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 愼鏞穆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가 있음. 97889788@hanmail.net

 

 

 

게으른 시체

 

 

화살이 날아가 꽂혔을 때 비로소 정확히 보이는 과녁,

아름다운 회오리

그러나 한번 화살이 꽂히고 나면 과녁은 제 이름을 벗어날 수 없지, 그때

 

칼날이 손목을 긋고 갔을 때, 비로소 등장하는 죽음처럼

 

이곳은 바다야

넓고 푸르고 평화롭지,

미늘에 꿰어지기 전까진 누구도 그 속에 저렇게 슬픈 표정을 가진 짐승이 헤엄치고 있다는 걸 모르지

물고기는,

바다의 동맥처럼

믿기지 않겠지만

 

불가해한 사건만이 분명한 손가락으로 가리킬 수 있다—유리컵의 깨진 금들과 쏟아진

물의 얼룩

혹은 잘린 나무의 나이테거나 편지의 찢긴 조각

그리고 불탄 재의 빛깔,

날카롭게 휘어지던 오토바이가 맹렬하게 달리던 택시와 부딪쳤을 때, 뜨거운 아스팔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