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근대극복의 실학연구란 무엇인가
학인(學人) 임형택, 그 배움의 궤적
미야지마 히로시 宮嶋博史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토오꾜오대학 명예교수. 저서로 『일본의 역사관을 비판한다』 『미야지마 히로시, 나의 한국사 공부』 『양반』 『조선과 중국 근세 오백년을 가다』 『국사의 신화를 넘어서』 등이 있음. miyajimah@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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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임형택(林熒澤) 교수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지금부터 약 40년 전인 1974~5년쯤이라고 기억한다. 그 당시 조선후기의 농업사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우성(李佑成)·임형택 공저 『李朝漢文短篇集(上)』(일조각 1973)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이 책을 보면서 조선후기 사회상을 이렇게 생생하게 묘사한 자료가 있다는 것에 놀랐는데, 놀라운 일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역사를 공부하는 나로서는 그후 직접 임교수를 뵐 기회가 없다가 2002년에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에 부임하게 되었을 때 처음 만났다. 학술원의 선생님들이 마련해준 환영의 자리에 임교수도 참석해 계시는 것을 보고 다시 놀랐다. 위의 책을 보고는 특별한 근거도 없이 나보다 훨씬 연세가 많으리라 생각했는데, 실은 다섯살밖에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되어서였다. 이런 개인적인 회고를 여기서 말한 이유는 그만큼 임교수가 오랫동안 연구활동을 해오셨구나 하는 감회가 깊기 때문이다.
그런 임교수가 또 놀랍게도 올해 들어서 두권의 책을 상재했다. 그 책의 서평을 써달라는 부탁을 창비 편집부에서 받았는데, 명예롭기도 했지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기도 했다. 특히 임교수의 주된 연구영역인 문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적임자가 아닌 것 같은데, 그러나 문학연구자라면 누군가가 별도로 서평을 할 터, 역사연구자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의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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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간행된 두권의 책이란 『21세기에 실학을 읽는다』(한길사 2014)와 『한국학의 동아시아적 지평』(창비 2014)이다. 이 책들은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2000년 이후에 발표된 논고를 모은 것으로, 2000년에 간행된 『실사구시의 한국학』(창작과비평사)의 속편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실사구시의 한국학』이 말하자면 20세기 패러다임의 결산인 데 대해 이번의 책들은 21세기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탐구의 소산이다. 그리고 저자에 의하면 21세기 패러다임의 핵심적인 개념은 ‘신실학(新實學)’과 ‘동아시아’이며 이 두 개념에 대한 저자의 입장을 각각 한권의 책으로 엮어낸 셈이다.
먼저 저자의 주장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간략하게 짚으면서 저자의 연구가 갖고 있는 특징과 의미를 정리한 다음에 몇가지 논의되어야 할 문제에 대해 내 나름의 생각을 제시하겠다.
주지하듯이 저자는 1970년대 이후의 실학연구를 이끌어온 중심적인 연구자 중 한명이라고 할 수 있는데, 21세기에 와서 신실학 연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거의 유일한 학자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면 21세기의 신실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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