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세월호 이후 한국사회 무엇을 바꿀까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한

‘운동권 문화’와 운동하는 삶의 문화

 

 

유정길 柳淨拮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정토회 에코붓다, 전국귀농운동본부, 한살림, 모심과살림연구소 이사. 저서 『생태사회와 녹색불교』 공저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 몸-마음 에콜로지』 『녹색당과 녹색정치』 등이 있음. ecogil21@naver.com

 

 

들어가며

 

1970~80년대 민중운동과 90년대 시민사회운동은 한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세력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00년대를 거치고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회운동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게 약화되었다. 최근 몇년간 4대강 개발, 용산참사, 한진중공업 파업, 쌍용자동차 해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밀양 송전탑 건설, 고리원전 재가동, 세월호참사 등 대형 사안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과거였다면 전국적으로 학생운동이 들고일어나고 사회단체들도 격렬한 집회를 통해 여론을 모으며, 언론이 그 이슈를 받아 뉴스를 만들고, 종교단체들이 권위를 갖고 마무리로 힘을 실어 결국 사회의 무게중심을 변화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운동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축소되었으며, 편향된 언론은 사회의 균형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뉴라이트나 어버이연합 등 보수운동이 조직화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운동권’이 누구인지, ‘운동권 문화’라는 것은 무엇일지 자문해본다. 우리가 느끼는 현실은 때로 희망적으로, 때로는 비관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우리의 관념과는 무관하게 저만치에서 유장하게 흘러갈 뿐이다. 희망과 비관은 생각이다. 우리 관념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운동가1)는 현실을 탓할 것이 아니라, 풍부하게 변화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변화하는 현실을 과거의 잣대로 판단한다면 마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관념에 현실을 억지로 꿰맞추려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지금 운동가들의 생각은 많이 변했다. 그러나 아직도 관성적으로 남아 있는 의식 중 일부를 이 글에서 언급하려고 한다. 그리고 ‘운동권’의 세력이 확장되는 것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운동하는 삶의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한다. ‘운동권’이라는 집단적 경계를 넘어 보통의 시민이 일상 속에서 더 많은 의미있는 일을 해나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기획하는 운동가들이 운동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고 넓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 모든 사람은 결국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되어 있다. 이 글도 주관적 경험과 사색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편협한 것에 그칠지 모른다. 그러나 나름대로 일관되게 ‘우리가 꿈꾸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어떠한 운동적 문화를 만들어야 할까’라는 관점을 견지하고자 한다.

오늘날 조직화된 세력과 집단으로서의 ‘운동권’은 약화된 듯 보인다. 그러나 주변을 돌아볼 때 조직화되지는 않았지만 ‘운동적 삶’을 사는 사람들, 운동적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많아졌다고 확신한다. 앞으로 한국 사회운동이 더욱 깊고 넓어져 새롭게 진화하기를 바라는 이로서 조심스럽지만 많은 비판과 토론을 기대하며 이 글을 쓴다.

 

 

‘비키니 시위사건’과 이분법의 사고실험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2년 총선을 전후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정치적 파장을 주었다. 그러던 중 나꼼수의 명성에 오점이 될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비키니 시위사건’이다. 구속된 나꼼수 멤버 정봉주(鄭鳳柱) 전 의원을 응원하기 위해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1인시위 사진을 보내달라는 나꼼수의 요청에, 한 여성이 나꼼수의 또다른 멤버인 주진우(朱眞旴) 기자의 트위터에 자신의 비키니 사진을 올린 것이다. 이에 대해 주진우 기자가 “가슴 응원사진 대박이다. 코피 조심하라”라고 쓴 글을 두고, ‘삼국까페’2)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여성을 성적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한낱 눈요깃거리로 삼고, 남성의 정치적 활동의 사기 진작을 위한 대상 정도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대를 함께 고민하는 동지적-동반자적 관계라고 생각해왔”지만 이러한 “‘반쪽 진보’를 거부하며, 나꼼수에게 가졌던 무한한 애정과 믿음, 동지의식을 내려놓는다”3)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아마도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이들은 나꼼수가 자신과 같이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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