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조명 | 정이현 장편소설 『안녕, 내 모든 것』

 

상실, 혹은 노스탤지어의 귀환

 

 

정여울

문학평론가. 저서로 『아가씨, 대중문화의 숲에서 희망을 보다』 『내 서재에 꽂은 작은 안테나』 『마음의 서재』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잘 있지 말아요』 등이 있음.

 

정이현 鄭梨賢

소설가.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 『오늘의 거짓말』, 장편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너는 모른다』 『사랑의 기초: 연인들』 『안녕, 내 모든 것』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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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곳

 

난 언제나 너에게 말을 하지 못하고

그대 눈빛이 마주칠 땐 고개 돌리며 다른 얘길 하네

내 마음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나의 이 아픈 가슴을 너는 아는지

나의 진실을 이해하는지

—서태지와 아이들 「내 모든 것」 중에서

 

우리는 어떤 소설을 읽을 때 ‘이건 내 이야기 같아’라는 연대감을 느낄까. 물론 주인공과 비슷한 체험을 공유했을 때일 수도 있지만, 내 경우는 체험의 내용이 아니라 내면의 정서를 닮았을 때 더 깊은 동질감을 느낀다. 『안녕, 내 모든 것』(창비 2013)은 내 경험과 비슷하지는 않지만 그때 그 시절 내가 느낀 쓸쓸함과 상실감을 닮은 소설이기에 주인공과 친밀감을 나눌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소설의 인물들과 많이 다르다. 세미처럼 감정을 노련하게 절제하지도 못하고, 지혜처럼 모든 것을 일일이 기억하지도 못한다. 준모처럼 사랑을 위해 자신의 소중한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 용기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지혜처럼 자신의 운명에 대해 하릴없이 투덜거렸고, 세미처럼 어떤 어른에게서도 마음의 안식처를 찾지 못했으며, 준모처럼 망설이고 더듬거리다가 끝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담긴 문장을 털어놓지 못했다. 시도 때도 없이 심장을 파고드는 외로움은 응급상황이 아니라 공기처럼 가족처럼 익숙해져야 할 생의 전제조건임을 아프게 가르쳐준 것. 그것이 나의 90년대였다. 그때를 함께 기억할 수 있는 사람과 공간은 이제 내 곁에 없지만 여전히 90년대는 내 모든 것이 발아한 꿈의 인큐베이터다. 정이현 작가와 나는 각자의 ‘내 모든 것’이 담겨 있는 90년대에 대해 흠뻑 수다를 떨고 싶었다. 우리의 인터뷰는 90년대라는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 술단지를 놓고 벌이는 정겨운 뒤풀이였다.

 

1990년대와의 끝나지 않는 작별인사

 

정여울 『안녕, 내 모든 것』을 출간하신 지 넉달 조금 넘었네요. 그동안 출간기념 강연이나 인터뷰를 진행하시면서 이 소설의 의미가 더 각별히 느껴지셨을 것 같습니다. 『안녕, 내 모든 것』은 이전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 굉장히 허심탄회한 느낌, 작가가 스스로를 더욱 자유롭게 드러낸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십대들의 이야기니까 시간상으로는 좀 거리가 있지만 마음속 깊이 오랫동안 숨겨둔 얘기들을 이제는 편안하게 꺼내놓는 듯해서 독자 입장에선 기존 소설보다 훨씬 친밀하게 느껴졌습니다.

정이현 네.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는 맞습니다. 구체적으로 형태가 잡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1990년대를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소설가가 되기 전부터 있었고, 그 욕망이 이 소설의 모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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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문학평론가. 저서로 『아가씨, 대중문화의 숲에서 희망을 보다』 『내 서재에 꽂은 작은 안테나』 『마음의 서재』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잘 있지 말아요』 등이 있음.

정여울 ‘안녕, 내 모든 것’이라는 제목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데요. 작가는 무엇을 ‘내 모든 것’이라고 지칭하는 걸까, 그럼 나만의 ‘내 모든 것’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하게 되지요. 또 “안녕” 하면서 반갑다는 인사를 건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반대로 무언가에게 “안녕” 하며 떠나보낸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안녕이라는 단어 자체에 정반대의 두가지 의미가 스며 있으니까요.

정이현 『창작과비평』에 처음 연재했을 때는 ‘내 모든 것’이라는 제목이었습니다. 그 원래의 제목 자체가 이 이야기의 단초, 최초의 실마리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내 모든 것」은 1992년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 1집 테이프 앨범 B면 첫번째 곡이기도 해요.

정여울 아, 이제 ‘내 모든 것’의 의미가 좀더 잘 전달되는 것 같네요. 사실 저 같은 경우는 십대의 어떤 짧은 시절이 ‘내 모든 것’이 될 수 있을까, 그만큼 십대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서태지 1집의 곡 이름이라고 하시니까 이 책의 90년대적 정서와 어우러져서 소설의 제목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정이현 A면의 첫번째 곡이 「난 알아요」고 B면의 첫번째 곡이 「내 모든 것」이거든요. 「난 알아요」와 「내 모든 것」. 이 두 제목이 상징적으로 90년대의 어떤 모습을 드러낸다고 생각해요. 서태지가 저와 1972년생 동갑이어서 더 남다른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지만, 시시한 스무살이던 제게 돈암동, 강남역, 명동 등등 어디든 울려퍼지던 서태지의 노래는 큰 충격이었어요. 제 청춘에서 아주 중요한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각인되어 있죠. 「내 모든 것」은, 있었던 것 같기도 없었던 것 같기도 한 노래랄까요. 「난 알아요」와 「내 모든 것」에는 둘 다 ‘나’라는 일인칭이 들어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는 그 점이 90년대가 새로울 수 있었던, 그 이전 시기와 구별되는 아주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