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시대 전환의 징후를 읽는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평화발전의 이념인가
원 톄진 溫鐵軍
중국 런민(人民)대 지속가능발전고등연구원 교수, 시난(西南)대 향촌건설학원집행원장.
황 더싱 黃德興
시난대 향촌건설학원 특임연구원, 홍콩 링난(岭南)대 콴퐁홍콩문화연구발전부 연구원.
* 이 글은 원제 「一带一路和全球货币–地缘政治版块重组」를 옮긴 것으로, 중국 국가사회과학기금중요프로젝트(中國國家社科基金重大项目)의 ‘국가 종합 안전기초로서의 향촌자치의 구조와 메카니즘 연구’(作为国家综合安全基础的乡村治理结构与机制研究)에 속한 부속과제 “지구화 과정 속의 국가안보: 국제적 비교”의 단계적 연구 성과물이다(과제번호 14ZDA064).
지난 일년 세계정세는 급변했다. 그 규모의 광대함이나 영향력의 깊이로 보건대 1990년대 소련과 동구권의 와해 이래 최대의 변화다. 이에 목전의 거대한 변화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정리하여 토론의 장을 열고자 한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 ‘일대’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 ‘일로’를 통칭하는 중국의 새 국가전략)는 중국 내부의 과잉 생산력과 새롭게 출현한 금융이익을 처리하기 위한 외부공간을 개척하려는 전략이다.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의 생산과잉이 낳은 위기가 세계대전을 일으킨 지난 세기 30년대의 교훈을 깊이 숙려하여, 중국은 ‘일대일로’라는 평화발전의 사상을 제출했다. 그러나 출현과 동시에 ‘일대일로’는 19세기말에서 2차대전 사이 유럽 열강의 식민지 쟁탈전과 유사한 국면을 보이고 있다.
1. 육상권력과 해상권력의 결합인 ‘일대일로’와 해양패권
주지하듯, 역사적으로 한·당(漢唐) 이래 중국의 대 서방무역은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대륙에서 이슬람세계의 부상을 촉진하는 작용을 해왔다. 이슬람세계는 통상 루트를 따라 세력범위를 확장해갔는데, 장기간의 무역적자로 은(銀) 위기를 맞은 유럽은 이슬람세계를 에두르는 동방무역노선을 개척함으로써 결국 해양강국이 되었다. 에스빠냐, 네덜란드, 영국이 차례로 해양강국이 되었고 그 마지막 주자가 미국이었다.
만약 ‘일대(一帶)’만을 제기했다면 그저 전통적인 육상권력 전략에 머물렀을 것이다. 반면 ‘일대일로’는 광활한 대륙의 종심(縱深)에 기반하되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변경에서 하위(sub) 해양권력을 개척하는 전략이다. 역사적으로 보건대 이는 결코 새로운 게 아니다.
19세기말 20세기초, 후발 제국주의 패권국이었던 독일(프로이센)은 기본적으로 육상국가였다. 영국, 프랑스 같은 해양대국에 맞서 통일된 도이치제국이 가장 먼저 착수한 프로젝트가 바로 황실해군의 창설이었다. 이는 육상강국인 러시아의 뾰뜨르(Pyotr) 대제가 서쪽으로 천도하고 해변의 늪지대에 상뜨뻬쩨르부르그를 건설하여 해양강국의 건설을 꿈꿨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뾰뜨르 대제는 원대한 계획을 품었지만 사치하지 않았다. 그는 상뜨뻬쩨르부르그 여름궁전에 집을 하나 짓고 거기에 ‘나의 즐거움’(mon plaisir)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발트해가 바라보이는 그 집은 소박한 인테리어에 오늘날 흔한 귀족 별장보다 규모가 작았다. 그의 즐거움은 바로 그 집 앞 발트해가 보이는 곳에 앉아 육상권력과 해상권력의 결합을 통해 유럽의 일류국가가 되는 러시아를 구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러시아 해군은 단 한차례의 의미있는 승리만을 거뒀을 뿐이다. 백여년 후인 1905년 러일전쟁에서 후발주자인 일본 해군에 패하여 태평양으로 가는 통로를 내주고 말았던 것이다. 뾰뜨르의 후계자는 점점 호사를 부렸다. 훗날 알렉산드르 2세만이 다소 큰 뜻을 품었고, 마지막으로 러시아 패권의 꿈을 이어받은 것은 소련 공산당이었다.
독일 역시 같은 전략의 노선을 걷고자 했다. 1차대전의 진정한 원인은 독일이 부설한 베를린-바그다드 철도였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일단 철로가 가동되면 독일은 서아시아와 무역로를 트고 위로는 광활한 중앙아시아 대륙, 아래로는 페르시아만으로 이어져 영국, 프랑스가 장악한 수에즈 운하를 피해 아시아로 가는 해로를 열게 된다. 19세기 영국의 맥킨더(H. J. Mackinder)는 ‘세계섬’(wo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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