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관료개혁, 4대 방안으로 실현하자

 

 

정대영 鄭大永

송현경제연구소장.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장 및 프랑크푸르트사무소장 역임. 저서로 『한국경제의 미필적 고의』 『신위험관리론』 『동전에는 옆면도 있다』 등이 있음. dyj@bok.or.kr

 

 

* 『창작과비평』 2014년 가을호에 이동걸 교수의 「대한민국 관료제의 대수술을 제안한다」가 실린 바 있다. 관료개혁의 엄중한 필요성에 대한 깊은 관심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본고는 이동걸 교수의 문제의식에 주목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한층 높은 여러 대안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필자.

 

 

 

1. 들어가며

 

“관()은 치()하기 위해 존재한다.” 몇년 전 정통 고위관료가 한 말이다. 드러내놓고 말은 안해도 다른 관료들의 생각도 비슷할 것 같다. 관료에게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란 말은 그저 책에만 있는 내용일지 모른다. 대다수 관료는 자신을 나라를 다스리는 주체로, 국민을 다스림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선출직 공무원은 잠시 스쳐가는 사람일 뿐이다. 실제로도 관료는 시행령과 규칙 등의 제정, 법률안 제안, 예산안 수립 및 집행, 각종 인허가와 단속 등을 통해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 대통령도 집권 초기에만 관료를 통제하지, 후기에는 통제하기 어렵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은 선출 초기부터 관료와 잘 지내는 손쉬운 길을 택한다.

한국 경제와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재벌도 관료에게 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재벌이 가장 두려워하는 말은 무엇일까? 얼마 전까지 유행했던 ‘경제민주화’가 아니다. ‘법대로’라고 한다. 불법, 탈법 행위에 법대로 벌금과 세금을 매기고 형을 살게 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경제에 기여했다는 이유 따위로 특별대우를 하지 않고 일반인과 같이 법을 적용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법을 법대로 엄정하게 집행하는 일은 관료의 몫이다. 검찰, 법관 등 사법관료까지 포함하면 재벌에 가장 무서운 존재가 관료인 것은 더욱 확실하다.

관료는 이러한 권한과 영향력 때문에 재벌의 일차적 포획 대상일 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여러 좋은 자리를 쉽게 차지한다. 공기업과 협회 등의 기관장이나 감사는 거의 대부분 관료 출신의 몫이다. 금융기관, 대학, 대형 로펌, 국책연구소, 민간기업 등에도 관료 출신은 다양한 형태로 진출하고 있다. 이렇게 진출한 관료 출신과 현직 관료들은 선후배 또는 친구 사이로 ‘관피아’라 불리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관피아 집단은 서로 도움을 주면서 더 큰 힘을 갖는다. 밖에 있는 관료 출신은 소속기관에 유리한 법의 제정이나 집행을 유도할 수 있고, 현직 관료는 그들의 현장정보와 로비력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관료집단은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강력한 이익집단이 되고 있다. 규제와 재량권 확대 등을 통한 권한 강화, 공무원 보수 현실화란 이름의 임금인상, 신분보장과 모든 국민이 부러워하는 연금제도, 퇴직 후 고액연봉을 받는 낙하산 자리 등을 통해 공무원은 꿈의 직장이 되었다. 당연히 취업준비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다. 2010년까지 행정고등고시라 불렸던 5급 공채는 젊은이가 인생을 거는 자리가, 교사는 최고의 배우자감이, 예전엔 고졸자가 주로 가던 9급 공무원은 웬만한 대기업 사무직보다 좋은 자리가 되었다. 한국은 관료가 다스리는 나라를 넘어 관료와 공무원을 위한 나라가 된 것 같다.

세월호참사 이후 박근혜정부는 국면전환용인지 몰라도 관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고시제도 개혁, 관피아 방지, 공무원 연금제도 개선 등이다. 개혁내용이 충분하지 못하지만 끝까지 추진되었으면 한다. 어려운 관료개혁을 시작했다는 데 나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실현 가능하고 파급효과가 큰 관료개혁 방안을 찾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먼저 한국 관료제도의 폐해와 문제점, 문제의 원인과 개혁의 기본방향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구체적 개혁방안으로 행정고시 폐지 및 내부승진 확대, 정무직 공무원의 제대로 된 운영, 관피아 철폐와 새로운 대안 모색,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정책역량 강화 등 네가지를 제시했다.

 

 

2. 한국 관료제도의 폐해와 문제점

 

한국 관료집단이 거의 통제받지 않고 실질적으로 나라를 다스리면서 만들어내는 폐해와 문제는 많다. 여기서는 대표적인 네가지만 들어보자.

첫째, 관료는 많은 혜택과 권한을 누리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 관료는 뇌물수수나 공금횡령 등 명백한 범법행위가 드러나지 않는 한 정책실패, 권한의 남용, 예산낭비 같은 명목으로 신분에 큰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나중에 줄만 잘 연결되면 오히려 승승장구한다. 1997년 재정경제원의 차관, 실장, 과장, 자문관 등으로 재직하면서 IMF(국제통화기금)사태를 초래한 주역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뒤에 경제부총리, 위원장, 장관, 총재 등으로 승진했다. 외국환평형기금을 엄청나게 탕진한 담당 국장은 뒤에 청와대 경제수석과 장관을 지냈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