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큰누나의 집으로 동생들이 유학을 왔다. 18평 크기의 우리 집에 방은 세개였고, 그중 둘은 언제나 동생들, 그러니까 내게는 이모와 외삼촌의 차지였다.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막내외삼촌은 영문학도였고, 음악 마니아였다. 기억은 없지만 걷지도 못하는 아기가 릴 테이프가 돌아가고 있는 전축을 붙잡고 엉거주춤 선 사진이 버젓이 남아 있는 걸 보면 나는 대중음악을 꽤나 일찍부터 접했음에 틀림없다. 여전히 LP장에는 막내외삼촌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사놓았던 송창식과 레드 제플린(LedZeppelin), 이글스(Eagles)의 해적판이 꽂혀 있는데, 나는 그 음반들을 수없이 반복해서 들으며 자랐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