국은 부동산과 은행 같은 이권경제에는 외국인 투자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진보개혁진영의 많은 학자와 정치인은 신자유주의가 문제의 원인이고,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을 적으로 규정하고 그 유령을 잡으려고 노력하다보니, 현실 문제의 분석에 실패하고 대안 제시도 못했던 것이다. 현실 세계와 동떨어지고 허망한 논쟁을 하던 중 민심은 떠나버렸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