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생태담론과 사회변혁

 

기후변화와 녹색정치

 

 

하승수 河昇秀

변호사.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저서로 『지역, 지방자치 그리고 민주주의』 『교사의 권리 학생의 인권』 『한국 직접참여민주주의의 현재』 등이 있음. haha9601@naver.com

 

 

1. 글을 시작하며

 

200911월 영국의 유명한 기후변화 연구자인 필 존스(Phil Jones) 교수의 이메일과 컴퓨터 서버에 있던 문서들이 해킹 당했다. 해킹 당한 이메일과 문서파일은 1천건이 넘었다. 이것은 이른바 ‘기후게이트’(Climategate)라고 이름 붙여진 사건의 시작이었다. 이 해킹사건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릴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코펜하겐 총회)를 앞둔 시점에 발생했다. 총회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좀더 실효있는 대책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질 예정이었다. 이런 민감한 시점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권위있는 연구자의 이메일이 해킹된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역시나 해킹된 이메일의 내용은 곧 언론을 통해 폭로되었다.

폭로의 핵심은 존스 교수의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가 조작되었다는 데 있었다. 존스 교수는 이스트앵글리아(East Anglia)대학의 기후연구소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의 대표 연구성과로는 1975년부터 1998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가 0.166도 상승함을 밝혀낸 연구를 들 수 있다. 존스 교수의 연구결과 조작의혹이 제기되자 어마어마한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후변화에 관한 기존의 연구결과들을 신뢰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코펜하겐 총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란이 되었다. 존스 교수는 기후연구소장직을 사임했고, 영국 의회와 대학은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결국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 사건의 조사를 위해 구성된 독립적 조사기구의 책임자인 뮤어 러쓸(Muir Russel) 박사는 ‘필 존스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열정적이고 정직한 과학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영국 의회도 그가 복직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존스 교수는 20107월에 복직했다. 그러나 누가 그의 이메일을 해킹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메일 해킹을 통해 유출된 자료가 이 같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정도로 기후변화는 민감한 문제다. 동시에 정치적 이슈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를 부정하거나, 최소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지연시킴으로써 이익을 보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기후게이트는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2. 차원이 다른 환경문제, 기후변화

 

그동안 여러 환경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기존의 환경문제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기후변화는 그 영향 범위가 전지구적이다. 그리고 단기간의 노력으로 해결을 모색할 수 없는 문제다. 한 국가가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여러 국가들이 꾸준히 체계적으로 협업하지 않는다면 풀기 어려운 문제다. 그리고 기후변화는 생존의 문제다. 지금까지 인류역사상 이 정도로 심각한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에 무관심하다. 언론은 2100년이 되면 지구의 온도가 몇도쯤 오르고 2050년이 되면 해수면이 얼마쯤 상승한다는 식으로 보도하지만 당장 하루하루 먹고살기가 빠듯한 사람에게는 먼 이야기일 뿐이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라는 말도 너무 온건하다. 단어만 보면, ‘날씨가 변화하는 것이겠지’라는 정도의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사실 ‘기후위기’(climate crisis) 또는 ‘기후재난’(climate catastrophe)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기후변화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알려진 것처럼,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원인은 온실가스다.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2)를 비롯해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등이 있다. 이 중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보면, 400ppm을 넘어섰다. 중요한 사실은 지구 역사상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300ppm을 넘어선 것은 최근의 일이라는 점이다. 수십만년 동안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300ppm을 넘어선 적이 없었는데, 산업혁명 이후 증가하기 시작해서 점점 그 속도가 빨라졌다. 그리고 이제는 ‘임계점’에 해당하는 450ppm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늘어나는 온실가스는 지구를 뜨겁게 하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