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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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완 千訂完

1981년 경북 문경 출생. 2011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 wrongseason@gmail.com

 

 

 

육식주의자

 

 

너는 마치 이발소에 걸린 그림 같다. 너는 너를 읽는 사람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지 못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 그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내가 너를 처음 창조할 때 작게는 30대 중반의 회사원을, 크게는 그 또래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너는 상사의 탄압에도, 동기들의 괄시에도 소극적인 태도였다. 너는 부모의 강요에 마지못해 나간 선 자리에서 상대가 언제 제일 행복하냐고 묻자, 우연히 간 마트에서 자주 먹는 라면이 특가 판매되고 있을 때라고 대답했다. 또 술에 취한 친구가 왜 사느냐고 질문하자, 너는 살고 있으니까 산다고 대답했다. 나는 네가 최소한 죽지 못해 산다는 대답은 할 줄 알았다. 너를 읽은 독자들은 네게 인간미가 없다고 평했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면모, 나는 그게 무엇일까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너를 살아 있는 인물로 만들 수 있을까. 너는 단지 빈 여백을 뒤에 둔 커서로 깜빡일 뿐, 내가 아무리 고민해도 속을 보여주지 않는다. 나는 네게 결여된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결여가 너를 평평한 인물에 머물게 한다는 결론을 나는 얻었다. 그래서 나는 한가지 사건을 생각했다.

 

너는 아침 기획회의에 또 지각한다. 팀원들은 이미 포기했다. 저런 인간 유형은 철기시대 때부터 있었으니까, 장대리는 너를 그렇게 정의했다. 회의 시작 전 너는 팀원들에게 지하철 사고 핑계를 댄다. 팀원들은 신경 쓰지 않고 잡담을 한다. 팀장은 너를 혼내지 않는다. 오히려 기획회의가 끝나고 점심식사를 제안한다. 팀장이 점심식사를 제안했을 때, 너는 그저 예,라고 대답한다. 팀장 같은 사람이 점심을 제안했는데, 예,라니. 장대리라면 아마 오전 내내 회사 주변 맛집을 전부 검색해놨을 것이다. 아무튼 너는 점심시간에 팀장과 함께 사무실을 나선다. 모든 팀원들이 속으로 질투했지만, 너만 그 사실을 모른다.

 

“초식동물을 상처 없이 잡는 방법은 그물밖에 없어.”

너에게 팀장이 말한다.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는 순간에도 너는 오늘 구내식당 메뉴인 돈까스에 대해 생각한다. 아, 한달에 두번만 나오는 건데, 너는 팀장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관심도 없다. 단지 너는 팀장의 말끝에 아, 네,라고 대답할 타이밍에만 간신히 집중한다. 너의 관심사는 돈까스에 곁들여 나오는 양배추 쌜러드로 옮겨진다.

“하지만 초식동물은 경계심이 많아. 후각을 이용해 위험을 알아차려. 냄새로 상황을 판단한다는 건, 단 한순간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는 뜻이야.”

“아, 네” 하고 네가 대답한다.

“그래서 초식동물을 그물로 잡으려면 사람냄새를 없애야 한다는군. 타닌이 많은 방향성 침엽수를 꺾어서 2주간 말려 잘게 자른 후에 보드까에 걸러 몸에 바르면, 초식동물의 냄새를 가질 수 있다고 하더군. 제일 중요한 건 스스로가 초식동물이라고 생각하는 거래. 자신을 철저하게 감추는 거지. 아무리 체취가 없어도, 그러지 않으면 초식동물을 생포할 수 있는 사정거리로 들어갈 수 없대. 나는 말이야. 언젠가 그물로 사슴을 잡고 싶어. 사람의 냄새를 완전히 지우고.”

너는 아, 네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식당으로 가는 동안에도 너는 아직 돈까스를 생각한다. 아, 오늘 수요일인가. 그러면 양송이 수프일 텐데. 꿀꺽. 네가 침을 삼킨다. 팀장은 너를 계속 관찰한다. 너는 여전히 구내식당 돈까스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으므로, 네가 더 눈치 없는 행동을 하기 전에 나는 너와 팀장을 얼른 정육식당으로 옮겨놓는다. 자리에 앉자마자 반찬이 깔린다. 팀장은 써빙을 하는 주인에게 자신은 늘 먹던 걸로, 네 몫으로는 육회를 주문한다. 너는 다행히 다른 것을 먹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주인은 테이블에 접시 두개를 내려놓는다. 한 접시에는 육회가, 한 접시에는 몇 덩어리의 생고기가 담겨 있다. 너는 테이블에 놓인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불을 켜면서 주인에게 불판은 왜 안 주느냐고 묻는다.

“난 그냥 먹어.”

팀장이 불을 끄며 그에게 말한다.

“이 자리는 사적인 자리야. 나는 김철기씨가 상사의 사적인 이야기를 소문내는 촌스러운 사람이 아니라고 믿어.”

너는 영문도 모르고 그러겠다고 대답한다. 팀장은 육식주의자다. 팀장은 생고기만 먹는다. 술과 담배는 물론 심지어는 커피도 입에 대지 않는다. 팀장은 아무에게도 먹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는 가끔 팀원들이 무안할 정도로 간식 따위를 단호히 거절한다. 사람들은 그가 경계심이 많거나 지독한 편식가라고 생각한다. 팀장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손으로 집어 입에 넣는다. 쩝쩝, 너는 팀장이 고기를 씹는 것을 가만히 본다. 너는 조금 놀랐지만, 참 독특한 취향이구나 생각하며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팀장은 휴지를 뽑아 손에 묻은 피를 닦는다. 코피라도 쏟은 듯, 테이블에 피가 밴 휴지가 쌓인다. 너는 조금 망설이다가 육회를 먹기 시작한다.

“입사한 지 얼마나 됐지?”

2년차입니다.”

네가 말한다. 팀장은 그렇군, 하더니 큼지막한 고기를 집어 입에 넣는다. 너는 밥은 왜 안 줄까 생각하며 주변을 살핀다. 앉아 있는 테이블 좌측으로 간이 발골실(發骨室)이 보인다. 정육점 주인이 칼을 들고 나타난다. 주인은 대접에 담긴 물을 마시고 나서, 세로로 토막난 채 봉에 매달린 돼지를 해체하기 시작한다. 그는 뼈에서 분리된 살덩이를 진열 냉장고 뒤쪽 도마로 툭툭 던진다. 너는 그 모습이 조금 불쾌하다.

“흉측하네요. 저걸 보면 애초에 살아 있던 게 맞나 싶습니다.”

“자신감이지. 요즘 저렇게 현장에서 작업하는 정육식당이 어디 있어? 고기는 뼈에서 분리되는 순간 상하기 시작해.”

“아, 예.”

너는 대답하며, 밥은 언제 주는지 생각한다. 팀장은 야구중계라도 보듯 주인이 발골하는 과정을 보면서 천천히 고기를 씹는다. 팀장은 침착하고 과묵하며 성실하고 참을성이 강한 사람이다. 거칠게 욕을 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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