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누군가에게 가족은 누적된 과거의 저장소이자 자신을 만들어준 뿌리로 기억될 것이다. 명절 때면 고속도로에 펼쳐지는 긴 행렬, 부모님 방문, 제사와 성묘 등은 가족의 의미를 새삼 확인시켜주는 의례들이다. 많은 사람들은 가족을 친밀한 관계를 통해 험하고 불안한 세상에서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언덕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압축성장에 이어서 신자유주의적 속도경제를 헤쳐나가고 있는 한국인에게 가족은 훨씬 역동적이고 다양한 각본들로 점철된다. 사랑 때문에 결혼했으나 돈 때문에 헤어지기도 하고, 가족이라는 장막 뒤에서 폭력과 억압이 횡행하기도 하며, 소통은 사라진 채 피곤하고 지친 투명인간들이 잠시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