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동아시아 사이에 낀 싱가포르*
중국의 발전과 화인의 지위
커 쓰런 柯思仁
싱가포르 난양이공대학 중문과 교수. syren.quah@gmail.com
서론
‘중국 굴기(崛起)’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이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든 부정적인 것이라 대항하든 우리가 반드시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중국이 강대해짐에 따라 경제, 군사, 정치 등의 영향력 역시 국제사회 혹은 역내에서 점차 커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중국은 문화로써 직간접적으로 각 국가, 지역, 공동체 등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사람들의 문화적 이데올로기와 문화적 주체성을 바꾸고 있다. 중국문화의 침투는 경제적 파워를 기반으로 하고 글로벌 인터넷 매체를 전파 방식으로 하여 대중문화산업을 통해 각 국가와 지역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그 지역 대중의 취향에 잘 들어맞을 뿐 아니라 문화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기도 하다. 동시에 중국문화는 중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 및 중국정부의 문화 글로벌화 정책 등에 힘입어 ‘하향식’ 사회 진입에 성공하고 있다. 이는 민간사회와 중국 간의 관계를 바꾸고 있다. 21세기 들어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주동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고 이는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국내외적 환경에도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기존의 질서와 사고방식을 흔들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어느정도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극대화된 환경 속에서 비로소 ‘변화’의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다. 본 글에서는 동아시아의 작은 ‘변두리 국가’인 싱가포르의 입장에서 싱가포르가 현재까지 중국의 영향력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그 방안과 사례를 살펴보면서 객관적인 평가와 전망을 하고자 한다.
싱가포르에 있어 중국의 발전은 비교적 복잡한 의미를 가진다. 독립국가이자 인구 75% 이상이 화인(華人)**으로 이루어진 국가로서 싱가포르는 냉전시기 중국대륙과 대만에 이어 ‘제3의 중국’으로 간주되었다. 두 웨이밍(杜維明) 역시 ‘문화중국(文化中國)’이란 개념을 통해 싱가포르가 중국대륙, 대만, 홍콩, 마카오와 함께 하나의 문명에 속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싱가포르는 아주 미묘한 위치에 놓여 있다. 화인 위주의 독립국가로서 싱가포르는 어떻게 중국과 평등한 호혜상생의 관계를 구축할 것이며, 또한 어떻게 국제사회 및 동아시아, 동남아라는 지역적 범위에서 싱가포르의 ‘국가’적 주체성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싱가포르의 화인들이 ‘중국 굴기’라는 역사적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민족적·문화적 정체성을 받아들일 것인가?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위태로운 작은 나라였으나, 1980년대 말레이시아를 제치고 엄청난 경제성장 잠재력을 지닌 ‘아시아의 네마리 용’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21세기에 들어서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경제선진국 대열에 합류해 국제적 시야와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었으나 ‘작은 나라’라는 냉정한 현실로 인해 싱가포르는 동남아 및 동아시아에서 유대관계를 강화하면서도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중국이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적인 대국이 되면서 싱가포르는 또다시 복잡한 상황을 맞게 되었다. 즉 ‘중국 굴기’에 대해 주동적인 액션을 취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더라도 어느정도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제, 정치, 국제관계적 측면의 경우 반세기 넘게 집권해온 싱가포르의 인민행동당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 주도의 문화적 상호작용 및 영향력 측면의 경우 정부 차원의 사안과는 판이한 규칙이 적용되고 있다.
두개의 문화기관: 두개의 ‘중화문화’, 두개의 ‘거점’
중국정부는 문화력과 경제력을 기반으로 하여 정치적 영향력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2004년부터 시작된 ‘공자 아카데미(孔子學院)’ 사업이 바로 그 예다. 제1호 공자 아카데미는 한국 서울에 설립되었으며 현재 500곳까지 늘어났다. 싱가포르에서는 2005년 난양이공대학(南洋理工大學)에 처음 설립되었다. 공자 아카데미는 현재까지 세계 각국, 특히 유럽, 미국 등에서 여러 논란을 일으켜왔으나 싱가포르 정부와 국민들의 경우 공자 아카데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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