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대한민국 관료제의 대수술을 제안한다

 

 

이동걸 李東傑

동국대 초빙교수. 금융연구원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역임. lee.dong.gull@gmail.com

 

 

대한민국 관료의 문제는 오래전부터 많이 지적되어왔다. 관료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도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국민적 공감대도 상당히 형성되었다. 세월호참사 때문만은 아니다. 이 글은 대한민국 관료제의 문제와 그 개혁 방향에 대한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대한민국 관료제가 일으키는 갖가지 병폐를 경직적인 직업공무원제도를 가지고 분석·설명하려고 한다. 세월호참사도 극도로 경직적인 직업관료제하에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극단적 폐단의 한 사례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분석과 설명에 근거해 우리나라의 현행 직업공무원제 가운데 중상위 직급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며, 이를 대체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박근혜정부도 세월호참사 이후 관료개혁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세월호참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료가 문제였고, 그같은 비극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관료개혁을 하는 것이라면 세월호참사에 대한 정확한 원인규명부터 해야 할 것이다. 관료가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잘못했는지, 그리고 현행 제도상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밝혀야 비로소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바꿔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것을 모르면서 어찌 제대로 된 개혁안을 만들 수 있겠는가.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철저한 원인규명을 꺼리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전문가의 의견과 국민의 중지를 모은 것도 아니다. 며칠 만에 밀실에서 졸속으로 만들어 서둘러 개혁안을 발표한 것을 보면 단지 정치적 책임회피가 목적인 것 같다. 박근혜정부의 관료개혁방안에 진정성과 실효성이 담길 수 없는 이유다. 필자는 그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지적하려고 한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무릇 쉬운 개혁이란 없지만, 그중에서도 관료개혁은 특히 어려운 과업이다. 그 대상이 권력을 행사하는 힘센 집단이라는 점, 그리고 개혁안을 집행하고 정착시키는 데 있어서 당사자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등 몇가지 특별한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한 몇가지 개혁의 원칙도 제시하려고 한다.

 

 

현행 관료제는 어떤 병폐를 일으키는가

 

미국의 신학자 겸 정치학자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가 그의 명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Moral Man and Immoral Society, 1932)에서 잘 보여주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개인으로서의 관료와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관료는 전혀 다른 행동양태를 보인다. 개개인의 성향, 인품, 도덕성 등과 무관하게 관료는 조직의 생리에 따라 행동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집단으로서는 대단히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으로 행동한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 다음과 같은 병폐를 낳았다.

첫째, 우리나라의 공무원집단은 전체로서, 그리고 각 부처별로 우리 국가체제에서 고정불변의 권력조직이 되었고, 그 결과 공무원이 ‘국민의 머슴’이 아니라 ‘국가의 주인’ 또는 ‘행정부의 주인’으로 행세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공무원집단은 어떤 일이 있어도 교체되지 않는 집단이 되었음을 말한다. 이는 공무원의 신분 및 정년 보장의 취지가 변질된 결과로, 공직이 이른바 ‘철밥통’이 되면서 생겨난 폐해다. 공직에 부여된 권력에 상응하는 의무와 책임이 없거나 또는 의무와 책임을 추궁할 수 없는 불균형적인 체제(즉 무책임한 체제)로 공직사회가 변질되었음을 의미한다.

둘째, 관료집단은 자신의 사적 이익이 국민의 안전과 이익에 우선해서 나타나기 쉬운 조직으로 변질되었다. 즉 집단이기주의(부처이기주의)가 발현되기 쉬운 조직으로 구조화되었고, 국민에 대한 봉사와 무관하게 공직이 유지·보장됨으로써 공무원집단 스스로의 이익을 쉽게 마음껏 추구하기 좋은 환경이 제공되었다. 조직의 전체 이익에 반하지 않는 이상(즉 소속 조직에 충성하는 한) 하부조직 또는 구성원 개개인의 이익추구 행위가 조직 내부에서 상당부분 허용되고 있으며 이는 부처 간에, 또는 부처 내의 국()·() 간에 영역(공무원들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나와바리’)을 인정하는 폐습으로 고착되었다. ‘잘못된 목적함수’(국민복리 대신 공무원 자신의 복리를 정책선택의 목적으로 삼는)와 왜곡된 인센티브 구조로 인해 공무원은 ‘해야 할 일은 소홀히’ 하는 반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열심히’ 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내려놓지 않는 권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행사되기 마련이다.

셋째, 공무원집단은 어느 누구에게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통제되지 않은 자생력을 가진 권력조직으로 성장했다. 관료에게 ‘대통령은 5년짜리, 국회의원은 4년짜리, 외부에서 임명된 장관은 1년짜리 임시직’이지만 공무원은 ‘종신 정규직’이다. ‘임시직’이 ‘종신 정규직’ 공무원에 대해 지속적이고 일관된 통제를 할 수 없다. 공무원의 ‘복지부동’도 조금만 잘 버티면 모든 것이 그냥 넘어가기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간간이 시도되는 공무원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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