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위협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선제공격으로?

 

 

서재정 徐載晶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교수, 국제정치학. 저서 『한반도의 선택』(공저) 『한미동맹은 영구화하는가』 등이 있음. suh@icu.ac.jp

 

 

이름도 생소한 사드(THAAD, 종말단계고고도지역방어) 미사일 요격체계의 한국 배치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온갖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다. 요청된 바도, 협의된 바도, 결정된 바도 없다는 한국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장성과 관리들은 사드 배치를 위한 준비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정보를 계속 흘리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 북의 핵미사일을 요격할 이 무기체계가 긴요하다고 주장하고, 반대론자들은 사드는 검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배치될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라 반박한다.

하지만 이 논란에는 핵심적인 질문이 빠져 있다. 사드의 배치가 한반도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국의 안보라는 관점을 넘어 한반도의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에서 사드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다음의 순서로 논지를 전개한다. 첫째, 사드를 두고 지금까지 있었던 논의를 찬성론과 반대론으로 나누어 그 논리와 한계를 지적한다. 둘째, 미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고려하는 이유를 고찰한다. 셋째,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는 이유를 한반도 군비경쟁의 역사 속에 놓는다. 분단 한반도는 과거의 상호억제 구도가 붕괴되고, 군비경쟁의 악순환이 이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군사력으로 절대적 안보를 구현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북의 불안감을 초래해 한층 높은 수준의 군사적 대응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한국의 불안으로, 한반도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군사적 절대안보의 대안으로 상호적 안보, 공통안보를 고려할 때가 되었다.

 

 

1. 사드 찬반론과 그 한계

 

현 논의의 가장 큰 한계는 찬성론자와 반대론자가 공통적으로 한반도적 시각을 결여한 데 있다. 찬성론자들은 북의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그 기저에는 한국의 안보는 미국에 기대야 한다는 의식이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할 뿐 아니라 사드의 배치는 중국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 경고한다. 논쟁의 핵심축이 미국이냐 중국이냐로 나뉜 채 분단 한반도의 주체적 입장에 대한 고민은 빠져 있다. 한편, 한국 내 사드 배치 찬성론자들이 사드 배치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사드 배치의 실질적 결정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주도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은 미국 오바마 정부이다. 왜 오바마 정부가 사드 배치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분석 내지 언명이 없다는 사실 또한 현 논란의 한계이다.

 

(1) 사드 배치 찬성론자

지난 3월 리퍼트(M. Lippert) 주한 미대사 피습 직후 유승민(劉承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드 배치 필요성을 공론화하면서 사드 찬성론이 급속히 머리를 들었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金武星) 대표 등 소위 ‘비박계’에서 이 입장을 공개적·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한국 방어용으로 사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북이 핵탄두를 노동미사일에 장착해 고각도로 발사하면 한국이 사정권에 들어오므로 이를 요격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그 논리로 볼 때 한국군이 한국정부 비용으로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적어도 주한미군이 배치한다면 한국이 비용분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일 것이다.

한국 국방부는 북의 20133월 노동미사일 시험발사가 이런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이는 요격을 회피하려는 실험”이라고 분석해 비박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당시 노동미사일의 고도가 160km 이상 올라갔고 하강단계 최고속도가 마하7 이상으로 현재 한국에 배치된 패트리어트(PAC2 또는 PAC3)체계로는 요격이 어렵다는 것이다.1) 한국 방어를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비박계와 일치하지만, 국방부의 공식입장은 중거리·장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 LSAM) 등으로 구성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국내 개발한다는 것이다. 단, 주한미군이 자체적으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은 한국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 두 입장은 ‘한국 방어론’의 큰 두 줄기를 대표한다. 구체적 방법을 두고는 미제 무기를 쓰느냐 국산 무기를 쓰느냐, 또는 비용을 미국이 부담하는가 한국이 부담하는가 아니면 공동분담을 하는가 등 다양한 편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의 안보를 위해 사드나 유사한 무기체계가 필요하다는 ‘한국 방어론’은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갖고 한국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2)

이에 비해 미국의 입장은 조금 모호한 부분이 있다. 사드가 배치된다면 이를 직접 운용할 미 국방부의 각급 인사들이 사드 배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명하고 있지만 그 목적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토니 블링큰(Tony Blinken) 미 국무부 부장관은 사드가 “전적으로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3)이라면서도, 사드가 방어하는 지역을 명확히 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을 면밀히 분석하면 방어지역에 따라 미국의 입장을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는 ‘한국 방어론’이다. 커티스 스캐퍼로티(Curtis Scaparrotti) 주한미군사령관이 이런 입장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언명했다. 그는 20154월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다층적 미사일 방어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는 현재 한반도에 배치된 패트리어트체계의 미사일 방어능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4) 그는 일년 전에도 “사드는 굉장히 방어적인 체계이고 단순히 한국 방어에 중점을 두고 배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5) 사드 생산업체인 로키드마틴도 사드가 한국 방어에 유용하다고 주장했다.6)

둘째는 ‘동북아 방어론’이다. 제임스 윈필드(James Winnefeld) 미 합참차장은 20145월 워싱턴에서의 연설에서 사드 배치의 목적을 정확히 밝히지는 않으면서도 “지역탄도미사일방어체계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이 이 부분에서 협력한다면 “지속적인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신감을 높여줄 것”이라 밝혔다.7) 단기적으로는 북의 미사일에 대응할 목적으로, 장기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한다는 이중포석으로, 한··일 군사협력을 강조하는 오바마 행정부와 워싱턴 일각의 시각을 잘 대변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안보론’이 있다. 이 입장은 공개적으로 명시되진 않았지만 일부 미국 인사들의 발언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사일방어옹호연맹의 창립자인 리키 엘리슨(Riki Ellison)은 사드체계의 일부분인 엑스밴드 레이더가 “전구(戰區) 내에 있는 모든 것들을 포착해 조기경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뿐 아니라 미국의 방어에도 유용하다고 주장했다.8) 일부 언론도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언급하면서 이를 사드와 연결짓는 보도를 한 바 있다.9) 크리스틴 워머스(Christine Wormuth) 국방부 부차관은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지 못하지만, 최악의 씨나리오에 대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신중한 자세라고 판단한다”라면서 “이것이 우리가 미사일방어체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이며 본토 방어를 위해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기지를 30개에서 44개로 늘리려는 까닭”이라고 설명했다.10)

이러한 찬성론의 문제점들은 다음에서 보듯이 반대론자들이 잘 지적하고 있다. 단, 찬성론자들이 모호하게 에둘러서 말하고 있는 ‘미국 안보론’은 정확한 평가와 반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2) 사드 배치 반대론자

반대론자들의 입장은 세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국산 개발론’이다. 국방부와 군수업체 일부의 입장은 이미 한국에서 한국형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LSAM을 개발하고 있으므로 여기에 자원을 집중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사드 같은 미사일방어체계의 필요성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찬성론자들과 유사한 입장이라 할 수 있다. 단지 미국산 무기체계를 들여오는 대신에 국산을 사용하자는 점만이 차이점이다. 따라서 이들은 미군이 사드를 도입해 한국에 배치하는 것이나, LSAM 개발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의 사드 배치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둘째, ‘기술적 결함론’이다. 이 입장은 사드가 전장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고 아직도 개발 중인 무기체계라는 점을 지적한다. 혹 설계한 대로 작동되더라도 한반도 지형에서는 그 효능을 발휘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송민순(宋旻淳) 전 외교부장관 등이 지적했듯이 사드는 미국에서 11차례 요격시험에 성공했다고 하나, 실전상황은 물론 그와 유사한 조건에서도 시험된 적이 없다. 미 국방부 시험평가에서 자체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만도 40개 이상의 문제점이 해결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난 상황이다.11) 이들은 설령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고 시험에 성공하더라도 한반도 상황에는 유용하지 않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즉 한국에 가장 큰 위협은 북의 장거리방사포와 단거리미사일인데 사드는 40km 이상의 고고도에서나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이러한 위협에는 무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나 새누리당 유승민, 김무성 의원 등은 북이 노동미사일을 고각도로 발사하는 경우 사드가 유용하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아래서 지적하겠지만 이러한 주장은 고등학교 수준의 물리학도 이해하지 못한 무지의 소치이다.

셋째, ‘중국/동북아 불안정론’이다. 주한 중국대사를 비롯한 각급 고위관리와 중국 연구자들이 일관되게 사드 배치를 반대한 것이 주요한 근거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보인다. 우선 사드의 한국 배치가 중국의 전략적 억제력을 위협하고 미·중 간 전략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남중국해 등 지역분규시 사드가 이 지역의 미군과 미군기지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도 거론한다. 곧 사드가 미국과 중국 사이 전략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