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입장에서 현장으로

2015 동아시아 비판적 잡지 회의 참관기

 

 

김항 金杭

연세대 국학연구원 HK교수. 저서로 『말하는 입과 먹는 입』 『제국 일본의 사상』 등이 있음. ssanai7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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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를 뜻하는 ‘colony’의 어원은 라틴어 ‘colere’이다. 이 어원을 공유하는 단어로는 ‘culture’가 있으며 모두 ‘경작하다’를 원래 뜻으로 갖는다. 영어사전을 펼쳐보면 ‘colony’의 일차적 의미는 경작하는 사람들 혹은 그들이 거주하는 땅이다. 이 맥락에서 카를 슈미트(Carl Schmitt)는 ‘콜로니 창설’(Gründungen von Kolonien)을 법 생성의 ‘근원-행위’(UrAkte)인 ‘땅 위의 장소확정’(erdgebundene Ordungen)으로 정의한다.1) 이때 슈미트는 법이 무엇보다도 땅을 획득함으로써 장소를 확정하는 행위에 근거함을 주장한다. 따라서 페니키아인 등 해양세력이 정주 농업지를 획득-개척하는 것이 ‘colony’의 원 이미지이며, 이는 법 정립의 원천(title)을 형성하는 행위다.

그런데 현재 ‘colony’의 번역어로 정착된 ‘植民’이란 한자어가 19세기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1801년에 출간된 『쇄국론(鎖國論)』이었고, 원어는 네덜란드어 ‘volkplanting’ 즉 ‘민()의 이식(利)’이었다.2) 이 책은 나가사끼(長崎)의 네덜란드 상관(商館)의 통역사였던 시즈끼 타다오(志筑忠雄)1690년에서 1692년까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