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조명

 

 

죽음과 야만을 넘어서, 봉인된 진실의 기록

 

 

심진경 沈眞卿

문학평론가. 평론집 『여성, 문학을 가로지르다』 『한국문학과 섹슈얼리티』 『떠도는 목소리들』 『여성과 문학의 탄생』 등이 있음. stariz87@naver.com

 

한수산 韓水山

1946년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자랐다. 경희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사월의 끝」이 당선되고 1973년 한국일보 장편소설 모집에 『해빙기의 아침』이 입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유민』 『푸른 수첩』 『말 탄 자는 지나가다』 『모래 위의 집』 『4백년의 약속』 등이 있고, 그가 아끼는 작품에는 『거리의 악사』 『바다로 간 목마』도 있다. 『부초』로 제1회 오늘의 작가상, 「타인의 얼굴」로 제36회 현대문학상을 받았다.

 

 

한수산의 소설 『군함도』(전2권, 창비 2016)는 일제강점기에 재일조선인 징용공들에게 지옥섬으로 불리던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軍艦島)를 배경으로 조선인 강제징용과 나가사끼 피폭 문제를 다룬 장편소설이다. 일제 식민지 말기 하시마 탄광으로 끌려간 징용노동자들의 참혹한 노동의 현장, 일본 패망 직전 가까스로 그곳에서 벗어난 노동자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나가사끼 원폭 피폭의 참상, 그 지옥 같은 삶의 현장을 살았던 사람들의 면면이 생생하다. 우리가 알지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끔찍한 역사적 진실을 촘촘히 그려나가는 이 소설의 독서 경험은 전율과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소설의 한가운데 군함도라는 지옥이 있다. 군함도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이지만 이미 그 자체가 주인공이기도 하다.

군함도란 빽빽하게 세워져 있는 철근 콘크리트 고층 건물과 섬을 둘러싼 높은 제방 때문에 멀리서 보면 마치 군함처럼 보여 붙은 별명이다. 행정구역상 나가사끼 현 나가사끼 시에 소속되어 있는, 축구장 세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작은 섬이다. 1890년부터 미쯔비시(三菱) 사의 소유가 되어 탄광 산지로 본격 개발되었다. 전성기였던 1960년에는 총 5267명이 거주하여 1헥타르당 835명이라는 세계 최대의 인구밀도를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석탄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던 1974년에 폐광된 후 지금까지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로 남아 있다. 군함도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군함도’는 실제 올라가는 데 2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좁은 섬입니다. 1990년대 초에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들어갔을 때는 광부들이 살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옛날 잡지 같은 것들이요. 지하갱도는 탄광시설이 폐쇄될 때 파괴됐다고 합니다. 지금은 갱도로 들어가는 입구를 다 싹 시멘트로 발라버렸어요. 오래전 일본 신문기사를 보면 폐광 이후에는 범죄자들이 자주 들어갔다고 했는데, 지금은 아예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어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그렇기도 하지만 관광선이 많이 드나들다보니 다른 배는 정박할 곳이 없어 접근이 어려워 그렇기도 합니다. 군함도 자체만으로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건축물이라 연구 대상감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오래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은 주로 폭파시켜 주저앉히기만 하지 자연상태에서 노후되는 과정을 연구한 자료가 별로 없다고 해요. 군함도는 엄밀히 말하면 떠돌이 생활을 하던 광부들을 정착시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복지시설들을 갖춘 완벽에 가까운 인공도시였습니다. 터가 없어 유치원을 아파트 옥상에 만든다든가 좁은 공간을 짜임새있게 꾸려갔다는 점에서 건축학적으로는 선구적인 면이 있겠죠.

불행한 것은 조선인 징용공들을 섬 구석 거의 수용소 시설처럼 만든 곳에 가둬놓고 고강도의 노동을 강요했다는 거죠. 지열이 30도를 오르내리는 곳에서 하루 15시간 이상 석탄 채굴을 합니다. 제가 취재를 위해 만난 생존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게 너무 배가 고팠다는 겁니다. 너무 배고파서 울었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매 맞아서 운 것은 그다음 얘기죠.

 

분명 하시마는 근대 문명의 실험장이자 근대 구조물의 인공적 집결지로서 의미있는 공간이다. 그만큼 일본인들에게는 자랑스러운 근대화의 산물이자 역사적 유물일 수 있었다. 그러나 하시마 탄광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징용공에게는 “캄캄하게 입을 벌리고 있는 지옥문”(1143면)이 있는 ‘지옥섬’에 불과했다. 한수산의 『군함도』는 이렇듯 제국일본자본의 관점에서 찬란한 근대화의 산물로 받아들여져온 군함도를 거꾸로 식민조선노동의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군함도에 강제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비참한 죽음과 비루한 생존, 특히 나가사끼 원폭투하 이후에도 지속될 수밖에 없었던 죽음 이후의 삶에 관한 사실은 그동안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한수산의 작업이 소중한 것은, 그것이 아무도 틀어막지 않은 입을 우리 스스로 틀어막고 침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환기하는 동시에 지난 역사에 대한 무지를 자각하지 못한 채 오늘을 사는 우리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촉구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간된 두권짜리 장편소설 『군함도』는 2003년에 다섯권으로 출간된 『까마귀』의 개작판(改作版)으로, 「작가의 말」에 따르면 그사이 2009년에 『군함도』라는 제목의 일본어 번역본이 먼저 출간되었다. 『까마귀』(2003), 일본어판 『군함도』(2009), 그리고 이번 『군함도』(2016)에 이르는 개작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