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신예작가 5인선

김엄지 奇俊英
1988년 서울 출생. 서울 출생. 2010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으로 등단. thea18@naver.com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그는 산으로 갔다.
그는 산으로 가기 위해 배낭을 샀다. 양말과 팬티, 점퍼와 트레이닝 바지, 치약과 칫솔, 야구모자와 수영모, 물안경을 챙겼다. 그는 계곡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는 다이빙을 하고 싶었다. 3미터는 돼야 해. 그는 수심 3미터 이상의 계곡이 있는 산을 검색했다. 익사, 중태 같은 기사를 여러건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산으로 가기 위해서 네시간 동안 고속버스를 타야 했다. 그리고 두번 더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잠들고 깨기를 반복했다. 잠에서 깰 때마다 그는 고민했다. 며칠 동안 산에서 머무를 것인가. 그가 고민하는 동안 비가 내렸다. 장마는 끝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비는 계속 내렸다.
휴게소에서 그는 소시지와 통감자구이를 사 먹었다. 버스가 다시 출발했을 때 가슴 언저리에서 소시지와 통감자구이가 거북하게 일렁였다. 그는 버스 창에 머리를 기대고 심호흡을 했다. 그는 멀미를 앓으면서 다시 생각했다. 며칠 동안 산에서 머무를 것인가. 아주 오래 머물고 싶기도 했고, 다이빙을 단 한차례만 한 뒤에 곧바로 돌아올 생각도 있었다.
그가 산 입구에 도착했을 때 비는 거의 내리지 않는 것처럼 내렸다. 그래서 그는 비가 그쳤다고 생각했다. 그는 좀 쉬고 싶었다. 하늘이 어두웠다. 민박이나 펜션, 산장 같은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어두운 하늘과 텅 빈 주차장, 수심 3미터의 계곡이 있다는 크고 짙은 산, 산의 입구를 상징하는 녹슨 철제 구조물, 비교적 환하게 빛나는 24시 편의점뿐이었다.
근처에 숙소 있습니까? 그는 편의점으로 들어가 물었다. 편의점 직원은 없다고 대답했다. 없어요. 짧은 대답이어서 그는 섭섭함을 느꼈다. 그는 1.5리터 게토레이를 계산했다.
근처에 숙소 있습니까? 그는 등산복을 갖춰 입은 오십대 남자에게 물었다. 등산복 차림의 남자는 편의점 계산대에서 버터오징어를 계산하는 중이었다. 없습니다. 등산복의 남자 역시 짧게 대답했다. 그는 이제 누구에게 더 물어보아야 할지 고민됐다. 그는 편의점 밖으로 나왔다.
편의점에서 게토레이를 계산하고 숙소를 물었을 뿐이었지만 그사이 하늘은 더 어두워졌다. 산은 좀더 짙어졌고, 산 입구를 상징하는 철제 구조물은 좀더 녹슬어 보였다. 그리고 주차장은 더 넓게 비어 있었다. 그는 가끔 공간이 넓어지는 현상을 겪었다. 실제로 공간이 넓어진 것이 아니라 그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었다. 가벼운 공황증세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 그는 자신이 공황증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했다. 그는 편의점 유리 앞에 서서 1.5리터의 게토레이를 들이켰다.
좀더 어두워지기 전에. 그는, 좀더 어두워지기 전에,라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했다. 좀더 어두워지기 전에. 좀더 어두워지기 전에. 좀더 어두워지기 전에. 그는 한가지 생각을 반복적으로 되새겼다. 그가 가벼운 강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가벼운 강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했다. 그는 1.5리터의 게토레이 병이 순식간에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한꺼번에 많이 마셨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많이 마셨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화장실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좀 참아보기로 했다. 좀 참고, 좀더 어두워지기 전에.
그는 편의점 유리 앞에 서서 하산하는 등산객 둘에게 다시 숙소를 물었다. 삼십분쯤 걸어야 합니다. 그중 한 등산객이 그에게 말했다. 그는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그는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등산객에게 인사를 했다. 등산객은 등산로를 따라 산속으로 삼십분쯤 걸어가라 했다.
그는 산속으로 걷기 시작했다. 흙과 잎이 진한 냄새를 뿜었다. 축축하고 신선한 냄새였다. 축축하고 신선하게, 그는 신비로운 기분에 휩싸였다. 신비로운 기분은 그가 십분 정도 더 걸었을 때 최고조에 달했다. 십분쯤 걸었을 때 그는 안개에 휩싸였다. 그는 안개 속에서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뜨는 사이에 사위는 더 어두워졌다. 그는 안개 속에서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쌌다. 그는 한 방향으로 힘을 주었다. 그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비가 멈췄다고 생각했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 듯 계속해서 내렸다. 그래서 그의 옷과 몸은 천천히 계속 젖었다. 흙과 잎, 등산로 역시 젖어 있었지만, 그는 비와 어둠에 적응하면서 그런대로 잘 걸어나갔다. 하지만 두번의 심한 오르막을 거치고 나자 배낭이 무겁게 느껴졌다. 길은 걸을수록 가팔라졌고, 그가 배낭 안에서 무언가 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숙소가 보였다. 숙소라기보다 허름한 식당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백숙과 막걸리, 라면, 몇가지 스낵을 파는 곳이었다.
잘 수 있습니까? 그가 물었다. 잘 수 있습니다. 비쩍 마른 여자가 대답했다. 여자는 비쩍 마른데다가 거의 백발이었다.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단발이었다. 허리가 약간 굽어 있어서 더욱 나이 들어 보였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했다. 그는 27분 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등산객이 일러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뿌듯했다. 그는 뿌듯한 마음으로 라면을 주문했다. 늙고 마른 주인여자는 방으로 가져다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라면을 기다리는 동안 옷을 갈아입었다. 옷과 몸이 젖었다는 것, 심지어 자신의 몸이 차갑다는 것이 의아했다. 산속을 걷는 내내 더웠고, 비가 그친 줄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옷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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