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세월호 이후 한국사회 무엇을 바꿀까

 

한국언론, 몰락인가 갱생인가

 

 

정연우 鄭然雨

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언론학.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 한국언론정보학회장 역임. 『방송통신 융합과 지역방송』(공저), 『디지털 시대와 미디어 공공성』(공역) 등이 있음. 58cyw@hanmail.net

 

 

1. 침몰하는 주류언론과 JTBC의 약진

 

한국의 공론장 구조가 출렁인다. 의제와 여론의 방향을 정하는 정보 생산과 유통의 경로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여론형성을 이끌던 매체의 쇠락이 눈에 띈다. 지배력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예전 같지는 않다.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공영방송의 몰락과 조··(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의 영향력 퇴조이다. 세월호참사 관련 보도에서 언론도 함께 침몰했다는 지적을 받을 만큼 언론은 국민의 분노와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KBSMBC, SBS 등 지상파에 대한 신뢰 추락이 여론형성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는 촉매제가 되었다.

참사 보도를 보며 시민들은 언론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하였다. 특히 방송보도가 비난의 중심 표적이었다. 방송사들은 참사 직후 특보체제로 전환하면서 양적으로는 엄청난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기존 뉴스의 반복 재탕에 그치며 알맹이가 빠진 보도만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사상 최대의 구조활동’ 등 사실과 다른 정보가 확인도 없이 기사화됐다. 치열하게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보다는 정부 등의 발표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 국민은 정부가 사실을 정확히 알리지 않고 뭔가 감추고 있다고 믿는데 언론은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기에 바쁜 모습으로 비쳤다. 실종자 가족이나 희생자의 안타까운 사연 등을 보도하면서 ‘감정팔이’ 하는 선정적 상업주의도 불신을 부추겼다. 비판과 검증 없는 정부발표 받아쓰기, 현장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보도는 ‘언론재난’이라고 비난받기에 이르렀다.

일찍이 언론에 대한 불신이 이토록 깊었던 적은 없었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때에도 조··동 등 보수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았지만 이번처럼 언론 전체가 비난받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KBS의 탐사보도, MBC <PD수첩> 등으로 방송에 대한 신뢰는 매우 높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문보다 오히려 방송에 대한 불만이 더욱 높은 양상이다. 사람들은 언론취재를 거부하고 기자들을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조롱했다.

세월호참사 관련 왜곡·편파보도에 이어 KBS 보도국장이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다’는 막말을 했다고 알려지면서 유가족들이 KBS에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뒤이어 정권에 불리하지 않도록 사장이 계속 보도를 통제했다는 그의 폭로로 KBS가 공영방송이 아니라 ‘청와대 방송’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국민의 편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KBS가 편파·왜곡보도로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MBC도 참사와 관련해 고귀한 생명의 구조보다는 보험금이나 계산하는 보도, 갖가지 오보에다가 간부들의 비상식적 막말로 더욱 신뢰를 잃었다.

연합뉴스도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공영방송에 대한 분노가 워낙 깊어서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언론에 대한 신뢰의 둑을 무너뜨리는 또 하나의 구멍이었다. 팽목항에서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연합뉴스는 ‘지상 최대의 구조작전’이라는 보도로 현실을 왜곡했고 다른 기자로부터 ‘그게 기사냐’라며 욕설을 듣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국민은 정부와 주류언론이 진실을 은폐·조작하고 있다고 의심하게 되었다. 실제로 정부의 발표나 해명과는 다른 사실이 속속 드러나기도 했다.

주류언론에 대한 불신의 반사효과는 JTBC와, ‘뉴스타파’ 등 ‘대안언론’의 몫이었다. KBS가 조사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참사 후 한달 동안 SNS 민심은 지상파 3사 등 기존 미디어보다 JTBC와 대안 미디어로 쏠렸다. 특히 JTBC뉴스의 약진은 언론지형 변화의 진앙지가 되었다.

여론조사에서도 JTBC가 가장 신뢰받는 방송사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522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따르면 응답자 중 27.9%가 JTBC를 가장 신뢰하는 방송으로 꼽았다. ‘수신료의 가치를 감동으로 전한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KBS20.6%, SBS11.0%, 또 하나의 공영방송 MBC는 겨우 10.5%에 그쳤다. 또한 응답자의 66.8%는 KBSMBC가 세월호 관련 보도를 공정하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 JTBC 뉴스9>은 손석희(孫石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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