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박근혜 1년, 이제 우리가 말해야 할 것
 

대화

박근혜 1년과 민주파의 대응

 

 

김종엽・은수미・이철희・정현곤

 

 
김종엽・은수미・이철희・정현곤 ©이영균

©이영균

 

김종엽(사회) 이번호 대화에서는 정치현장, 정치비평 그리고 시민운동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신 은수미 의원, 이철희 소장, 그리고 정현곤 위원장 이렇게 세분을 모셨습니다. 이제 곧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됩니다. 그래서 우선 박근혜정부의 성격과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그것에 이어서 87년체제의 수립 이후 ‘87년 운동체제’라 부를 만한 사회운동의 흐름이 어떻게 이어져왔는지와 함께 사회운동의 현황을 점검하고자 합니다. 보통 집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합적으로 행동하는 걸 사회운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니까 정당활동이나 정치운동도 넓은 의미의 사회운동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민주파의 사회운동은 이명박정부를 지나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명박정부에 이어 다시 박근혜정부가 등장함에 따라서 사회운동의 어려움은 더 커진 것 같습니다. 더구나 최근 박근혜정부의 노동운동에 대한 공세는 보수파가 민주파의 사회운동을 약화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파괴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줍니다. 그래서 87년체제의 사회운동이 안녕한가를 진단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우선 지난해 안녕들 하셨는지부터(웃음) 이야기를 시작해보지요. 가장 큰 변화를 겪은 분이 이철희 소장님이신 것 같은데 먼저 말문을 열어주시죠. 이소장님은 2012년부터 유명인으로 떠서 이제는 목욕탕 가면 인사하는 사람도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박근혜정부 1년의 한국사회

 

이철희 李哲熙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역임. 저서로 『1인자를 만든 참모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기는 정치, 소통의 리더십』 등이 있음.

이철희 李哲熙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역임. 저서로 『1인자를 만든 참모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기는 정치, 소통의 리더십』 등이 있음.

이철희 말씀하신 것처럼 2012년 총선 즈음에 정치현장을 떠났습니다. 정치평론가의 삶은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는데, 정치평론이라는 게 직업으로 가능해진 건 묘하게도 종편(종합편성채널) 때문입니다. 총선과 대선 시기에 종편이 정치뉴스 내지 정치평론에서 블루오션을 발견했고, 거기에 제가 자연스럽게 출연하게 됐지요. 2013년에는 선거가 없어서 정치평론 시장이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더 늘어났어요. 북한 관련 뉴스 시장도 컸는데, 이 부분은 보수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진보는 북한과 관련해서 여전히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아무튼 그래서 2013년에 먹고사는 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지만, 정치평론가로서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어떤 진영을 대변해서 평론을 하는 건 아닙니다만 정치의 이슈가 좀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남북관계를 둘러싸고 냉전적인 주제로 티격태격하는 등의 구시대적인 모습을 바라보면 답답합니다. 민주당이 못한다는 건 이미 국민적 상식이 됐지만, 박근혜정부도 생각보다 무척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실행 면에서는 자잘한 테크닉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시대상황에 맞게 정치의제를 세우고 그에 맞는 리더십을 펼치는 측면에서는 퍽 미숙한 점이 있습니다. 안보보수가 지금 보수 전체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이 거기에 끌려가는지 그걸 끌고 가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거기에 시장보수 세력이 결합되어 있는 것 같아요. 외면의 프레임에선 안보지만 내용적으로는 시장보수의 이데올로기가 그대로 관철되고 있는 거죠. 전 이 정권이 결국 ‘줄푸세’(세금과 정부규모를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운다)로 돌아갔다고 생각해요. 지난 1월에 있었던 대통령 기자회견은 그걸 정치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많은 대중이 정치를 통해 삶의 변화를 꾀하려고 했음에도 정치가 화답하지 못하면서 실망하거나 분노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종엽 金鍾曄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저서로 『연대와 열광』 『에밀 뒤르켐을 위하여』 『87년체제론』(편저) 등이 있음.

김종엽 金鍾曄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저서로 『연대와 열광』 『에밀 뒤르켐을 위하여』 『87년체제론』(편저) 등이 있음.

김종엽 종편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저도 이소장님이 출연하시는 ‘썰전’(JTBC 방영)을 자주 봅니다. 보는 이유 중의 하나는 목요일 11시에 마땅히 볼 게 없어서고,(웃음) 다른 이유는 ‘썰전’ 나름의 균형감각 때문입니다. 이명박정부의 언론장악에서 비롯된 것이긴 한데, 미디어의 진영화가 심해지다보니 사람들이 미디어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기보다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을 다시 확인하고 탐닉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더불어 무슨 내용을 어떻게 전달해야 상대편에게 설득력이 있을지 고민하지 않는 사회가 된 거지요. 진영화가 심해진 매스미디어 영역에서 보수와 진보를 대변하는 정치평론가가 일대일로 나오는 유일한 프로그램이 ‘썰전’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은수미 의원은 의정활동을 1년 반 정도 하셨지요? 다른 인터뷰에서,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제의를 받고 수락한 직후 비례 순번이 빨라 국회의원이 될 것을 몇시간 만에 알게 되었다고 하셨는데,(웃음) 그러면서도 초선의원으로서는 상당한 활동력과 명성을 얻으신 것 같습니다. 그간의 의정경험에 대한 소감 그리고 국회 안에서 보게 되는 박근혜정부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은수미 殷秀美 19대 민주당 국회의원.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역임. 저서로 『날아라 노동』 『IMF 위기』 등이 있음.

은수미 殷秀美
19대 민주당 국회의원.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역임. 저서로 『날아라 노동』 『IMF 위기』 등이 있음.

은수미 제 개인사는 인터뷰에서 많이 이야기했으니 그보다 민주당 의원으로서 지난 한해 중요하게 느낀 문제를 짚고 싶습니다. 우선 이소장님께서 지난해 국정원 선거개입이나 NLL 문제, 그리고 종북 논란 등이 전면에 부상한 것을 염두에 두고 ‘문제는 경제인데’라는 취지의 얘기를 하셨는데, 그 경제문제를 푸는 데 저도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오히려 ‘문제는 정치다’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민주당 편에서 보면 작년에 세가지가 핵심과제였다고 생각해요. 첫째, 대선 직후부터 제기된 환골탈태 수준의 당의 혁신, 둘째, 국정원 선거개입과 관련해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해결하는 것, 셋째, 한국사회의 소득불평등 문제입니다. 제가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고 주력한 부분은 셋째 과제였습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지키기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활동 같은 것이지요. 이 위원회가 십여가지 정도를 실질적으로 해결했고, 최소한 갑()들에 대한 견제의 역할은 했다고 봅니다. 저는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당의 혁신과 민주주의의 위기 해결에 일조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세가지 수준이 하나가 풀리면 다른 것도 풀리는 그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앞의 두 과제에 대해서도 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별도의 전략을 가져야 했어요. 스스로 평가해보면 그런 점에서 제 판단은 좀 안이했고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습니다.

다음으로 박근혜정부에 대해서인데, 저는 민주당도 못하지만 박근혜정부도 못한다는 이철희 소장님의 판단 가운데 뒷부분에는 동의가 잘 안됩니다. 박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747 줄푸세’에서 ‘474 민영화’(474는 박대통령이 연초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국정목표로서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불을 의미하는 것으로, 은수미 의원은 이런 목표를 박 대통령이 민영화를 통해서 달성하려고 한다는 의미에서 474 민영화라고 부름편집자)로 나아갔고, 민주당이 주장해온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특검을 포기해야 한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공약과 야당을 얼마나 무시하면 이런 식으로 주장하겠습니까? 민주당이 대통령의 이런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하고 나갔어야 했지만 그런 모습을 안 보였죠.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잘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렇게 얘기하고 나서도 지지율이 48%에서 다시 50% 이상으로 올랐잖아요.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소장님은 박근혜정부가 생각보다 못한다고 하셨지만, 현 정부는 보수언론, 재벌, 군부, 보수적 관료 등을 비롯해 여러 집단의 네트워크 형태로 하나의 정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봅니다. 박근혜정부는 정파의 대표로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이 네트워크가 무서운 거죠. 민주당 혹은 야권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박근혜정부에 대해 과소평가도 과대평가도 하지 않으면서 기본전략을 새롭게 짜는 것이 지난해에 대한 온전한 반성을 통해 얻어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종엽 은의원께서 곧장 중심 주제를 논쟁적으로 제기한 느낌입니다. 정현곤 위원장께서 개인적으로 그리고 시민운동의 면에서 지난 1년을 되짚으시면서 은의원이 제기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주시지요.

 

정현곤 鄭鉉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세교연구소 상임기획위원. 저서로 『천안함을 묻는다』(공저), 논문으로 「남북사회문화교류 발전을 위한 방안」 등이 있음.

정현곤 鄭鉉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세교연구소 상임기획위원. 저서로 『천안함을 묻는다』(공저), 논문으로 「남북사회문화교류 발전을 위한 방안」 등이 있음.

정현곤 지난해에는 역시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싸움에 주력했고, 철도민영화 문제 등에도 관여했습니다. 전선에 같이 서면서도 시민운동의 독자공간을 만드는 방향을 중시했고요. 경실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