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중국 ‘일대일로’의 지정학적 경제학
포용적 천하인가, 예외적 공간인가?
쉬 진위 徐進鈺
대만 타이완대학 지리환경자원학과 교수, 공저 『양안에서 통일과 평화를 생각하다』가 국내에 번역 출간되어 있음.
* 이 글은 원제 「中國一帶一路的地緣政治經濟 : 包容的全球化或者例外的空間」를 옮긴 것으로, 2016년 6월 서울에서 개최된 동아시아 비판적 잡지 회의(주제: 동아시아에서 ‘대전환’을 묻다)에서 발표된 글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도론(導論): 2008년 경제위기 후 지정학적 경제전략으로서 일대일로
2008년의 자본주의 위기는 그 핵심으로 보면, 2001년 뉴욕 테러 및 그후 금융세계화가 초래한 전지구적 재난이다. 미국은 양적 완화로 자구책을 찾았지만, 그로 인해 각국의 경제 부진이 야기되었다. 그러나 사실 어떤 면에서 2008년 경제위기는 냉전 종결 후 이른바 ‘역사의 종언’ 혹은 미국을 규범으로 하는 자본주의 정치경제학의 패권에 다소 의문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특히 수많은 구 식민지들이 독립 후에 직면한 경제적 낙후 및 문화적 갈등으로부터 발생한 테러리즘은 기존 세계에 대한 위계와 경제발전 패러다임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한층 강화했다.
2013년 중국이 제기한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주요한 내용은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약칭이다. 2014년 시 진핑(習近平)은 ‘뉴 노멀(新常態)’이라는 말로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현상을 설명했다. 중국의 설명에 따르면 ‘뉴 노멀’의 방점은 일종의 새로운 평형상태에 다시 도달하는 데 있다. (제조업 집중, 특히 노동밀집형이나 자원밀집형 산업에서 벗어남으로써) 중국의 경제는 다양화될 수 있고, (고오염형 고에너지소모형 성장모델을 벗어나) 지속 가능한 수준을 회복하여 이익을 비교적 균등하게 분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78년에서 2011년까지 장장 33년간,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거의 매년 10퍼센트 이상이었다. 이제 중국은 과거 30년간 택한 노동 및 환경 조건의 희생에 기반한 고속성장 모델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에는 위기조정발전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의 지역 간 균형뿐 아니라 국내외 경제의 균형을 회복해 낙후지역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중국의 자본과 기업의 ‘대외진출’로 국제적 투자기회를 찾고 나아가 국내 수요를 선도하려 한다. 의심할 것 없이 대내적으로 일대일로는 전문가들이 착목하고 있듯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한다는 중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 또한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가 말한바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공간적 해결’(spatial fix) 전략이기도 하다. 그외에도 중국 입장에서 일대일로는 자원 확보(특히 석유 및 광산 자원 합작) 및 전략적 종심(縱深) 개척(연해지역의 공업화 확장 및 서부내륙으로의 이동을 통한 전략적 배치의 조정)의 의미도 지닌다.
일대일로에는 또한 중요한 국제전략상의 목표가 있다. 그것은 실체나 기제가 아닌 협력적 발전이라는 이념의 제창이다. 중국과 관련 국가들 간에 이미 존재하는 양자적·다자적 기제를 충분히 활용하여 이미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지역협력 플랫폼의 도움을 빌리겠다는 것이다. 중국정부에 따르면, 일대일로는 아시아—유럽—아프리카 대륙을 관통한다. 한 축은 활발하게 움직이는 동아시아경제권, 다른 한 축은 발달한 유럽경제권이다. 그 중간의 광대한 내륙이 국가경제 발전에 미치는 잠재력은 거대하다. 실크로드경제벨트의 중점은 중국에서 중앙아시아, 서아시아를 거쳐 페르시아만과 지중해에 이르는 통로를 여는 것이다. 그리고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방향은 중국 연해 항구에서 남해를 거쳐 인도양을 지나 유럽으로 향한다. 육상으로는 국제적 대통로에 의거해 연선(沿線, 철로·항로가 이어지는 지역) 중심도시를 지지대로, 중점 경제산업단지를 협력의 플랫폼으로 삼아 신 유라시아대륙, 중국—몽골—러시아,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중국—인도차이나반도 등 국제 경제협력 통로를 구축한다. 또한 해상으로는 중점 항구를 고리로 삼아 안전하고 고효율적인 거대한 수송로를 공동으로 건설하고자 한다. 중국—파키스탄,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이 두개의 경제벨트와 일대일로의 추진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진일보한 협력을 통한 더 큰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일대일로는 중국이 유라시아대륙의 경제통합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틀림없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배제되는 형세를 이룰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일대일로 전략은 중국을 배제하거나 고립시키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TIP(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를 추진하는 미국의 시도를 희석할 뿐 아니라 일대일로 무역을 통해 전지구 무역의 새로운 규칙 제정권을 탈환할 수 있다. 이를테면 국내외 항구를 거점으로 건설되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에서는 다양한 룰을 지닌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추진될 수 있다. 국내, 특히 상하이자유무역지구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닝보寧波, 저우산舟山을 포함한) 상하이와 취안저우(泉洲), 메이저우(湄洲, 푸젠성福建省 푸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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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가을호 중국 ‘일대일로’의 지정학적 경제학쉬 진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